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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Dec 17. 2018

0학년 소라#1

(어른을위한)초등현실동화

교실에서

“소라 또 저런다.” “그래 얼굴도 엄청 커. 공부도 되게 못할 것 같은데 역시나……”

갑자기 여자애 둘 소리나는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나도 모르게 볼을 쓰다듬었다. 언제부터인가 머쓱해지면 볼을 만지는 버릇이 생겼다. 아빠가 “우리 집 공주. 얼큰이 공주. 얼굴이 달덩이처럼 뽀얗고 동그란게  매력만점이야”라고 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친구들의 생각이 아빠와 다른 것을 알게 되었다. “피, 아빠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하루하루 친구들의 귓속말이 늘어갈수록 나는 처음 입학식 날 아빠 엄마 손을 잡고 씩씩하게 교문을 들어서던 그 소라가 아니었다. 위로는 오빠가 있고 아래로는 이제 3살이 되는 동생이 있다. 나는 중요하지 않은 둘째 딸이다. 뭘 해도 느리고 능그적 거리는 오빠보다, 재빠르고 영특하다고 칭찬받던 나였다. 어른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다. 나 듣기 좋으라고 입에 발린 말로 칭찬한 것이었다. 오늘도 친구들이 여러 번 내 이름을 들먹이며 수군거렸다. 

“야, 너는 소리 나는 대로 못 적니?”

앞에 있던 형찬이가 획하고 돌아보더니 “알라리 깔라리, 소라는 바보래요”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엄마를 원망했다. 아무 잘못 없는 화단 돌팍을 차 버렸다. 집 앞에 있는 어린이집에 들러 동생 현아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무엇에 골이 났는지 현아는 자꾸 짜증을 냈다. 아직 엄마가 오려면 2시간이나 남았는데……    

거실에 가방을 던지고 현아 도시락통과 수저통을 싱크대로 던지다시피 했다. “쿵, 찌그령” 소리가 재미있었다. 현아가 도시락 가방을 던지려는 것을 말렸다. “하지 마, 엄마가 또 나만 혼을 낸다고, 네가 이상한 행동만 하면 엄마가 날 의심한다고” “언니 배고파” “너는 아직도 네 스스로 뭘 못 찾아 먹냐?” 나는 심통이 나서 현아를 슬쩍 밀치며 냉장고를 열었다. 냉장고에는 네모나고 초록색 뚜껑이 덮인 도시락 통이 겹겹이 쌓여있다. 엄마의 쌓기 실력은 역시 대단하다. 엄마가 바빠 주말에 일주일 먹을 것을 쟁여놓으신다. 하교 후 먹을 간식을 냉장고 구석에 쌓아두면 우리가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다. 어젯밤에 엄마가 구운 핫케익 남은 조각이 도시락 통 안에 담겨있었다. 꺼내 뚜껑을 살짝 열어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자기 손으로 전자레인지를 돌릴 수 있는 애가 없는 눈치다. 엄마는 그런 나를 칭찬은커녕 자꾸 윽박지르기만 한다. 그래서 더 현아에게는 잘해주기가 싫다. 그리고 무엇이든 엄마가 하라는 것은 반대로 하고 싶어 진다.

“언니, 나 더 먹고 싶어” “없어! 엄마 오면 그때 밥 먹자” “싫어, 싫어”

“야, 왜 나한테 생떼냐? 자꾸 이러면 언니가 어린이집에서 너 안 데리고 온다. 엄마가 데리러 올 때까지 계속 어린이집에 늦게까지 있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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