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름에 쫌

맑은 눈망울로 주님을 바라봅니다

마음 속 그림책 한권 ㅣ by 나무

<별별초록별>/하야시 기린/나는별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성숙하고 지혜로워집니다. 하지만 그러면서 잃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선입견 없는 맑은 눈과 귀를 말입니다.

얼마 전, 예뜰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동시를 썼어요. 올해는 비가 참 많이도 내렸지요. 아이들에게 비오는 소리를 들려주고 그 소리를 글자로 옮겨 보라고 했어요. 그중에 한 아이가 이렇게 썼더군요.

“지글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가 난다.”

어른들은 익숙하게 들었던 소리를 흉내 내어 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선입견이 없는 아이는 새롭게 듣습니다. 그 맑은 귀가 얼마나 보배 같은지요. 사실, 비 내리는 소리가 지글지글해서 옛사람들은 부침개를 부쳐 먹었습니다.

문학은 그런 아이 같은 눈과 귀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시인 김혜순은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를 보면서 피아노 이빨이 아플 것 같다고 걱정을 했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개가 하얀 눈 위에 꽃을 그리며 간다고 노래했어요. 아이 같은 눈과 귀를 가진 어른이지요.

『별별 초록별』을 쓴 하야시 기린도 그런 어른입니다. 아이 같이 맑은 눈망울로 하늘에 떠있는 별 말고도, 땅에 있는 별을 찾아보고 있어요.

심심하게 누워있던 아이는 귤을 보고 달님같이 둥글다고 생각했어요. 귤 꼭지를 보니 꼭 초록별 모양이에요. 그 후로 아이는 여기저기 초록별을 찾아냈어요. 초록별은 커다란 호박에도 있고, 토마토에도 피망에도 있었어요. 꽃을 보니 초록별이 꽃을 안고 있네요. 초록별 같은 나뭇잎도 찾아냈어요. 아이는 풀밭에 활짝 팔 벌려 누워서 자신이 별과 똑같다는 걸 알아챘어요. 한 사람이 별인 거지요. 친구들이 아이에게 다가와 손을 잡았어요. 친구들이 펼친 손바닥도 모두 별이에요. 수많은 아이들이 손을 맞잡고 별자리가 되었네요. 그렇게 손에 손을 잡고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초록별 지구입니다. 아이 눈으로 보니 지구가 작은 별들이 모인 커다란 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철학 입문서 『소피의 세계1』 앞부분에 이런 예화가 나와요.

어느 날 엄마와 아빠, 그리고 세 살배기 아기가 부엌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돌연 아빠가 천장 아래 둥둥 떠다닌다고 상상해보라는 겁니다. 그럼 아이는 뭐라고 할까요?

“와! 아빠 난다!”라며 신나할 겁니다. 물론 아이도 놀랐을 테지만 아이에게 그런 일은 그저 신기한 일일 뿐입니다. 하지만 엄마는 손에 든 포크를 떨어뜨리고 화들짝 놀라 울부짖을 거예요. 어쩌면 아빠가 자리에 다시 앉고 나서도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의사에게 뛰어갈 거라고 씌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엄마는 인간은 날 수 없다는 걸 배운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배움과 경험이라는 건 우리의 믿음을 제한하고 어쩌면 눈을 멀게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뉴스를 본 발달장애인 한분이 남편에게 다급하게 알렸다고 해요.

“목사님, 전쟁 났어요!”

다른 나라 사정도 바로 옆에서 일어난 일로 느끼는 겁니다. 아마도 그분은 하나님 아버지도 저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옆에 계시는 아버지로 느끼겠지요. 어쩌면 믿음의 차원에서는 인지 기능이 약한 발달 장애인과 어린아이보다 우리가 더 부족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주님은 우리에게 ‘돌이켜 어린아이가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아이처럼 맑은 눈망울로 주님을 바라보는 환한 푸르른 여름 되시길 주님의 이름을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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