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그림책 한권 ㅣ by 나무
『엄마가 만들었어』하세가와 요시후미/천개의 바람
사람과 사람사이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될까요? 사랑을 표현하는 지혜도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진심이 먼저이고 어쩌면 전부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책이 있습니다. 하세가와 요시후미가 쓴 『엄마가 만들었어』라는 자전적 동화가 그것입니다.
저희 집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책이에요. 작가 자신이 1학년 때 아빠가 돌아가셨고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어떤 가정에 태어나더라도 결핍이 없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엄마 아빠 성격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보모의 직업이나 가정의 상황이 싫을 수도 있지요. 그렇다면 그 결핍은 무엇으로 채워지는 걸까요.
주인공은 3학년, 누나랑 엄마 이렇게 세 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세 식구만 남았지만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림체가 유쾌하고 씩씩해서 마음이 좋았습니다. 사실 그림이 너무 재미있어서 읽는 내내 웃음이 납니다.
엄마는 재봉틀로 검도복을 만드는 일을 해요. 그래서 뭐든지 만들어 준다고 큰소리를 칩니다. 청바지를 입고 싶다고 하면 청바지를 만들어주지요. 하지만 검도복 천으로 만든 청바지는 청바지 같은데 청바지가 아니라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습니다. 체육 시간에 땀을 많이 흘려서 엄마는 와이셔츠 옷감으로 반들반들한 체육복도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체육복이 회사원 같다며 친구들이 깔깔거리고 웃었습니다. 요시후미는 너무너무 창피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빠 참관 수업 안내문을 받았어요. 엄마가 가겠다고 했지만 요시후미는 오지 말라고 화를 냅니다. 다른 애들처럼 아빠가 왔으면 좋겠다고요. 뭐든지 만들어 준다고 했으니 아빠 만들어 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엄마는 조금 슬픈 얼굴로 재봉틀로는 아빠는 만들 수 없다고 미안해했어요. 주인공은 그날 ‘밥에서 모래 맛이 났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아이들 표정이 기억납니다. 크크크 웃던 아이들이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지요.
드디어 아빠 참관 수업 날, 요시후미는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 기대도 없이 앉아 있었어요. 수업이 시작되고 얼마 후, 뒤를 돌아보고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남자 양복을 입고 서 있었어요! 요시후미는 체육시간도 아닌데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엄마가 살며시 다가와 양복을 가리키며 속삭였어요. “엄마가 만들었어.”
요시후미는 성장하여 어린이 책을 쓰고 그리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사람을 자라게 하는 것, 모든 결핍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 그것은 바로 사랑의 진심입니다. 만들어준 청바지가 어설펐어도, 양복 셔츠 옷감으로 운동복을 만들어 주었어도 엄마의 사랑은 고스란히 요시후미에게 전해졌습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교회 안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기술적 고민은 조금 내려놓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랑의 마음,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마음을 더 맑게 하고, 키워가는 일에 힘을 써야겠습니다. 주님 뵈올 때는 그 사랑만 담아 갈 수 있을 테니까요. 뜨거운 여름, 주님 사랑 듬뿍 받아 뜨겁게 사랑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