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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후 Oct 27. 2020

내가 집안일을 하면서 느낀 것들.

삶의 기본 중의 기본들.




 요즘 집에서 집안일을 하는 재미에 빠졌다. 내 방 청소부터 빨래, 설거지, 음식물 비우기, 옷 다림질 등 예전엔 귀찮고 하지 않았던 것들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가족과 함께 살면서 이런 일들을 대부분은 엄마가 해주었다. 어렸을 때는 당연하게 여겼지만 성인이 되면서 그리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그 당연히 하게 되는 일들도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엔 독립을 위해 하나하나 배워야겠다는 마음으로 설거지부터 시작했다. 물론 설거지를 안 한 건 아니지만 항상 '해라' 하는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귀찮았고 별로 할 의지가 없었다.



 설거지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달라진 게 하나 있다. 그릇을 치웠는데 뭔가 내 마음속이 깨끗하게 정리된 느낌이 들었다. 이후 집에 쌓인 쓰레기도 보기 싫어 제때제때 비우는 버릇이 생겼다.




 눈에 가장 먼저 보이는 더러운 것들을 치우니 오히려 기분도 상쾌했다. 이후 빨래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쾌쾌 묵고 더러운 내 빨래를 빨고 건조대에 널면 분명 빨래를 빨았는데 마음이 상쾌하고 깨끗해진 것 같았다.




 항상 귀찮게 여기던 집안일들이 오히려 나에게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하게 하는 동기가 되었다. 이후 다림질부터, 행주 빠는 법, 요리까지 하나하나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집안 안일을 하면서 무언가 '제대로 살고 있다' 라고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특히 요리를 하면서부터 내 삶의 질은 엄청나게 올라갔다. 요리의 '요'자도 모르는 내가 직접 재료를 사고 음식 레시피를 찾아보면서 요리를 만드는 과정이 너무나 재밌었다. 귀찮기도 했지만 완성된 요리가 맛있고 그것을 맛있게 먹는 내가' 참 잘살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 모든 집안일이 독립을 준비하기 위한 의무에 의해 시작했지만 이제는 나의 삶의 활기를 불어넣는 원동력이 되었다. 집안일을 귀찮고 하기 싫다고 생각한 내가 이 집안일을 하면서 제일 많이 받았던 기분은 '스스로 삶을 잘 만들어 나가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의 도움이 아닌 '나 스스로 만들어가고 이겨내는 삶' 이 가져다주는 삶의 행복은 생각보다 상당히 컸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가 혼자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는 느낌이 나의 자존감을 상당히 올려 주었다.




 박웅현의 책 '다시 책은 도끼다'에서 집안일이 삶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필수요소라고 말한다.  우리는 항상' 남에게 보이는 나'를 중요시 여기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것들만 잘 수행하고 도전하고 이겨나가도 삶의 행복은 충분히 누릴 수 있다. 그 기본 중의 하나가 집안일이 아닐까 싶다. 뭔가 주부가 된? 느낌도 있지만.. 이것이 나의 삶의 질을 높여줄지는 상상도 못 했다.  집안일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행복을 몸소 느끼고 있는 요즘이 나는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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