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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후 Dec 24. 2020

그동안 고마웠지만 이제 보내줘야 할 것이 있다면?

잠시만 안녕.

슬리퍼 줘봐라. 저 녀석들의 표적은 썰매 이브다.

이브는 이 세상이랑은 안 어울려.

구닥다리 썰매잖냐.

마지막으로 실컷 날았으니 여한이 없을 게다.

니들은 내려라.

이브는 저 쪽에 남기마.

...

잘 가라, 이브         - 산타 할아버지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가면서, 체력도 체력이지만 나의 모든 소망들과 바람들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 세상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전부 할 수 있는 게 아니며, 내가 원한다고 해서 다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평생 함께 해야지 했던 것도 어느덧 눈 깜짝할 새 멀어져 있고, 죽어도 이것만은 하기 싫다 한 것도 어느 순간에 보면 누구보다 아끼는 것이 되어있었다.





어느덧 흘러가는 것에 그리고 다가오는 것에 무뎌지고 물 흐르듯, 애써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나에겐 음악이 그중 하나다. 20대 초반부터 음악을 좋아해 이리저리 공부하고, 특히 드럼으로 밴드를 하고 싶어 열심히 연습했다.






 음악활동을 하면서 너무나 즐거웠고 음악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도 항상 좋았던 것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끼리 만난다는 자체가 나에겐 행복이었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나의 취미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른 쪽으로 옮겨가게 되면서 음악은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음악은 평생 할 거야"라고 했던 마음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놓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음악은 더 멀어져 갔고 재미도 없어졌다.





참 열심히 연습했고, 나의 열정을 그토록 투자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놓아줄 때 놓을 줄도 알아야 삶이 편안해지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꼭 지금 해야 된다는 나의 마음이 나를 힘들게 했다.





생각해보면 나중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충분히 아직도 다시 시작할 마음이 있다. 잠시 내려둔 것뿐. 






근데 막상 좀 쉬어야겠다며 내려놓았을 때 힘들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쉽게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때 알았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면 하나의 미련 없이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내게 오는 모든 것들에 대해 왜?라는 질문보다는 어떤 상황이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내 삶을 더 사랑하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음악은 나에게 둘도 없는 친구다.  아직도 그렇다. 조금 더 다른 것에 도전하고 나중에 시간에 여유가 많이 생긴다면 다시 시작하고 싶다.






나에게 행복과 즐거움과 많은 것들을 가르쳐준 음악..





잠시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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