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생 May 02. 2018

나는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비(雨)

'아니겠지'


  누군가에게라도 묻고 싶었다. 당장 생각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격해진 감정들, 생각들을 억누르지 못한 채 내가 본 것을 털어놓았다. 그냥 친해서일 수도 있잖아, 그럼 그냥 어쩌다 한번 들렸을 수도 있잖아, 사실 그냥 별일 아닐 수도 있잖아.


"물어보자."


  친구도 나도 사실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친구는 내게 직접 물어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금방 수긍할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 정확히 확인해야 하는 일이었다.


  전화를 끊고 집으로 향했지만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바람이나 쐐고 싶다는 나의 말에 한 친구가 집 근처로 차를 가져와 나를 태웠다. 차 안은 온갖 한숨과 답답한 무언가로 가득 찼다. 눈에 익은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자동차 와이퍼는 바쁘게 움직였다. 쉴새 없이 내리는 빗방울 자국을 지워내려 움직이지만 와이퍼가 지나간 자리는 금새 다시 어질러졌다.


  맞아, 그 날은 비가 내렸고 우산이 없던 나를 적셨다. 아무리 애를 써도 무엇 하나 지워내지도, 선명하게 바라볼 수도 없던 밤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