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일 점심
내가 이렇게나 국수를 좋아하는지 몰랐다. 날이 슬슬 더워지려는 기미가 보이길래 며칠 전에 소고기 다시다를 베이스로 해서 무를 절여서 만드는 냉육수를 만들어 뒀다. 몇 주 전에 만들어둔 오이소박이가 잘 익어 있길래 국수를 삶았다. 냉육수에 오이소박이 국물을 섞어서 잘 삶아진 국수를 넣었더니 시원하면서 매콤한 오이소박이 국수가 됐다. 솔직히 말해서 장사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 정도로 맛있었다.
국수를 삶기 전에 깍두기를 담아두었다. 무를 작게 잘라 소금에 절인 다음 맛을 살짝 보니 벌써 여름 무인 건가, 맛이 좀 쓰고 향도 별로다. 그래서 양념을 좀 과하게 하고 양파와 대파를 잔뜩 넣어서 버무렸다.
오랜만에 손을 움직이고 칼을 잡았다. 일주일 정도 푹 가라앉아 있었다. 기분이 바닥을 치고, 자존감이 스러져가고 있었다. 낮과 밤이 뒤바뀌고 밤새 술을 마시는 날이 늘어났다. 몸이 축나는 것보다도 정신이 무너지는 것이 느껴졌다.
일상을 다시 일상으로 돌려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늘은 좀 일찍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청소를 했다. 무를 썰어 깍두기를 담그고 국수를 삶아 오이소박이 국수를 말아 먹었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어떻게 살 거냐고 묻기에 취직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좋은 소식을 들려달라는 말에 그러고 싶다고 대답했다.
응. 정말 그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