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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oos Jun 23. 2024

도쿄 보다 친구

짧은 도쿄 긴 교토 (2) - 06.23

미술관 관람 직전에 약속이 생겼었어요. 친구가 시부야에서 보자 더군요. 한국인인데 도쿄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 어제 무리해서 컨디션이 아주아주 안 좋은데도 잠깐 얼굴 보겠다고 나와 줘서, 땡큐.



시부야에서 잠깐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일어나자고 하더니 지하철을 탑니다. 도큐 덴엔토시선을 타고 두 정거장. 산겐자야역이 목적지입니다.


제가 이 동네를 마음에 들어 할 것 같다면서 동네 구경을 하자고 하데요. 그래서 잠깐 걸었습니다. 작은 골목골목에 아기자기하고 재미난 가게들이 많습니다. 큰길을 건너니 분위기가 살짝 달라집니다. 조금은 정비된 거리. 이쪽도 깔끔하니 분위기가 좋습니다. 이케부쿠로나 시부야 같은 곳이 자동차의 속도에 맞춘 커다란 스케일의 빌딩이 즐비한 거리라면 산겐자야는 휴먼 스케일 그러니까 사람에게 맞춘 거리라는 느낌입니다. 좋은 동네를 소개받았어요.


조그만 야키도리집에 들어가서 가볍게 맥주를 한 잔 마셨습니다. 깜빡하고 사진을 안 찍었지만, 동네 단골 주민들이 모이는 조그맣고 맛있는 가게였습니다.





피곤하다는 친구를 들여보내고, 다른 친구를 만나러 갑니다. 이번 친구는 일본인이에요. 가나메초역 근처의 나카요시라는 가게를 소개해줬어요. 여기도 동네의 조그만 가겐데 특별한 요리들이 있더라고요.





하모 튀김을 주문했더니 시소랑 같이 튀겼습니다. 아주 깔끔하게 잘 튀겼어요. 시소향이 진하게 올라오길 기대했지만 튀겨서 그런가? 거의 느낄 수는 없었어요.


유자 쯔쿠네는 정말 진하게 유자향이 올라오더군요. 진짜 향긋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음식.




소바 사시미를 추천받았어요. 소바 사시미? 들어본 적도 없는 음식. 넓적하게 잘라낸 소바면을 쯔유에 찍어 먹는 거더라고요. 메밀껍질까지 갈아 넣었을 진한 색과 질감, 100% 메밀만 넣었을 진한 메밀향. 그걸 향긋한 쯔유에 찍어 먹으니 아주 재미난 맛이더라고요. 신기한 경험!!





마지막으로 닭날개 튀김과 낫토 구이. 역시 튀김을 깔끔하게

하는 집이고요. 낫토 구이에서는 말 그대로 낫토의 향이 진하게 올라옵니다.


어제 좀 과음을 했더니 오늘은 요기까지. 커피 쇼츄 한 잔과 화이트 와인 한 잔을 마셨습니다. 피곤해서 더 마실 수 없었어요.


도쿄에서 딱히 가고 싶은 곳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었어요. 오늘 하루도 그냥 미술관 갔다가 호텔에서 뒹굴고 싶었거든요. 한데 친구들 만나다 보니 아주 바쁜 하루가 되었습니다. 우에노, 시부야, 산겐자야, 이케부쿠로... 이렇게까지 부지런히 돌아다니게 될 줄 몰랐네요.


내일은 긴자에서 점심 약속이 있어요. 도쿄에 만나러 온 친구 세 명 중 마지막 친구를 만나러 갑니다.


도쿄가 좋아서 온 게 아니에요. 친구 만나러 온 겁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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