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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33. 두 번째 방문. 미슐랭 돈카츠.

2025 새해맞이 여행 - [4부] 유유자적 구마모토

by zzoos



어제 좀 달렸더니 피곤하네요. 내일은 날씨가 좋을 것 같다고 하니 좀 멀리 나가볼까 싶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어요. 그러니 오늘은 좀 쉬어야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집에 콕 처박혀 있을 수만은 없지요. 푹 자고 일어나서 점심은 집에서 챙겨 먹었습니다. 유튜브 보면서 좀 쉬다가 사진 정리해서 포스팅도 좀 했죠.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프로젝트 중의 하나. 구마모토 중앙 경찰서 (구 키타 경찰서)



작업하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번화가로 걸어갑니다. 집에서 번화가로 걸어가는 중간에 구마모토 중앙 경찰서(구 구마모토 기타(北) 경찰서) 앞을 지나게 되거든요. 건물이 특이하게 생겨서 항상 눈길이 가던 곳입니다.


구마모토 여행을 계획할 때 '구마모토 아트폴리스(Kumamoto Artpolis)'라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알게 됐습니다. 1988년에 시작되어 이제는 어느 정도 마무리 된 구마모토 현 일대의 건축 프로젝트예요.


아트폴리스 사업은, 후세에 남을 수 있는 뛰어난 건축물을 만들어, 질 높은 생활환경을 창조하는 것과 동시에, 지역 문화의 향상을 도모해, 세계에의 정보 발신 기지 「쿠마모토」를 지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프로젝트 취지 중 일부


제가 지금은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의외로(?) 전공이 건축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건물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 중에 아트폴리스 프로젝트에 속한 건물들을 좀 보러 다니고 싶었어요. 그중의 하나인 구마모토 중앙 경찰서는 숙소 바로 근처에 있어서 자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시노하라 카즈오(篠原一男)의 작품인 이 건물은 1993년 올해의 건축상을 받았다고 하네요.



경찰서 옆의 시라카와 공원. 오뎅 포장마차가 하나 있다.



경찰서 바로 옆에는 시라카와 공원(白川公園)이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커다란 나무들이 많고요. 공원 길가에 오뎅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어요. 지금 검색해 보니, 심지어 구글맵에도 등록된 포장마차네요. 이름은 와카사(わかさ). 언젠가 밤에 한 번 들러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가 결국 들르지 못했습니다. 구글 리뷰를 보면 단골들로 북적이는 곳이라 자리에 앉기가 힘들다고 하네요.



여행의 막바지가 되니 안 보이던 게 보인다. 건물 옥상의 뮤직바 우드스탁(WOODSTOCK).



시라카와 공원을 지나 번화가 쪽으로 계속 걸어가다가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건물 꼭대기에 적혀 있는 WOODSTOCK이라는 글씨. 아, 뭔가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 곳입니다. 구글로 검색을 해보니 LP를 판매하기도 하고, 카페와 바를 겸하기도 하나 봅니다. 이곳도 아쉽게 방문해보지 못했습니다.


뭐, 이번이 구마모토 마지막 여행은 아니니까 다음에 방문할 곳을 남겨두는 그런 느낌...일까요? 여튼간 여행의 막바지가 되니까 새로운 곳들이 자꾸 눈에 뜨입니다. 거참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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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던 카츠레츠테이에 다시 방문. 오늘은 대기표를 뽑아야 했다.



오늘은 저녁을 먹으러 카츠레츠테이(勝烈亭)에 재방문했습니다. 한 번만 먹기에는 아쉬운 곳이었거든요. 오늘은 오후 5시 20분 정도에 방문했는데 이미 대기가 걸려 있습니다. 제 앞으로 8팀. 이후 계속 대기가 길어지더니 6시 즈음에는 15팀을 훌쩍 넘겼던 걸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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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맥주 한 잔. 다이콘 오로시. 쯔께모노.



대략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앉자마자 생맥주 한 잔을 주문했고, 쯔께모노와 오로시는 금방 준비해 주셨습니다.



오늘은 초특선 로스카츠. 비싼 만큼 다르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지난번에 먹었던 것은 안심과 등심을 함께 주는 특선 모리아와세(2,475엔)였는데 오늘은 가장 비싼 돼지로 만드는 초특선을 주문했습니다. 모리아와세가 없어서 등심으로. 초특선 로스카츠(3,190엔)입니다.


확실히 육질이 다릅니다. 지난번보다 더 맛있어요. 이곳의 장점은 밥, 국, 쯔께모노, 샐러드 등등 빠지는 것 없이 모두 만족스럽다는 것인데요. 돈카츠를 비싼 걸로 먹으니까 그 만족도가 더 높아지네요.


굳이, 구우욷이 비교를 하자면... 가고시마의 돈카츠가 더 맛있긴 합니다. 아무래도 흑돼지의 본고장이니까요. 하지만 구마모토에서는 이곳, 카츠레츠테이입니다.



미슐랭 가이드 2018 구마모토, 오이타 특별판에 소개되었다.



단!! 이곳의 모든 장점을 무색하게 만드는 단점이 하나 있다면,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점심시간에는 가게 밖까지 손님으로 꽉 찰 정도의 대기를 뚫어야 하고요. 저녁에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이 전부 중국인(대만인?)들이에요. 가게 안에 점원은 모두 일본인, 손님은 80% 중국인, 20% 한국인입니다.


팁이라고 한다면 브레이크 타임이 없으니 오후 3-4시 정도에 방문하면 좀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다는 것.



서울 어딘가의 뒷골목에 있을 것 같은 가게의 분위기



배부르고 맛있는 식사를 만족스럽게 마친 다음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갑니다. 덴샤 도리를 건너 작은 골목들을 산책하듯 걷고 있을 때 재미난 가게를 하나 발견했어요. 가게 이름은 목살곱창(モクサルコプチャン, 모쿠사루코부챵). 한식 타베호다이인데, 돼지고기를 구워주고 곱창전골도 만들어 주나 봅니다. 굳이 여행 중에 한식당을 찾지는 않는 편인데요. 가게의 분위기가 너무 한국스러워서 사진을 한 장 찍었어요.


구마모토에도 한식당이 몇 군데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건 아니고 혹시 갑자기 한식이 먹고 싶을까 봐 미리 찾아뒀던 곳들인데요. 한국식 야키니쿠 서울(韓国焼肉ソウル), 한국요리 전문점 이타로(韓国料理専門店イタロ), 위의 사진으로 소개한 목살곱창(モクサルコプチャン) 같이 아무래도 삼겹살을 위주로 한 고기를 굽는 집들인데요.


좀 특이한 곳으로는 한 성격 있으신(?) 한국인 할머니가 직접 요리해 주신다는 도라지(とらぢ). 여기는 구마모토 친구들에게 소개받았어요. 한국을 좋아하는 구마모토 사람이라면 이곳을 다 알고 있다고 하더군요. 단품으로 주문할 수 없고 할머니가 준비해 주시는 코스대로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어떤 날은 삼겹살, 어떤 날은 채끝등심. 어떤 날은 해물파전, 어떤 날은 김치전. 뭐 그런 식인 거죠.


그리고 한 번 가보고 싶었던 한 식당은 점심에만 영업하는 곳인데요. 꿈 아리(夢 あり)라는 곳입니다. 전형적으로 손맛 느껴지는 한국의 점심 정식을 만들어 주시는 곳 같더라고요.


뭐, 결과적으로.... 어느 한 곳도 가본 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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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겨울이라면 니꾸망! 이라는 말에 혹했다.



집 근처의 편의점에 들러 피자망(ピザまん)과 니꾸망(肉まん)을 하나씩 샀습니다. 일본의 겨울이라면 니꾸망이지! 라고 소리치던 유튜브가 갑자기 생각났어요. 피자망은 건더기(?)가 별로 없었습니다. 한국의 피자 호빵이 더 맛있어요.


하지만! 역시 겨울에는 호빵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뭐 따뜻한 빵 안에 피자나 고기가 들었는데 맛없기가 힘들죠. 호빵이나 니꾸망이나 뭐 다 비슷비슷합니다. 야식으로는 딱이에요!




자, 그리고 내일은 로컬 열차를 타고 먼 길을 다녀오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술도 마시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어요. 사진도 많이 찍었기 때문에 내일 하루의 포스팅은 여러 개로 쪼개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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