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국물, 푸짐한 내장

프로젝트 혼술 - 4. 광화문 화목순대국

by zzoos




국밥집은 혼술이나 혼밥의 난이도가 가장 낮은 곳입니다. 항상 혼자 식사하는 사람을 볼 수 있는 곳이죠. 가게에 들어서며 손가락을 하나만 펼치고선 '한 명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요. 종업원도 손님들도 모두 익숙합니다. 아무도 특별한 관심을 주지 않아요. 그리고 국밥 옆에 소주를 한 병 놓는 것도 자연스럽죠.


오늘 찾은 곳은 광화문의 화목순대국입니다. 본점은 여의도라고 하는데 저는 광화문점에만 가봤어요. 언제 가도 맛있는 곳입니다.




언제나 줄을 서는 곳이지만 빠르게 줄어듭니다.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이라 식사 시간에는 줄을 서야만 합니다. 일부러 조금 늦은 시간에 방문했는데도 줄을 서야만 했습니다. 대략 15분 정도 기다렸어요. 제 뒤로 한 팀이 더 있었고, 이후에는 줄을 서지 않았도 됐습니다. 국밥이라는 음식의 특성상 줄이 좀 길더라도 금방 줄어드는 편입니다. 국밥은 앉자마자 음식이 나오고, 후루룩 빠르게 먹어버리는 일종의 패스트푸드잖아요.




엄청 뜨겁게 팔팔 끓고 있는 뚝배기




그 어떤 국밥집들 보다도 확실히 뜨겁게, 팔팔 끓고 있는 뚝배기가 나옵니다. 그릇을 만지지 말라고 뚝배기는 낡고 찌그러진 작은 양은 접시 위에 놓여있죠. 뚝배기를 잡지 말고 아래의 접시를 만지라는 뜻일 겁니다.


보통의 순댓국들과는 다르게 국물이 아예 빨갛습니다. 깔끔한 국물 안에 다대기를 풀어서 먹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냥 '우리 가게 순댓국은 이 맛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밥이 말아져서 나오는 스타일




뜨거운 국물 아래에는 밥이 이미 들어 있습니다. 어차피 말아먹을 거 미리 말아서 주마! 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아, 물론 미리 말씀드리면 밥을 말지 않고 공깃밥으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주로 밥을 말지 않고 먹는 스타일이긴 한데, 이곳에선 그냥 처음부터 말아진 것도 싫지 않습니다. 왠지 이게 화목순대국의 스타일 같다고나 할까요.




푸짐하게 들어 있는 각종 부속 고기들




머리 고기와 각종 부속 고기, 순대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특이하게 곱창이 들어 있고, 그 곱창이 이 순댓국에 특별한 맛을 부여합니다. 약간의 육향과 함께 고소한 맛이 나거든요. 순대는 평범한 당면 순대입니다. 추가 메뉴로 순대를 주문하면 병천 스타일의 순대가 나오는데요, 순댓국 안에는 당면 순대가 들어 있어요. 이게 오히여 국물맛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국밥 한 그릇과 소주 한 병. 혼술의 기본.




천천히 그리고 야무지게 국밥 한 그릇을 비웠습니다. 고기는 부드럽고, 약간의 육향과 함께 고소한 맛도 납니다. 빨갛고 자극적인 국물은 소주를 부르죠. 깍두기, 대파, 고추 등으로 입을 씻어가며 국밥 한 숟갈, 소주 한 잔.


그러다가 옆 테이블을 슬쩍 구경하면 와이셔츠를 입고 얼굴이 붉어진 아저씨도 혼자 소주잔을 꺾고 있습니다. 반대편 테이블을 슬쩍 구경하면 등산복 차림의 아저씨도 갓 나온 뜨거운 뚝배기를 앞에 두고 소주병 뚜껑을 열고 있네요.


역시 국밥집은 혼술의 입문이고, 기본이자 고향입니다.




후식은 광화문 야경




화목순대국의 좋은 점, 또 하나는 그 위치가 광화문 근처라는 겁니다. 밥을 먹고 나서 가벼운 산책을 하기에 좋아요. 일단 바로 근처에 있는 광화문의 야경을 보러 갑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쩍 늘어난 서울을 확연히 느낄 수 있어요. 가벼운 옷차림으로 러닝 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서울의 도심, 그중에서도 광화문 일대는 서울 시민인 저에게도 참 좋은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아, 조금만 더 걸으면 청계천까지도 갈 수 있으니, 소화도 시킬 겸 가을바람을 쐬는 것도 좋은 선택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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