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제소바로 정리하는 하루

2026 가라쓰와 요부코 - #13 멘야 나라

by zzoos




여행의 둘째 날이자 가라쓰에서의 첫날밤입니다.

사가규로 저녁을 먹고, 교자바에서 2차로 마시고, 스탠드바에서 3차로 마셨어요.


이제는 슬 마무리를 할 시간입니다. 아직 자정도 지나지 않았는데 체력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네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행의 스타일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별생각 없이 라멘집 간판이 보이길래 입장했다.




음주의 마지막은 항상 라멘을 먹습니다. 두툼한 돈코츠 국물로 해장을 하면서 면으로 배를 채우는 걸 좋아하거든요.


구글맵을 꺼내서 라멘집을 검색하려다가 바로 옆 건물에 '멘야(麺屋)'라고 적힌 간판을 보고 무작정 입장했습니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곳이었어요. 멘야 나라(麺屋なら 本町本店)라는 가게더라고요.


지금 보니 간판에 아주 커다란 마제 소바의 사진이 있군요. 당시에는 저 사진을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가장 작은 글자인 '멘야(麺屋)'만을 보고 들어갔어요.




평범한 라멘집의 카운터 좌석


사진 반대편에도 테이블이 있으니, 작지 않은 규모다.




가게는 생각보다 큰 규모였고,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점령해서 시끌벅적하게 웃고 떠들고 있었습니다. 꽤 늦은 시간이었고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는 동네였는데 가게 안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군요.


며칠 동안 가라쓰에서 밤 시간을 보내본 결과 느낀 것이 있습니다. 거리에는 사람이 없지만 가게 안에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였어요. 특히 인기 있는 가게는, 요즘 어느 동네를 가도 마찬가지지만, 예약하지 않으면 방문하기가 힘들어요.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완전히 한적한 동네인 줄 알았더니 그렇지는 않더라는 거죠.




늦은 시간이지만 나마 비루 한 잔.




일단 나마 비루를 한 잔 주문하고서 메뉴판을 읽어 봅니다.


어라? 여기, 돈코츠 라멘 가게가 아니네요? 입장할 때 간판에 커다랗게 그려진 마제소바를 못 보고 지나쳤던 거죠. 어쩐지 진득한 돼지 육수 삶는 냄새가 나지 않고 있었어요.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말이죠.


메뉴판을 보니 쇼유라멘처럼 국물 있는 라멘도 취급은 하고 있습니다만, 가게의 대표 메뉴라고 적혀 있는 것은 대만 마제소바(台湾まぜそば)입니다.


나고야에서 시작된 대만 라멘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매운 고기 민치를 닭육수 위에 얹어서 먹는 라멘이라고 합니다. 이 라멘은 매운 고기 민치가 특징인데, 그걸 마제 소바에 활용한 것이 대만 마제소바라고 알려져 있어요. 실제 대만에 있는 요리는 아니라고 합니다.


대만 마제소바는 매운 음식이라서 맵지 않은 보통의 마제소바를 주문했어요. 사실 맵다고 해봐야 한국인인 저에게는 별거 아닌 매움이었겠지만, 늦은 시간에 굳이 매운 음식으로 위와 장에 무리를 주고 싶진 않았거든요.




멘야 나라의 기본이자 시그니쳐 메뉴인 마제 소바.


잘 비벼서 먹으면, 짭조름하고 감칠맛이 넘친다.




마제소바가 나왔습니다.


사누키 우동처럼 쫄깃하면서 두툼한 면 위에 이미 소스에 비벼져 있고, 그 위에 김, 부추, 대파, 생선가루(魚粉), 다진 마늘, 작은 고기 한 점 그리고 다진 고기 소스와 계란 노른자 등 다양한 고명이 올라가 있습니다.


사진을 한 장 찍고 나서 고명을 모두 면과 섞고, 한 젓가락 입에 넣으니 감칠맛이 폭발하네요. 두툼한 면발에 고기 소스를 비벼서 먹고 있자니 그 감칠맛이 '자장면'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일본에서 '라멘'이라는 음식의 위치 자체가 한국에서의 '자장면'과 비슷한 위치라고 설명하기도 하죠. 국내에서는 '중국 음식'이라고 부르는데 막상 중국에는 그런 음식이 없고, 해외에서는 '일본 음식' 또는 '한국 음식'이라고 부른다는 점에서도 그렇고요.


마제소바는 사실 자주 먹어본 음식은 아닙니다. 그래서 다른 마제소바와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 정도 수준의 마제소바가 흔한 것인지, 아니면 특별하게 잘하는 집인지 그런 걸 비교해 볼 대조군이 전혀 없어요.


어쨌든, 늦은 시간까지의 음주 뒤에 먹었다는 버프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냥 맛있게 먹었습니다.


우연히 찾아 들어갔단 마제소바 가게, 멘야 나라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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