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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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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oos Apr 03. 2020

2. 부추전

2020년 4월 3일 금요일 저녁 집밥


며칠 전에 유튜브에서 부추전 만드는 영상을 봤다. 보다 보니 갑자기 전이 먹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한 번도 부침가루를 써서 전을 부친 적이 없다. 감자를 갈아서 그대로 감자전을 부친 적은 몇 번이나 있었는데, 오히려 더 쉬운(?) 부침가루를 쓴 전은 해본 적이 없어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부추 한 단은 생각보다 양이 많다. 무생채를 만들 때 조금 잘라서 쓰고 남은 것을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오늘 꺼냈다. 꼼꼼하게 씻어서 물기를 털고 동강동강 썰어서 양푼에 담아보니 양이 너무 많다. 그래서 조금은 덜어내 부추 무침을 만들었다. 청양고추를 다지고, 건새우를 물에 불렸다. 부침가루와 물을 1:1로 넣고, 멸치 액젓을 조금, 다진 마늘을 조금 넣었다. 영상에서 봤던 것처럼 '정말 이게 전이 된다고?' 싶을 정도로 부추가 넘치는 조합이 되도록 부침 물(?)을 적게 만들었다.


부추 한 단은 생각보다 양이 많다. 한 시간이 넘도록 전을 부쳤다. 총 열두 장을 부쳤다. 그중에 세 장은 부치면서 점심으로 먹었다. 그리고 한 장은 저녁을 먹으면서 반찬으로 먹었다. 나머지는 서로 붙지 않도록 사이사이에 종이호일을 넣어 냉동실에 얼려두었다. 앞으로 야식이 필요할 때 요긴한 군것질거리가 되거나 안주거리가 될 것이다.


전에는 막걸리! 라는 명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50미터 앞에 있는 편의점에 다녀오는 게 귀찮아서 막걸리는 포기하고 집에 쌓아둔 소주를 한 병 마셨다. 전을 열두 장 부치는 것은 귀찮지 않고 150미터 앞의 편의점에 다녀오는 것은 귀찮다니.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모든 것은 코로나 때문이라고 위안했다.


그래, 핑계가 있으면 행동을 정당화하기가 쉬워진다. 그렇게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내 마음을 위하는 일이었을까 한두 명의 외부인을 만나지 않는 것이 내 마음을 위하는 일이었을까. 기분이 편해진다는 것은 이성적인 판단과는 상관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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