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그림책 메뉴_이상한 엄마(백희나)

엄마의 입장

by 그마시

‘엄마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 보기 시작한 것은, 내 나이 서른이 넘어갈 즈음부터였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엄마의 정체성은 그냥 ‘우리 엄마’ 하나였는데, 같은 여자로서 30년을 넘게 살아보고, 사회적, 심리적, 육체적 변화들을 조금씩 겪고, 친구들이 하나 둘 엄마가 되어가기 시작하면서 ‘우리 엄마’가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다는 정말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인지’ 했던 것 같다. 지금 내 나이에 이미 아이가 셋이나 있었고, 상대적으로 우유부단하였던 아빠를 대신하여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셨던 엄마는 그 당시에 아마 많이 고단하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의 입장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아마 평생 동안 그러할 것이다. 그저 이해의 폭이 좀 더 넓어질 뿐, 나는 엄마가 아니기 때문에 엄마의 인생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이렇게 쓰면서도 그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내 평생에 걸쳐서 엄마를 이해하고 또 애도하고 또 사랑하는 것임을 계속해서 되뇌고 있다.


백희나 작가의 ‘이상한 엄마’는 아이의 입장도, 엄마의 입장도 아닌 제삼자의 입장에서 쓰였지만, 희한하게도 엄마의 입장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나의 경우에는 그랬다).

비가 쏟아지는 어느 날, 직장인인 어느 엄마에게 아이(아이의 이름은 호호이다)가 아파 조퇴를 했다는 전화가 왔다. 이 전화를 받고, 엄마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는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 아니 운명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아이를 돌봐줄 ‘이상한 엄마’에게 연락이 닿고...

호호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주기 시작하는데… 요리를 하는 건지, 마술을 부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상한 엄마의, 정말 이상하지만 귀엽게 느껴지는 얼굴과 호호를 정성껏 돌봐주려는 따뜻한 마음씨에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러는 사이 드디어 아이의 엄마는 퇴근을 하고, 이상한 엄마가 만들어준 포근한 구름침대 위에 곤히 잠든 아이를 보고 안도하며, 꼭 끌어안아 준다.


이상한 엄마는 자신의 할 일을 마치고 떠나기 전 아주 큰 작별선물을 남겼다.

저 산더미 같은 오므라이스를 보면서, 손 큰 우리 엄마가 떠올랐다(아이 셋을 키우면서 손이 커졌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상한 엄마는, 좀 서툴고 이상하지만 아이의 곁을 언제나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주고 싶은 호호엄마의 또 다른 모습인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포근함과 푸짐함을 주고 싶은데 바쁜 직장생활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호호엄마의 애달픈 마음과 아이를 향한 그 간절함이 만들어 낸 마법이, 이상한 엄마의 모습으로 호호에게 전해진 게 아닐까.


다시 우리엄마를 생각해 본다. 조금 더 일찍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 입장에서 생각되는 서운함이나 상처에 집중하는 시간보다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지 더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언제나 이렇게 뒤늦은 후회를 반복하게 된다.


앞으로의 한 해 한 해가 엄마라는 한 사람을, 한 여성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서운함을 느끼고 또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들이 사실은 엄마만의 사랑표현 방식이었음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되길,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엄마가 나에게 주었던 사랑을 베풀며 살 수 있기를..


이상한 엄마 감상 tip

+ 어릴 적, 엄마에게 서운한 일이 있었다면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

+ 혹시 아이가 있는 분이라면 아이에게 완벽한 부모가 되고 싶어 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고, 이상한 엄마의 행동이 어때 보이는지 아이에게 물어보기(아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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