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입장
함민복 시인이 쓴 “선천성 그리움”이라는 시가 있다.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우리는 혼자라는 외로움을 벗어날 수 없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 잠시 외로움을 잊게 되더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외로움이 찾아오고 다시 무언가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서로 맞닿을 수 없는 심장처럼 타인에게서는 끝끝내 서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이해받을 수 없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의 존재가 시작될 때의 기억이 심장에 남아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바로 어머니의 일부.
우리는 모두 어머니의 일부가 되어, 어머니가 숨 쉬고 먹고 아파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고스란히 함께 느끼고, 어머니의 심장박동소리를 들었다. 그러다 탯줄이 끊기면서 혼자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그래서 우리는 그날 이후로 무언가를 계속 그리워하게 된 것일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혼자가 아니었기에.
어머니 또한 자신의 일부였던 아이를 마치 자기 자신처럼 여기기도 하지만, 아이에게 어머니의 존재는 아이의 전부이다. 어머니의 부재는 아이의 세상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한 사람이 한 사람 몫을 잘해나갈 수 있는 첫 단추를 잘 끼우려면 어머니와 육체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잘 분리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의 전부인 어머니가 아이에게, 어머니라는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 대해 가르쳐주고 훈련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만큼 어머니의 존재는 아이에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오늘 볼 “엄마 마중”이라는 그림책은 한 아이가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를 찾고 기다리는 이야기인데, 이 작고 귀여운 아이가 느꼈을 불안과 초조함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마음이 먹먹했다.
어른의 종아리쯤 되는 키의 쪼그만 아이가 기차가 올 때마다 ‘우리 엄마 안오?’ 하면서 엄마를 찾는다.
모두가 자기 갈길만 바쁘게 가느라 아기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데, 마음씨 다정한 기차 운전수 아저씨가, 위험하니 저기 한 곳에 서서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에 꼼짝 않고 가만히 서서 또 엄마를 기다린다.
뚱한 표정을 하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아이는, 엄마를 그렇게 한없이 기다리는데, 어둑어둑 해가 저물어갈 무렵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기다리는 엄마는 오지 않고, 하얀 눈만 하염없이 소복소복 내리는 저녁...
이태준 작가가 쓴 원작이야기에는 아이가 내리는 눈을 맞으며 계속 엄마를 기다리는 내용으로 끝이 난다고 하는데, 그림을 그린 김동성 작가는 거기에 그림 한 장을 보태었다. 바로 아래의 그림.
처음에는 눈 쌓인 지붕들만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아이가 드디어 엄마를 만나서 손을 꼭 잡고 집으로 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안도감이 들면서, 눈 녹듯 평온해진 아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마 뚱했던 얼굴은 환히 웃는 모습으로 변해있을 것이다. 아이 손에 들려져 있는 왕사탕이 왜 이리도 짠한지...
우리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의 한켠에는, 어쩌면 어머니의 일부였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함민복 시인이 명명하는 “선천성 그리움”은 아마도 어머니에게서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영원히 그리워 할 나의 어머니…
엄마 마중 감상 tip
+ 내가 기차 운전수라면 아이에게 어떤 말, 어떤 행동을 했을지 생각해 보기.
+ 내가 마지막 한 컷을 그릴 수 있다면 어떻게 그릴 것인지 생각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