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겨울준비
이른 한파가 찾아왔다. 단풍이 다 물들기도 전에 나뭇잎들이 앙상해져 가는 걸 보니 단풍구경 한번 제대로 못해본 올해는, 때 이른 한파가 야속하다. 추위를 막을 수 있는 겨울 옷이나 방한용품을 다시 꺼내며 다른 때보다 조금 더 이른 겨울준비를 하려다 보니 문득 크리스마스의 정취나 달콤한 군고구마 냄새, 겨울에만 파는 편의점 호빵의 따스함 같은 것들이 떠올라서 괜히 설레고 마음에 온기가 지펴지는 것 같다. 그렇다. 나는 사실 겨울을 좋아한다.
겨울에만 누릴 수 있는 따뜻함. 이 따뜻함이 겨울을 좋아하게 만든다.
겨울에 마실 때 유독 맛있는 따뜻한 커피나 차, 겨울에 떼는 장작불 냄새, 겨울에 먹는 따끈한 어묵, 겨울마다 울려 퍼지는 캐럴, 뜨거운 숨을 공기에 내쉴 때 보이는 입김 같은 것들은 다른 계절에서는 제대로 느껴볼 수 없는 것들이다.
프레드릭이라는 그림책에 나오는 주인공 들쥐 프레드릭도 조금은 나와 닮아있는 구석이 있다. 다른 들쥐들은 먹을 수 있는 양식을 모으며 겨울을 준비하는데, 프레드릭은 달랐다. 프레드릭은 황금빛 햇살이라든지 들판이나 나뭇잎들에서 보이는 알록달록한 색깔이라든지 이야깃거리를 만든다든지 하는 것들로 겨울을 준비한다.
나는 겨울을 잘 나기 위해서는 마음을 얼어붙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프레드릭도 알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배부르고 등 따숩다고 해도 마음이 추우면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다른 쥐들이 ‘프레드릭 왜 넌 일을 안 하니?’라고 묻는 물음에 프레드릭은 ‘나도 일하는 중이야 나는 이야기를 모으고 있어.’라고 대답한다.
사실 나조차도 프레드릭이 열심히 양식을 모으고 있는 다른 쥐들에 비해 대책 없고 무모?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프레드릭의 나도 일하고 있다는 대답을 보는 순간, 내가 ’일’이라는 것에 대해 편협한 기준과 생각을 가지고 있음이 깨달아졌다. 저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기준으로 직업을 정하기 마련인데, 육신을 채우는 양식을 중요히 여겼던 쥐들은 그것을 위해 ‘일’을 하였던 것이고, 마음을 채우는 양식을 중요히 여겼던 프레드릭 또한 그것을 위해 ’일‘을 한 것이다. 다른 이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너무 섣불리 나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아야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겨울을 나기 위해 마련한 양식이 떨어져 가고 마음도 굳어져 가는 어느 날, 쥐들은 프레드릭이 했던 겨울 준비를 떠올렸다. 프레드릭은 마치 공연을 하는 것처럼 쥐들에게 황금빛 햇살과 색색깔의 들판과 멋진 시를 선사했다.
그런 프레드릭에게 들쥐들이 말한다. ‘프레드릭! 넌 시인이야!’
다들 하니까 하는 일, 해야 하니까 하는 일, 정말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 일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 가지각색이지만, 왜 그 일을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일은 중요하다. 왜 그 일을 하는지 알고 있다면, 다른 이들을 좀 더 잘 도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록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할지라도 견딜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의 저마다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좋은 그림책. 프레드릭!
프레드릭 감상 tip
+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기(왜 그 일을 하고싶은지 생각해보기)
+ 삶의 방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