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_꽃 피는 아몬드 나무
얼마 전,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작년 생일이 엊그제 같은데 그 새 또 일 년이 지나버렸네요.
제법 많은 나이가 되었죠:)
세월의 흐름 속에서 우리 모두에게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저 역시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사랑하는 내 친구들에게 가장 큰 변화는 부모로서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
감히 나는 알지 못하는 세계이지만, 내 곁에 있는 좋은 친구들을 바라보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애쓰는 모습이 참으로 멋지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하는 나의 친구들에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나의 친구들이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조카들에게.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그림 중에서 가장 예쁘고 밝은 그림이라고 생각하는 작품.
<꽃 피는 아몬드 나무>를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고흐는 이 그림을 사랑하는 조카가 태어났을 때, 그려주었습니다. 유명한 이야기이죠.
가난하고 고단스러운 고흐의 인생 속에서,
아무도 자신의 예술을 이해해주지 않았던 화가로서의 삶 속에서
테오는 형의 이름을 따라 아들에게 빈센트 반 고흐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고흐의 이름은 고흐의 형의 이름이기도 한대요, 고흐가 태어나기 전 고흐의 형은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고 첫째 아들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한 어머니는 둘째에게도 고흐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평생 형의 그림자 속에서 살았던 고흐에게는 아픈 이름이기도 하지만, 테오는 기꺼이 자신의 아들에게 형의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아몬드 나무 꽃은 꽃을 보호하는 보호막 역할을 하는 잎이 없어 굉장히 연약한 꽃이지만,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강인한 꽃입니다. 고흐는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랑하는 조카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을 주고 싶지 않았을까요?
그 축복의 마음이 담겨 저도 참으로 애정 하는 그림이며,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그림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제 생일에 제 자신에게도 선물해주고 싶은 그림이었죠.
고흐는 이 그림을 그려준 해에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지만, 조카는 이 그림을 두고두고 침대 맡에 걸어두었습니다. 그의 나이 37살 때입니다. 너무 아까운 나이네요,
제법 많은 나이라 생각했는데, 너무너무 젊은, 아까운 나이네요.
올해, 저는 37살의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이 작품을 보면 늘 살뜰하게 여동생의 생일을 챙겼던 오빠가 생각납니다.
테오가 고흐를 보냈던 것처럼, 몇 해전 저 역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오빠를 떠나보내면서, 오빠만 잃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좋은 새 언니를 만날 기회도, 귀여운 조카를 만날 기회도 잃었음이 참으로 참으로 아팠고, 훗 날 만약 나의 아이가 생긴다면 너무나 좋은 삼촌을 만날 수 없음을 생각한 날도 있었습니다. 오빠와의 이별로 아주 추운 겨울을 맞이했지만, 시간이 지나 오빠가 나를 언제나 축복해주고 응원해준다는 믿음이 있어서인지 저는 다시 꽃을 피우고 향기를 전하고 인생의 봄날들을 즐길 줄 아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유난히도 생일을 좋아하는 저는,
이번 해에도 참 많은 축하를 받았습니다. 아, 축복이라는 말이 더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의 축하와 함께 조카들의 축하도 함께 더해졌죠. 편지도 받았답니다.
아직 철이 덜 들어서인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참 행복합니다. 여전히 험난한 세상 속에서 부단히 행복해지기 위해 애쓰는 저는 조카들이 세상에 상처 받지 않고 많이 많이 행복하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행복한 생일을 보냈다고 오빠에게 말하고 싶고,
진심을 담아 나를 축하해준 친구들에게, 오빠의 친구들에게:)
그리고 친구들의 가장 소중한 보물들에게 사랑을 담아 이 그림에 담긴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