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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쇼 Mar 20. 2018

동글동글 케냐 피베리

Kenya Peaberry / Nyeri Mumbi TOP

잔뜩 비가 내리고 난 뒤라 오늘 하늘은 참 맑다 . 근데 슝슝 바람이 .... ' 태풍이었나요 ?? ' 

흡사 섭지코지에서 체험한 귓방맹이 후려치는 돌풍이 온 사방에 나부꼈다 . 

신호를 기다리며 752 버스가 오나 안오나 전전하다 버스정류장에 도착 , 전광판 속 ' 2분 ( 여유 ) ' 까지 확인하며 다행을 외친다 . 내가 탈 버스에 사람이 많은지 적은지까지 알려주는 서비스 ! 새삼 IT강국 하이테크 코리아에 감탄하며 사랑하는 락스타들의 음악을 켜고 따뜻한 버스에 오른다 . 손가락 발가락 끝이 간질간질해졌다 . 

" 빨리 집에가서 커피 마셔야지 . "


♪ 히피는 집시였다 - 어여가자 (Acoustic Ver.) https://youtu.be/s3_P_QihpBE

- 오늘의 커피 [케냐 피베리 움비]와 추출 도구 -


내 삶의 모든 것은 음악 그리고 커피로 이어진다 . 갓 볶은 맛있는 커피 , 좋아하는 음악 잔뜩인 우리집 . 

일어나 기지개를 쭉 펴고 공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떠올려 재생한다 . 그 음악에 맞춰 마시고 싶은 커피를 머릿속에 그려내 원두를 고른다 . 단일 원산지(Single Origin) 혹은 여러품종을 섞어(Blended Coffee) 날마다 추출 도구나 방법을 달리해 브루잉을 즐기고 있다 . 워낙 소비하는 원두의 양이 많다보니 집에서 직접 커피를 볶아마신지 15년정도 되었기에 누릴 수 있는 작은 호사 . 3월부터 새벽에 일어나 일본어 공부를 가는데 , 오늘은 시간이 촉박 해 집을 뛰쳐나가다시피 했으므로 허둥지둥 이어폰만 챙기고 커피를 준비하지 못했다 .

 

수업 내내 카페인 수혈이 시급함을 느끼며 ' 어서 집에 돌아가야지 ' 하는 생각만 가득 . 

그래서 더욱 절실하게 다가 온 '히피는 집시였다'의 " 어여가자 " 라는 곡 . 힘을 뺏지만 꾹꾹 눌러담은듯 들려오는 이 곡은 특히 어쿠스틱 버젼을 좋아한다 . 보컬 Sep의 몽환한 실키보이스 , 프로듀서 Jflow가 만들어낸 응축된 멜로디 , 질감에 어울리는 오늘의 원두는 케냐 피베리(Peaberry)로 당첨 ! 케냐 니에리(Nyeri)지역 움비(Mumbi)라는 곳에서 수확 된 생두(볶기 전의 커피)다 . 더불어 니에리는 붉은 화산토가 풍부해 스페셜티커피가 많이 생산되고 있는 곳이다.

- '히피는 집시였다'와 앨범 [나무] 커버 -


보통 커피체리 속에 콩은 한 쪽 씩 대칭으로 2개가 들어있는데 , 이 지점에서 피베리는 돌연변이로 취급된다 . 체리 속에 귀엽고 동글동글한 커피콩이 1개만 들어있기때문 . 그래서 어떤이들은 2개로 나뉠 맛과 향이 1개의 열매로 자랐으니 더 응축된 맛과 풍미가 깃들어 있다고 ( 과학적으로 증명 된 것은 아닌 " 썰 " 이다 ) 한다 . 어쨋든 케냐에서 나고 자란 커피 대부분이 멋진 과육의 향기와 자몽으로 비유되는 산미를 가지고 있으니 중강볶음 사이에서 줄타기하듯 잘 맞추면 어마어마한 단맛 역시 올라온다 . 내 몸속에 빨리 카페인을 공급해야 했고 , 실크같이 꿀렁꿀렁한 목넘김도 원했기에 추출도구는 미스터 클래버로 정했다 . 20gram의 피베리 원두를 계량해 잘 갈아주고 , 200ml의 뜨거운 물을 클래버에 부어 1분 후 스틱으로 휘휘 저어준 뒤 다시 1분을 기다렸다 추출하면 약 170ml의 커피원액이 나온다 . 50ml 정도의 뜨거운 물을 섞어 온도도 조금 올리고 희석하는게 클래버를 이용 해 직접 볶은 미디엄 로스트 케냐 피베리를 즐기는 나만의 방식이다 . 

-  피베리(왼쪽)종과 일반 원두 모양 비교 -


과하지 않은 적절한 산미와 풍성한 향을 만끽한 뒤 한 모금 , 입안 가득 퍼지는 단맛을 만끽하며 " 후우~~ " 하고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민망한 함박웃음을 지우며 미션 컴플리트 ! 

녹록치 않은 도시의 삶 속 에서 오늘도 작은 일상을 지켜낸다 .


글/사진 ㅣJumi Kim https://brunch.co.kr/@zzu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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