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돈은 결국, 나를 단련하는 도장이었다 (8-2)
처음엔 단순히 돈을 벌고 싶었다.
오르고 내리는 숫자에 하루의 기분이 흔들렸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숫자 뒤에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요즘 우리 부부는 인생의 동반자로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그동안의 작은 루틴들이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눈에 띄는 책을 읽었다.
하얀 도화지를 조금씩 스케치하듯, 내 지식을 채워 나갔다.
경제 뉴스부터 세계정세, 기술의 변화까지 닥치는 대로 들었지만, 처음엔 그저 흘려듣기만 했다.
그런데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머릿속에 작은 연결선이 하나둘 그어지기 시작했다.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
지금의 상황이 왜 이런지, 주식이 왜 오르고 떨어지는지, 앞으로의 흐름이 어떻게 이어질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예전엔 이해가 안 됐던 것들이 하나둘 이어지는 게 신기했다.
매일 똑같이 행동했지만, 어느 순간 머릿속의 정보들이 퍼즐처럼 맞아가기 시작했다.
정말 책에서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게 놀라웠다.
이 모든 변화가 시작된 지 벌써 1년 반쯤 된 것 같다.
그전엔 정치나 경제, 세계 이슈 같은 건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냥 외면하며 살았다.
재미없던 공부를 억지로 반복했지만, 어느 순간 귀가 트이고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세계의 흐름과 관련된 책들을 보면 너무 재미있다.
"그래서 이렇게 진행되는 거구나."
"역사는 정말 반복되는구나."
지금의 현실이 이미 책 속에서 예견되어 있었다는 걸 깨닫고 놀랐다.
전문가나 학자들은 이런 눈을 가진 분들이구나, 새삼 존경스러웠다.
최신 도서라 해도 집필 시기와 발행 시기를 생각하면 이미 그때부터 지금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런 시야를 가진 사람들이 참 멋있었다.
나도 언젠가 그런 눈을 갖고 싶었다.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다.
세상을 이해할수록, 사람도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엔 내 안의 부족함만 보였는데, 이제는 함께 배우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더 크게 느껴진다.
서로 다른 눈으로 같은 세상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 자체가 공부가 되었다.
요즘은 가족 모두가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세 달에 한 번은 서점에 가는 것도 이제 우리 가족의 작은 의식이 되었다.
도서관도 자주 가지만, 서점에는 또 다른 공기가 있다.
신간 코너의 분위기 속에서 요즘 어떤 주제가 주목받는지,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던 중 젊은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재테크 코너에서 한 권의 책을 두고 나란히 앉아 대화하며 배우고 있었다.
서로 묻고 설명하며 함께 공부하는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나는 저 나이 때 뭐 했을까?'
잠깐 그런 생각이 스쳤지만, 후회는 없다.
그때의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으니까.
그들은 각자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나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요즘 젊은 세대는 확실히 현명하게 살아간다.
머리도 좋고, 다재다능하며, 무엇보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기성세대처럼 술로 달래지 않는다.
회식도 간단한 저녁 식사로 마무리하고, 커피 한 잔을 곁들여 대화를 나눈다.
그들의 건강한 에너지를 보며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고, 늦깎이인 나 역시 더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휴식을 하며 숏츠를 보다가 우연히 광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오건영 단장이 강연하는 2025 동아재테크쇼'
평소 경제와 재테크 영상을 즐겨 보던 터라, 알고리즘이 정확히 나를 겨냥한 것이다.
오건영 단장은 [환율의 대전환]의 저자이자, 신한은행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실무 전문가다.
처음엔 뭔가 싶어 찾아봤더니, 매년 동아일보에서 열리는 행사였다.
사전 예약을 하면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걸 알고, 바로 신랑에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우리는 결심했다.
올해 미뤄왔던 여름휴가 4일 중 하루를 '성장을 위한 시간'으로 쓰자고.
그날 아침, 출근 시간을 피해 지하철을 탔다.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강연장에 도착하니 이미 사람들로 붐볐다.
첫 강연은 [환율의 대전환]의 저자, 오건영 단장이었다.
200명 넘는 좌석이 꽉 차 있었고, 뒤편엔 서서 듣는 사람들까지 줄지어 있었다.
처음 가 본 재테크쇼였는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이른 시각부터 공부하러 모인 사람들의 열정이 대단했다.
어르신들, 부부, 직장인, 대기업 관계자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주식 강연장과 부동산 강연장이 동시에 열렸는데, 우리는 주식 쪽을 택했다.
물론 모든 강연이 재미있던 건 아니지만, 인지도가 높은 강연자가 등장할 때면 공기 자체가 팽팽해졌다.
다들 메모를 하며 집중했고, 그 열정적인 분위기에 나도 휩쓸렸다.
어르신들은 절세강연을 들으며 자식들에게 물려줄 재산 공부를 했고,
젊은 부부들은 함께 앉아 집중하며 배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등산복 차림의 장년들도 진지하게 필기를 이어갔다.
그 모든 모습이 하나같이 인상 깊었다.
그날 많은 걸 보고 느꼈다.
세상에는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동안 이런 세상이 있는지도 몰랐다.
관심이 없었으니,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예전처럼 살았다면 그 광고를 봐도 그냥 지나쳤을 테다.
관심이 생기니까,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우리는 여름휴가 하루를 배움에 썼지만, 그 하루가 그 어떤 여행보다 값졌다.
정말 알찼고, 뿌듯했다.
"내년에도 꼭 오자." 신랑과 그렇게 약속했다.
그날 이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뉴스 한 줄, 경제 지표 하나에도 사람들의 삶이 느껴졌다.
금융문맹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나라 전체에 깔려 있었다.
아마도 내 주변이 변한 게 아니라, 내가 변했기에 세상이 다르게 보인 걸지도 모른다.
지금은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배우며 성장할 수 있음에, 그리고 같은 길을 함께 걷는 신랑이 있음에 마음이 든든하다.
지금의 모든 과정이 결국, 미래의 나를 자유롭게 만들고 있음을 안다.
생각해 보면, 20대 때 간절히 바라던 꿈이 이미 내 앞에 있었다.
가정적인 남편과 함께 화목한 가족을 이루고, 도서관이 가까운 넓은 집에서 책이 있는 저녁을 보낸다.
그걸 깨달았을 때 전율이 일었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가 꿈꾸던 삶 위를 걷고 있었다.
이제는 내 노후를 지탱해 줄 능력을 키울 차례다.
돈이 돈을 벌어주는 구조를 만들고, 노동이 아닌 내 능력으로 풍요롭게 살 것이다.
지금의 배움이 내게 딱 맞는다는 걸 느낀다.
익숙해지는 과정이 즐겁고, 성장의 속도가 행복하다.
나는 확실히, 내 힘으로 나답게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다.
돈이 아닌, 배움에서 자유를 얻고,
성장에서 평온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