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시절, 농구에 인생을 건 듯 매일같이 농구에 몰두하던 남자를 만났다.
하나의 열정에 몰두하고, 그 세계에서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남자. 등번호만 봐도 " 저 사람 잘해~"라는
말이 나왔고, 속공은 소닉처럼 빠를 만큼 날쌘 움직임을 자랑했다. 그런 모습이 참 멋지고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그 멋진 모습이, 그의 삶이 너무도 벅차게 다가왔다.
사실 지독히도 외로웠다.
만삭이던 나를 데리고 전국 팔도를 원정 다니는 일도 있었다. 차디찬 농구장 벤치에서 밤을 보내고, 그 후엔 어김없이 술자리까지 이어졌다. 그냥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굳이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처음 겪는 임신과 출산, 갓난아이를 온전히 책임지고 돌봐야 하는 그 시기였다. 몸은 지치고, 임신과 출산의 후유증으로 부어있고, 낯선 몸과 낯선 삶 속에서 나는 나를 추스르기도 버거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신랑은 예전 청년 시절처럼 열심히 일하고, 주말이면 당연하다는 듯 농구를 하러 다녔다. 그걸 보면서 속이 뒤집혔다. 결국 수많은 다툼이 이어졌다.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 아니! 다른 남자들은 술 마시고, 딴 데 한눈팔고 그러는데, 난 그냥 운동만 하는데 그거 하나 못 하게 해?"
그 말에 진짜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얘졌다.
"뭐라고? 그럼 나는!! 나는 놀 줄 몰라서? 취미생활 하고 싶지 않아서 이러고 있는 줄 알아?
필요할 때만 찾고, 애 낳고 키우는 기계처럼 여기는 거야? 어디 하늘 같은 여자 앞에서 무슨 개소리야!!"
그렇게 으르렁거리며 싸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인들에게서도 들었다.
"남편이 운동을 한다는데 그건 좀 받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 딴 여자한테 한눈파는 것도 아니고, 건전하게 운동하는 건데 네가 너무한 거 아냐?"
그럴 때마다 속에서 천불이 났다.
나도 놀 줄 알고, 나도 취미생활 할 줄 안다. 운동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다만, 함께 만든 가족이 있다면, 어느 정도 양보도 하고, 횟수도 줄이고, 가정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언제까지 청년처럼 '나 혼자만' 인생이 있는 것처럼 살 순 없지 않나. 그건 이기적인 거잖아. 난 애 낳으려고, 애 돌보려고 결혼한 사람 아니다.
그리고!! 결혼했으면 당연히 의리 지키고 한눈 안 파는 게 기본 아닌가? 왜 그게 "남자들은 운동하는 것만 해도 건전하네~딴 데 안 가서 다행이네~" 같은 말로 포장되는데? 여자들도 한눈팔 수 있어. 이건 너무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신랑과 치열하게 싸우며, 갓난아이를 두고도 대화를 넘어서 전쟁을 치렀다. 그래도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신랑도 조금씩 '아빠'가 되어갔다. 좋아하는 농구는 여전히 놓지 않았지만, 눈치를 보게 되고, 일정도 가족에게 맞춰 조율하게 됐다. 농구는 그 사람에겐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열정이니까. 지금도 금요일 저녁마다 일을 마치고 꾸준히 나간다.
예전 같으면 막무가내로 역정을 내며 강행하며 안 빠질 농구를 가끔은 패스하기도 한다.
오기 부리던 시절과는 달라졌다. 현재 함께하고 있는 농구팀 사람들도 대부분 기혼자들이고, 그들도 가족 눈치 보며 농구하는 사람들이니까. 농구대회를 앞두고는 몇 주 전부터 집안일을 돕고 가족 눈치를 살피며 준비하더라. '그만두라'는 게 아니다. 다만, 이런 균형이 그냥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누군가의 희생과 이해로 가능하다는 걸 알리고 싶다.
그리고... 결혼하고 '건전하게 운동하는 남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남자만 본능 있어? 여자도 본능 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건 정(情)과 의리로 유지되는 거라고 믿는다.
그럴 거면 차라리 결혼하지 말고 마음껏 운동하며 혼자 살았어야지. 자기가 만든 가족은 방치하고, 돈만 벌어다 주면 끝인 삶. 내가 원했던 결혼은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신혼 시절, 농구와 전쟁을 치렀다.
지금은? 그래도 평화롭게 농구 보내고 있다. 단...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5~6시간을 달려 농구대회에 나간다. 이 열정, 인정은 한다.
하지만 나는 걱정된다. 몸무게는 늘어나고, 농구하고 돌아온 다음 날이면 허리는 휘고, 어깨는 아프고, 무릎은 쑤시고, 몸 아프다는 걸 표현조차 못하고 있는 남편을...
농구가 좋은 건 알지만, 몸 관리는 해야지. 관절도 지켜가면서 해야 잔소리 안 듣지.
언제까지 이 전국 농구 원정을 계속해야 할까. 6월에도 또 떠난다. 그 지긋지긋한 농구원정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