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정도 일하고 보니, 같은 미국 안에서도 부동산을 얘기할 때 주로 거론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을 어느정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크게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동/서부의 대도시 (샌프란시스코, LA, 뉴욕 등)가 주요 지역이고, 내륙이더라도 일자리가 많이 받쳐주는 지역(덴버, 오스틴 등)도 있다. 이 중 특히 주택/아파트 마켓에서 늘 얘기하는 곳 중 하나가 Florida이다.
2020년 가을 즈음 코로나가 만연하고 백신도 나오기 전, 어쩌다가 플로리다에 살기로 결심한 적이 있었다. 뉴욕 아파트에서 내는 렌트는 여전히 비쌌고, 재택근무라 사무실은 나가지 않으니 굳이 복잡한 도시에 있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아파트 계약이 끝나는 10월 즈음에 맞추어 비행기로 2시간이면 가는 Tampa에서 한 달 정도 에어비앤비를 해보기로 하였다.
그렇게 시작한 한 달이 세 달이 되고, 그리고는 Miami로 옮겨서 세 달을 살았으니 6개월간 남편과 가방 4개로 대충 떠돌이 생활을 이어갔다. 어차피 겨울 코트는 필요도 없고 하니, 내일 버려도 아깝지 않은 옷들만 왕창 챙겨가서 다시 돌아올 때 미련없이 싹 다 버리고 옴 ㅎㅎ
10월의 템파는 아주 눈이 부신 햇살과 깨끗한 바다가 있었고, 여러가지 일로 마음이 복잡했던 나에게 큰 힐링을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쭉 3월까지 초여름 같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돌아보니 나와 똑같은 이유로, 훨씬 따뜻하고 집 값이 싼 곳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내려오는 바람에 플로리다는 아주 비싼 지역이 되어버렸다. 그 때 둘러보았던 집들이 괜찮은 위치에 대략 방 2개 정도면 $30만달러(4억정도) 정도였는데 이제는 $80만달러 이상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어떤 회사들은 재택근무를 하는 김에 전부 다 본사를 그리로 옮겨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 덕분에 돈을 잘 버는 인구가 지역에 급증했고, 2021년 플로리다 주요 마켓의 월세 증가율은 꾸준히 두 자리 수를 유지했다. (보통은 3-4% 정도가 일반적)
월세 좀 아껴보겠다고 내려갔다가 사실 뉴욕이랑 비슷한 값을 내버린 셈이 되긴 했지만, 그 때 내려가 살면서 그 지역을 알게 된 것은 나에게는 큰 자산이었다. 인종구성이나 정치적 성향에서 아주 나와 잘 맞는 주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현재 플로리다의 큰 과제는 보험과 천재지변 문제다. 내가 관심이 있든 없든 지구온난화는 계속되고 있고, 22년 여름에는 허리케인 Ian으로 인해 많은 집이 망가지고 사람들이 갈 곳을 잃게 되었다. Property Insurance는 갈수록 증가하는 천재지변을 커버하기 위해 프리미엄을 높이고 있고, 보험회사들은 이미 플로리다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보험은 건물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비용이니 운영 비용이 증가하면 이익을 내기가 어렵다. ‘아니 설마’ 했던 지구 온난화 문제가 기업의 이윤을 좌우하는 시대가 오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