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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사업에 대한 생각

by 초코머핀

아무리 생각해도 책을 쓰는 것이 사업을 한 번도 안 해본 나 같은 초짜에게는 아주 적절한 시작인 것 같다. 어쨌든 뭔가를 파는 것이 사업이고, 그 '뭔가' 중에 그래도 책은 다른 제품에 비해 비교적 만들기 쉽다. 후후 시작하는 아이템을 나름 잘 선택한 것 같아 뿌듯하다.


왜냐? 우선 초기 투자 비용이 아주 적다.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을 글로 깔끔히 적는 것이니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준이다. 고객 관리도 용이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구매한 후 애프터서비스까지 요청하지는 않으므로, 고객 만족을 위해 콜센터를 만들 필요도 없다.


bookstore.png 이제는 온라인에서 책을 팔 수 있으니 서점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서점이 없어지는 건 아쉽지만...ㅠㅠ)


그런데 의외로 극복하기 힘든 것은 바로 나의 고정관념이었다.


나는 오랜 시간 동안 물건이 아닌 지식과 같은 무형의 것을 공유하고 돈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이 있었다. '남이 모르는 게 있으면 그냥 알려주면 되지. 정 떨어지게'와 같은 생각이 오랫동안 내 마음 안에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지식사업은 우리의 일상에서 매우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우선 학원: 학교에서 다뤄주지 못하는 지식을 보충하러 학생은 학원에 간다. 학원에 가서 친구를 만드는 등의 부가적인 가치도 있지만, 일단 지식의 전달이 학원의 주목적이다.


심지어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 해도, 학원은 더 탁월한 전달방식으로 학생을 모은다. 지루한 내용을 귀에 쏙쏙 들어오게 가르치는 일타강사 선생님을 찾아, 사람들은 기꺼이 큰 비용을 지불하고 수업을 듣는다.


또 하나는 법률 상담이다. 법률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변호사가 되어야 하는 진입장벽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변호사는 물리적인 어떤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판다.


이 두 가지 지식 산업의 예시만 보아도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파는 것의 형태 (유형/무형)이냐가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노하우의 가치가 적절한 보상으로 이어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지만 점점 더 그리 될 것 같다. 거기에 맞춰 우리도 계속 스스로 가진 무형자산을 세상에 내어 놓는 연습을 해야 하고 말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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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오늘도 그냥 글을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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