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책을 쓰는 것이 사업을 한 번도 안 해본 나 같은 초짜에게는 아주 적절한 시작인 것 같다. 어쨌든 뭔가를 파는 것이 사업이고, 그 '뭔가' 중에 그래도 책은 다른 제품에 비해 비교적 만들기 쉽다. 후후 시작하는 아이템을 나름 잘 선택한 것 같아 뿌듯하다.
왜냐? 우선 초기 투자 비용이 아주 적다.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을 글로 깔끔히 적는 것이니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준이다. 고객 관리도 용이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구매한 후 애프터서비스까지 요청하지는 않으므로, 고객 만족을 위해 콜센터를 만들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의외로 극복하기 힘든 것은 바로 나의 고정관념이었다.
나는 오랜 시간 동안 물건이 아닌 지식과 같은 무형의 것을 공유하고 돈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이 있었다. '남이 모르는 게 있으면 그냥 알려주면 되지. 정 떨어지게'와 같은 생각이 오랫동안 내 마음 안에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지식사업은 우리의 일상에서 매우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우선 학원: 학교에서 다뤄주지 못하는 지식을 보충하러 학생은 학원에 간다. 학원에 가서 친구를 만드는 등의 부가적인 가치도 있지만, 일단 지식의 전달이 학원의 주목적이다.
심지어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 해도, 학원은 더 탁월한 전달방식으로 학생을 모은다. 지루한 내용을 귀에 쏙쏙 들어오게 가르치는 일타강사 선생님을 찾아, 사람들은 기꺼이 큰 비용을 지불하고 수업을 듣는다.
또 하나는 법률 상담이다. 법률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변호사가 되어야 하는 진입장벽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변호사는 물리적인 어떤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판다.
이 두 가지 지식 산업의 예시만 보아도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파는 것의 형태 (유형/무형)이냐가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노하우의 가치가 적절한 보상으로 이어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지만 점점 더 그리 될 것 같다. 거기에 맞춰 우리도 계속 스스로 가진 무형자산을 세상에 내어 놓는 연습을 해야 하고 말이다 ㅎㅎ

그러니 오늘도 그냥 글을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