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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팔아야 할까?

by 초코머핀

아니 1인 기업을 만들 결심은 했는데, 내가 뭘 팔 수 있을지를 도무지 모르겠다.


아마 나처럼 대부분 인생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낸 사람들의 공통적인 고민이 아닐까?


어쩌면 당연한 고민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우리가 화이트 칼라라고 부르는, 회사원이 하는 업무는 뭐랄까... 콕 찝어서 어떤 일이라고 확실히 말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복잡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의 직장 업무는 한마디로 '부동산'이지만, 자세히는 기업, 연기금, 보험사 등의 기관 투자자들이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맡긴 돈으로 건물을 사고, 건물 유지보수 관리와 레노베이션을 통해 가치를 올려 몇 년 후 파는 일이다. 기업은 개인이 흔히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산업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돌아가고, 몇 년 일 해본 나 조차도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다.


그러니 회사에서 배운 지식을 이용해 밖에 나와 스스로 뭔가를 해보기가 쉽지 않다. 설령 회사에서의 업무를 확실하게 정의할 수 있다고 한 들, 애초에 많은 조직이 협업해야 가능한 일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만약 내가 식품회사에서 맛있는 라면을 개발하는 팀에 있었다고 해도 - 세상 가장 맛있는 라면을 만드는 노하우를 외워 읊을 수 있다고 해도 - 막상 나와서 내가 라면을 직접 팔려면 맛 만으로는 부족하다. 포장도 잘 디자인해야 하고, 슈퍼마켓에 유통도 해야 한다. 재고 관리도 필수다. 그렇게 고객에게 내 라면이 전달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흔한 라면 하나조차도, 만들기 위해선 수많은 사람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여기까지 오니 막막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나는 정말 조직의 한 부품으로 살아온 것이었구나. 회사가 나를 떠밀어버리면 난 혼자서 뭘 할 수 있을까? 역시 스스로 뭔가를 만든다는 건 애초부터 무리한 도전이었나ㅠㅠ


이 괴로운 마음을 알아차리기 시작한 것이 한 2년 전쯤이다. 미국에 오면 뭐가 좀 다를까 했는데, 어떤 면에서는 사정이 낫지만 (경제 규모가 비할 수 없이 크고 다양한 비즈니스가 많음. 나이와 상관없이 일을 찾을 수 있음), 또 어떤 면에서는 갑갑한 마음이었다 (이민자로 남들에 비해 한참 모르는 것 같은 기분. 고립된 느낌)


답은 보이지 않고, 마음을 어디다 풀 곳이 없어 글이라도 쓰기로 결심했다. 바로 여기 이 브런치에 말이다. 23년 2월이었다. 뭘 썼냐고? 그냥 살아온 이야기, 일 하는 이야기, 생각하는 것들을 마구 썼다.


그런데 돌아보니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글을 쓰고 난 이후부터,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하면서 그 막막한 질문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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