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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회사에 가기 싫어졌다

by 초코머핀

어느 날 회사에 가기 싫어졌다.


아니 이 일을 어떡한담! 모아 놓은 돈이 앞으로 쭉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지도 않고. 무엇보다 출근하기 싫은 건 하루이틀 일은 아니었는데... (-_-) 내 마음이 갑자기 왜 이럴까?


회사하면 왠지 떠오르는, 그동안 마신 수많은 테이크아웃 커피


직장에 다니며 즐거웠던 순간이 하나도 없었던 건 아니다.


14년 전, 서울에서 첫 직장에 입사했을 때 내 마음은 설렘 대폭발이었다. 세상을 모르던 학생에서 벗어나 드디어 뭘 좀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목걸이 같은 사원증을 찍고 번쩍거리는 빌딩에 들어가며, 입사 동기들이랑 퇴근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쏠쏠한 재미를 만끽했다.


6년 전 미국에서 첫 풀타임으로 출근할 때도 모든 걸 다 가진 기분이었다. 가뭄에 콩 나듯 오던 기회와 수많은 거절 속에 나를 뽑아준 회사가 너무 고마워서, 영혼까지도 기꺼이 내어주며 일하겠노라고 마음을 먹었다. 실제로 처음 몇 년 그 마음으로 일했던 시간.. 고생스러워도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회가 나에게 '이러이러한 걸 해내면 사람들이 대단하게 봐 줄거라'라고 생각했던 것들, 또는 예전에는 막연히 어렵게만 생각했던 일들 - 대기업 취업, 미국 MBA, 금융권 업무 등등 - 을 하나씩 도장 깨기를 하며 내 자신감도 같이 상승했다. 여전히 살면서 스스로 이뤄낸 것들은 나를 심리적으로 든든하게 지켜준다.





그렇게 좋은 마음으로 쭉 다닐 수 있으면 좋으련만, 회사는 감사한 마음만 갖고 다니기에는 난이도가 좀 더 높았다. 한국이건 미국이건, 직장은 생존의 문제가 달려있으므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더 높은 직급과 많은 보수를 위해 나름의 전술?을 펼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적절히 잘 싸워줄 수 있는 능력, 떠밀려 오는 일을 적절히 밀어내며 호감도 잃지 않는 능력 등. 살아남기 위한 각종 전략이 추가로 필요한 곳이 회사생활이었음을 이내 이해하게 되었다.


게다가 지금 살고 있는 여긴 내 홈그라운드가 아니었던 걸 깜박하고 있었지 뭔가! 마치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날카롭게 칼을 갈고(혀를 내두르는 말빨) 갑옷도 입고(받쳐주는 인맥) 전투에 뛰어든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살 길을 찾고 있었다.


이민자로 와서 이 정도면 정말, 정말로 잘해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그저 나와 내 가족이 잘 살아가기 위해 직장을 다니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현실은 피할 수 없는 경쟁을 하는 동안 중요하지 않은 것에 (이를테면 의미 없는 회의와 논쟁..) 하루를 전부 소모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 날 2시간짜리 길고 긴 미팅에 앉아 있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이 두 시간을 다르게 쓰면, 몇 년 후에는 진짜 뭐라도 되어있지 않을까?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이 두 시간 여기 앉아 있는 것보다, 할 수 있는 다른 게 많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인생을 가꾸기 위해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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