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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와이의 직장인

by 초코머핀

며칠 전 오랜만에 친구와 통화했다. 친구가 묻는다.


"그래 하와이에 살아보니 얼마나 좋으냐!!"


10월 말인 지금은 이제 호놀룰루살이 5개월 차. 적응도 어느 정도 되었고, 지역이름도 하나씩 익혀가는 중이다. 언제 봐도 놀라운 자연과 친절한 사람들. 분명히 하와이만의 초특급 장점들을 몇 개쯤은 쉽게 나열할 수 있다.


하지만 친구의 답에 떠오른 첫 생각은 '여기도 비슷해'였다. 나는 여기나 저기나 변함없이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일주일 중 5일을 꽉 채워 사무실에 있다가 나오는 바로 그 보통의 회사원...!



눈이 떠지지 않는 아침, 반 만 깬 상태로 출근해 커피를 내린다. 정신을 좀 차리고 나면 쌓여있는 이메일을 체크하고 오전 회의에 들어간다. 11시 반 점심시간은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배고프면 서러우니깐 야무지게 싸 온 점심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2분 돌려 데워먹는다. 밥을 다 먹으면 쉬는 겸 소화시키러 회사 근처 공원을 20분 정도 산책하고 사무실로 돌아온다.


오후가 되어 집중력이 떨어지면 혹시 탕비실에 맛있는 간식이 없는지 살짝 체크한다. 어쩌다 누가 나눠먹으라고 놓고 간 과자가 있다면 그날은 매우 행벅하다. (>.<) 지루함의 고비인 2시-5시를 보내고 나면 드뎌 퇴근시간이다. 누가 누가 벌써 퇴근했는지를 파악하다가 분위기가 괜찮은 것 같으면 나도 조용히 빠져나온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여기가 여의도인지 뉴욕인지 호놀룰루인지 구분이 하나도 안 가는군 하하. 일상의 자잘한 디테일은 다르긴 해도,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이 또한 먹고살기 위해 정해진 루틴을 지켜가며 사는 삶이다.


전세계 모든 직장인들에게 화이팅을 보내며..!


AI한테 하와이에서 신나게 출근하는 직장인 그려달랬더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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