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게나마 이사를 마치고 한숨 돌리니, 며칠 후 드디어 긴장되는 순간이 왔다.
바로 호놀룰루에서의 첫 출근날
주 산업이 관광업인 이곳은 다른 산업이 그리 많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나름 활발한 분야가 부동산이다. 그간의 경력을 살려 하와이 부동산 개발회사에 취업을 했고, 오늘은 출근하는 바로 첫날이다.
나의 상상 속 하와이 출근은 해변 앞에 있는 리조트가 배경이었다.
느긋한 분위기에 짬짬이 칵테일을 마셔도 될 것만 같은 그런 직장생활. 크흐아 누구나 부러워할 바로 그 천국의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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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역시나 직원의 바람일 뿐 ㅎㅎㅎ
다른 도시에서도 흔히 볼 법한 다운타운의 높은 빌딩에 8시에 맞춰 들어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7층 사무실에 도착해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났다. 동양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인구구성이 왠지 모르게 나를 편안하게 해 준다. 심지어 일본계 후손이 많은 지역답게 사무실 직원의 50% 이상은 일본 성을 가지고 있다.
그간 미국 어디에서든, "난 한국사람이야"라고 하면 그냥 그런 갑다 하던 사람들을 보다가, 갑자기
"오 코리안?? 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좋아하고 화장품은 설화수를 쓰는데!!"라고 외쳐주는 동료를 만나다니 이리도 반가울 수가.
사장님은 환영의 점심식사로 근처 맛집에 데려가 주셨다. 점심 메뉴는 나베.
본토에서는 점심시간은 고사하고 일하다 틈나면 개성 없는 샐러드만 빨리 먹어치웠던 나에게, 점심 식사로 나베라니! 뜨뜻한 국물만큼이나 뜨거운 감격의 순간이다. 푸짐한 요리로 배를 잘 채우고 오니 앞으로 열심히 일할 맛이 난다.
지난 십몇 년간 여기저기서 했던 사회생활을 떠올리며 회사라는 곳에 대한 기대라곤 전혀 하지 않고 왔는데, 첫인상이 괜찮은 곳이다. 이번에는 오래 다녀볼 수 있기를 희망하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