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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으로의 이사

by 초코머핀

자 이제 그다음은 이사를 가기 위해 짐을 꾸리는 단계


거리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바다 한가운데 섬으로 이사하게 되었으니 이민을 또 한 번 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새 직장에 출근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딱 5주. 한 달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방 두 개짜리 아파트 살림을 정리해서 호놀룰루에 도착해야 한다.

시간제한이 있는 프로젝트가 생긴 것처럼 갑자기 몸과 마음이 빛의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삿짐을 배에 실어 보내면 무게당 가격을 매기게 되므로,

구석에 꽁꽁 숨겨놓기만 하고 하나도 안 쓰는 물건을 과감히 내어놓기로 했다.

작년에 구매했지만 안타깝게도 쓸모가 없어질 작은 난로는 친구에게 기증하고

색깔별로 장만했던 내 소중한 스웨터들도 구세군에 옷 기증코너에 내려놓는다 (ㅠㅠ)



시카고에서 만난 좋은 친구들과도 작별인사를 고한다

하와이로 이사 간다고 했드니 동네 친구가

"그 좋은데 너네만 가서 참 좋겠다 이것들아! 잘 먹고 잘살아라!!"

하고 찰진 응원의 멘트를 남겨준다 ㅋ

하와이에서 바텐더로 사는 게 꿈이라는 친구에게

언제라도 오면 우리 집 방 한 칸을 내어줄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동네에서 좋아하던 산책로도 여러 번 다시 걸었다.

이제 봄이 찾아온 동네는 딱 그때 꽃이 참 예쁘게 피었다. '미국의 도시 근교'하면 흔하게 떠오르는 이미지인 중서부의 작은 이 동네는, 이제 이사 나가면 어쩜 평생 올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쫌 추웠지만 암튼 그간 우릴 잘 보살펴준 동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역시 떠날 때가 되니 모든 게 다 아름다워 보이나 봄)


그렇게 정리에 정리를 거쳐 배로 큰 물건을 실어 보내고

드디어 5월, 출근 1주일 전. 이민 가방 네 개와 함께 호놀룰루 편도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후아! 아무도 다치지 않고 잘 마무리한 이사에 안도하며 기절하듯 자고 일어나니

비행기 창문 밖으로 파란 바다가 보인다. 태평양이 웰컴을 외쳐주는 듯 하구나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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