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단점을 수없이 나열하지만, 사실 그 속에는 잘 얘기하지 않는 엄청난 장점들이 무진장 많이 숨어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장점은 바로 요거: 남의 의견에 별로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주변에서 아무리
"하와이? 거기 일자리가 없을 텐데"
"거기 먹고살기 너무 비싸다던데"
라며 우려의 의견을 전해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해보고 싶으면 시도해 보고, 안되면 그 때 가서 접으면 되는 일이다.
게다가 내 생각을 들은 친구가 이렇게 말한다.
"다른 일자리는 없어도 그나마 부동산을 하는 네 직장은 있을 것 같은데?"
친구의 탁월한 코멘트를 듣고 무릎을 탁 친다. 아, 역시 옆에 누가 있느냐가 참 중요하구먼.
용기를 얻은 난 구글 검색부터 실천한다. 하와이 부동산 개발사를 검색에서 종이에 적었다. 각 회사의 홈페이지에서 이메일 주소를 한 땀 한 땀 발굴해 낸 후, 나를 소개하는 짧은 메시지를 적어 콜드 이메일을 보낸다. 아니나 다를까 정성스럽게 쓴 나의 이메일은 대부분 답을 받지 못한다. 하긴 원래 세일즈란 그런 것이지, 무응답과 거절이 일상인 것을.. 후후
하지만 그중에서 1%는 답이 돌아온다는 것이 바로 이 모든 것의 아름다움 아니겠는가! 그렇게 냅다 들이댄 수십 개의 회사에서 3군데와 면접이 잡혔다.
세 번째 회사와의 화상 인터뷰 중, 20분 정도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나니 사장님이 말했다.
"어 나 지금 다른 약속 있어서 가봐야 하는데, you got the job!"
으잉? 겨우 화면으로 20분 밖에 만나지 않은 나에게 잡 오퍼를 날렸다. 아니 혹시 이거 사기가 아닐지 살짝 의심해 본다. 미국 본토 회사들은 4차, 5차 면접까지 봐도 사람을 떨어뜨리는 마당에 이게 다 웬일이람...! 아무래도 하와이는 경제활동을 할 젊은 인력이 부족한 것이 틀림이 없다. (-.-)
혹시나 사장님이 마음 바뀌지 않을까 오퍼레터에 냉큼 서명을 해버렸다. 몇 달 전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던 일들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었다. 우울한 4월의 시카고를 벗어날 생각에 신난 채로 이제 남편과 이사준비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