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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 하와이에 살게 되었을까

by 초코머핀

2025년, 미국 생활도 어느새 10년 차.


어디 가서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각자 자기 자신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Fun Fact)을 한 가지씩 이야기하는 시간이 돌아온다.

핵노잼인 난 파내고 파내도 좀처럼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훗... 그런 나도 으레 자신 있게 내놓는 나만의 Fun Fact가 있다

그것은 바로 지난 10년 동안 8개의 다른 주에 살았다는 것..!


일부러 그런 건 분명히 아닌데, 살다 보니 어쩌다 이러고(?) 있었다.

학교는 미시간, 펜실베니아에서 나오고 지금까지 거쳐온 직장은 각각 캘리포니아, 뉴욕, 일리노이에 있었다. 코로나 시절에는 플로리다에서 6개월간 요양도 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동료들은 "미국에 평생 산 나보다 7개 주나 더 살아봤네!" ㅋㅋㅋ라고 신기해한다.

(태어난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사람 은근 많음)


3년 전 시카고로 이사 오면서는 이젠 그만 좀 움직이고 정착하겠노라 결심했다.

이제 그렇게 바랬던 집도 장만하고, 가구도 좋은걸로다가 채워 넣고, 크리스마스엔 장식도 아낌없이 하며, 동네에 사는 친한 친구들 몇 명과 주기적으로 만나 맛있는 걸 해 먹으며 행복하게 사는 나를 상상했다.


왠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전형적인 아메리칸드림에 등장하는 집은 딱 시카고 스타일이다 ㅎㅎ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시카고의 춥고 우울한 날씨가 나를 흔든다. 1년 중 절반은 평균기온이 15도 아래인 지역이다. 지구가 더워지는 온난화 시대에 좀 더 살다 보면 따뜻해지겠지!라고 열심히 위로해 보지만 의외의 복병은 또 있었다: 겨울철 4시에 해가 지면 쫙 깔리는 어둠.


그렇게 어둡고 추워서 집 밖을 한 발짝도 안 나가는 날이 몇 달 이어지면 아메리칸드림은커녕 '아니 진짜 여기에 평생은 못살겠는데' 하는 마음이 자꾸만 솟아오른다.

겨울의 회색 하늘


그런데 그렇다면 대체 어디?


어디에도 완벽은 없건만 어느 지역도 맘에 쏙 드는 곳이 없다. 뉴욕은 비싸고 지저분하며, 마이애미는 동양인이 별로 없고, 샌프란은 마리화나 냄새가 별로다. 휴, 도대체가 만족을 모르는 나란 인간이여.. 그럼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머리를 굴려본다. 아무리 여러 장소를 떠올려봐도 신나는 곳이 없다.


그러다 생각난 한 곳. 자꾸 궁금한 곳이 있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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