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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의 치명적인 단점 세 가지

by 초코머핀

지난 주엔 장점을 이야기했으니, 고럼 이번주에는 피해갈 수 없는 단점 세 가지.


1. 바퀴벌레

지금 사는 아파트에 이사 하기 직전, 빈 집에 들어와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을 때였다. 멋진 호놀룰루의 파란하늘과 바다를 보다가 순간 시선이 벽에 머물렀다. 순간... 어디선가 검은 덩어리가 샤샤샥 하고 빠르게 스쳐갔다.


대중의 심신 건강을 위하여 모자이크 처리


오기전엔 왜 몰랐을까? 열대기후에 산다면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벌레라는 것을 ㅎㅎㅎ 바퀴벌레의 크기도 어디서 본 적없는 대왕 사이즈다. 독한 약을 두어번 온 집에 뿌리고 나서야 마음을 놓고 짐을 풀게 되었다. 아직도 매 달 한번씩은 온 집안 구석구석에 약을 뿌린다.


이건 내가 기대했던 하와이가 아냐!! 라고 불만을 쏟아낸 나에게 회사 동료가 친절히 알려준다.

"아파트에 사니까 귀여운 정도지 주택에 살면 날아다니는 바퀴벌레도 볼 수 있는데 훗...."



2. 좁다

"6명만 거치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을 다 알 수 있다"는 말을 다들 한 번쯤 들어본적이 있을 거다.


하와이는 느낌상 6명 -> 2명으로 바꿔야 말이 될 것 같다. 딱 두 명만 거치면 섬 사람 모두를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와이 주 전체 인구가 150만이고, 그나마 사람이 가장 많이 사는 호놀룰루만 생각하면 딱 34만명이 전부다.


직장에서의 사람도 자주 바뀌지 않는다. 우리회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20년이 넘는다. 회사와 나를 칼같이 분리하고, 퇴사할 수 있는 능력이 준비되면 언제든지 뛰쳐나올 마음으로 왔는데...생각보다 너무 가족적이다! 우리집 식구가 몇 명인지, 주말엔 주로 뭘 하는지, 집을 어느 동네에 얼마주고 샀는지 까지 꿰뚫어 파악하고 있다 -_-; 한국/미국에서 일하며 그간 "회사 사람은 친구 아니다"라는 레슨을 그렇게나 많이 얻었건만 매 주말 회사 사람들과 자연스레 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휴 ㅠㅠ


좁은 만큼 적을 만들지 않아야 하고, 말을 아끼며, 배경에 있는 사람처럼 잔잔히 존재하기를 소망하는 중이다.


주말에도 회사 동료와 놀 줄이야 ㅋ


3. 노숙자

미국 전체 50개 주 중 근로자가 임금으로 살아가기가 가장 팍팍한 곳이 하와이다. 물가는 돈을 쓸 준비가 된 관광객에 맞춰져 있지만, 급여는 다른 대도시의 평균보다 한참 아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안 그래도 살기 힘든데, 2020년 코로나 이후로는 직업을 잃거나 월세를 못 낸 현지 사람들은 전부 노숙자로 전락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바깥 날씨가 쾌적하여 길에서 살아도 생존에 큰 타격이 없다. 나무 그늘이 꽤 잘 되어있는 길거리는 해가 쨍쨍한 낮 그들의 가장 좋은 쉼터다. 그래, 안 그래도 고단한 삶 그늘이라도 있어야지.


노숙하기에 그나마 쾌적한 자연을 가진 동네이지만, 가장 노숙자로 전락하기 쉬운 아이러니한 곳이 하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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