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험이 주는 큰 장점은 아무래도 내가 가지고 있는 무의식의 ‘가정’들을 테스트 할 기회를 아주 많이 갖게 되는 것이다. 오랜 시간 같은 환경안에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갖는 믿음들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 주변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관점을 갖기가 어려워진다. 나에게는 ‘저런 건 난 못해’ 또는 ‘저 사람 하고는 친해지기 힘들겠다’ 같은 류의 고정적인 사고가 몇 가지 있었는데 그런 굳어진 생각들이 직장생활에도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최근 내가 가진 새로운 관점은 이렇다.
1. 뭔가를 알거나 모르는 것이 반드시 나의 실력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기본적인 지식은 있어야 하지만, 10년차든 20년차 직장인이든 세상은 변하므로 계속 같은 일만 했어도 모든 걸 전부 다 알 수는 없다. 신입 사원 때에는 ‘왜 나만 모르는 게 많을까’가 고민이었다면, 지금은 커리어의 어느 시점에서도 모르는 건 수 없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해야하나? 그러니 지식이 없어 어떤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사라졌다. 모르는 걸 같이 해결하려고 있는 조직, 협업을 잘 해야 하는 곳이 직장이기 때문이다.
2. 주변사람을 활용(레버리지) 해야 한다.
위 내용과 조금 이어지는 이야기이고 당연한 말 같은데, 나는 왠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일을 하면 혼자서는 못한다고 인정해버리는 것 같은 죄책감이 있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누군가 나에게 어떤 일을 해 달라고 했을 때 ‘나에게 맡겼으니 잘 해야지’ 하는 생각은 했어도, ‘그가 못하니까 나를 시키나’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특히 위로 올라 갈수록 팀원들에게 믿고 맡기는 능력이 중요하지, 알아서 다 해버리는 매니저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
3. 혼자는 할 수 없다. 사람과 잘 지내야 한다.
가장 어렵고 지금도 노력하는 부분은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하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의 관심 대상이 아닌 건 당연하고, 먼저 묻고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먼저 나를 챙겨주는 일은 거의 없다. 사람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다들 각자 인생을 살아가는데 바쁘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빼앗을 까봐, 쓸데없는 질문으로 방해를 할 까봐 표현을 적게 하거나 아니면 아예 참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낯선 사람들과 일 하니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안 보이는 벽을 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배려하는 것은 좋지만,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까지 미리 예상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직장에서 좋아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일터에서의 친구를 몇몇 만들었다는 부분인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으면 스트레스 받는 일도 비교적 수월하게 넘길 수 있다. 사람이 편해지면 많은 것이 쉬워지고 같은 직장생활도 더 재미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