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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머핀 Jun 15. 2023

하기 싫은 것들이 주는 기쁨

어느 날 고통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고통이라는 건 참 신기하다. 분명 최대한 피하고 싶은 것인데, 막상 아무 고통이 없는 삶은 무료함과 게으름으로 이어지고, 거기에서 오는 우울함이 걷잡을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은퇴를 하고 더 이상 해야 할 것이 없어진 많은 어르신들이 소속감을 잃고 힘들어 하거나, 목표를 달성한 후에 오는 공허감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우리의 뇌는 외부에 집중할 것이 없으면 마음 속에서부터 아주 아주 사소한 것까지 파고 들어, 없는 문제도 기어이 만들어 내고야 만다고 한다. 그러니 건강하려면 지속적으로 나를 현재에 집중하게 해 줄 무엇이 필요하다.


고통이라 해서 큰 고난 같은 것 말고 매일의 사소한 것, 그저 하기 싫은 것들 말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출근해야 하는데, 통근이 너무 긴 것도 아니고 열차안에서 서서 가야 하는 것도 아니면서도 아침 6시반에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강한 거부감이 든다. 그런데 그렇게라도 밖에 나가지 않으면 하루 종일 오는 고립과, 그 날이 그 날 같아 어제 뭘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나는 날이 지속되면 서서히 기운이 빠지기 시작한다. 반대로 아침기상 그 찰나의 귀찮음을 이겨내고,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그렇게 일단 집 밖을 나가면, 시원한 공기가 잠을 깨게 해주고, 어제와는 또 다른 새로운 오늘이 만들어진다.


사람은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각자에게 의미 있는 고통을 찾고 그걸 위해 사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일일 수도 있다. 내가 이곳에 와서 기꺼이 선택한 고통은, 어디보자 뭐가 있냐면 - 나와 전혀 다른 사람들과 일상을 보내며 느끼는 긴장과 불안, 하고 또 해도 네이티브를 평생 따라갈 수 없는 영어에 대한 절망, 진짜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은 새로운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 등이 있다.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오는 새로운 친구와 공감하며 공통점을 찾는 연결의 기쁨, 성취했을 때 오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올해 내가 선택한 고통/기쁨은 일기쓰기, 브런치 글쓰기 같이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다.


글을 읽어 주시는 많은 분들이 의미있는 고통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끝에 훨씬 더 큰 기쁨이 꼭 따라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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