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아이오와(Iowa)주에 위치한 소도시 - 시다 레피드(Cedar Rapids)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회사 돈으로 호텔 포인트도 얻고 외식도 실컷 하니 좋을 것도 같지만 그다지 기대되지 않는 출장이다. 아이오와 주 안에서는 주요 3개 도시 중 하나지만 서울사람인 나는 이곳을 도시라고 부를 수는 없지 ㅎㅎ
여기로 출장을 가야 했던 이유: 내가 일하는 회사는 네덜란드 보험사에 속한 자산 운용사이다. 그래서 글로벌 헤드쿼터 사무실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지만, 그곳은 유럽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나는 미국 오피스 소속이므로 미국의 본사인 Cedar Rapids에 가야 한다. 들어보니 1900년대에 보험사들이 미국에 자리를 잡을 때 가능하면 운영비용을 줄이려고 땅값이 싼 지역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아이오와에 보험사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Principal과 같은 큰 생명보험사들이 이 주안에 자리잡고 있다. 이 동네에서 자란 친구들은 그래서 대학 졸업 후 자연스럽게 그리로 직장을 잡는다.
아이오와를 갈 때는 왠지 모르게 기운이 쫙 빠진다. 너무 작아서 버스 같은 비행기를 시카고에서 1시간만 타고 가면 착륙이다. 내리기 전부터 보이는 것은 옥수수 밭 뿐. 회사가 출장도 보내준다며 부러워 하던 남편에게 보여주기 위해 내가 보는 풍경 사진을 찍었다.
아이오와 주를 포함한 미국의 미드웨스트(midwest)지역은 미국 내 최대의 옥수수 생산지다. 여기서 생산하는 옥수수로 전국 각지의 가축 사료를 조달하고 연료도 생산하는, 미국 경제의 큰 부분을 책임지는 지역이다. 보험사가 여기 정착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도 농작물 관련 투자업 때문일 것이다. 나는 부동산 팀에 있지만 옆 팀에 달랑 혼자 앉아계신 스티브 아저씨는 회사의 agriculture 투자팀을 혼자 담당한다. 그야말로 옥수수 팔아서 나오는 돈으로 매출을 만들고 계신다. 20년 주기로 밭을 사고 팔기도 한단다.
여름은 그나마 살만하지만 겨울은 매일이 흐리거나 폭설이다. 마침 해도 일찍 지니 사람들은 주로 펍에서 만나 대화하는 것이 일상이다. 과연 시내에 나가도 보이는 것은 주택과 맥주집 밖에 없군. 4일을 내리 거기에 있으니 내가 먹은 것은 흑맥주와 햄버거가 전부라 김치찌개가 그리워 진다. 근처에 좀 이국적인 음식은 없냐고 물었더니 동네에 일식집 딱 한 개가 있다고 했다 ㅠㅠ…
아니나다를까 돌아오는 비행기는 폭설과 안개로 결국 두번 연착 후 취소가 되었다. 결국 동료 두 명과 시카고 까지 4시간 운전을 하고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건물과 사람을 보니 그리 신날 수가 없다. 앞으로 출장은 기왕이면 하와이로 보내주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