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라하의 별 Aug 01. 2021

절약의 기본은 집밥!

아이가 얼마 전부터 삼계탕이 먹고 싶다고 말을 하였다. 나는 요리를 잘 못하는 편에 속한다. 삼계탕을 만들려면 닭을 만져야 하는데 조금 무서운 생각도 들어서 닭볶음탕용 닭을 사서 조각난 몇 개 정도만 양파와 마늘을 넣고 삶아서 삼계탕이라고 아이에게 주곤 하였다. 코로나 이전의 시대에 나와 내 가족에게 삼계탕은 외식을 하는 메뉴였다.


핑계를 대자면 여름에 날씨도 더운데 1시간 이상 주방에서 열이 발생하는 요리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고 요리를 잘 못하는 내가 왠지 거창해 보이는 삼계탕을 제대로 만드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에 코로나가 발생하고 나서 외출이 자유롭지 않게 되자 나는 외식과 배달식을 여태 하고 있지 않다. 외식을 못 하게 되니까 배달 식도 하지 않으면서 식비를 줄여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반조리 식품을 사서 데워먹어도 외식과 배달식을 하는 것보다는 비용이 저렴하게 들기 때문에 집밥은 가계부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아이가 제대로 된 삼계탕을 먹고 싶어 해서 삼계탕용 닭을 3마리 사 왔는데 아무래도 예전에 외식할 때보다 닭의 크기가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뿔싸, 11호 생닭은 나의 가족에게 큰 닭에 들어간다. 1kg이라는 무게가 포장용지에 쓰여 있다! 3마리나 사 왔고 어쩔 수 없이 한꺼번에 삼계탕을 하려고 마음먹은 나는 내 주방용품 중에 가장 큰 찜통을 꺼냈다.


(좌) 닭을 쌓아놓고 삼계탕 재료를 올려놓은 모양, (우) 열심히 끓고 있는 삼계탕

닭을 정성껏 씻어서 그 찜통에 차곡차곡 쌓고 삼계탕에 들어가는 재료가 따로 포장되어 있는 것을 구입한 나는 그것을 잘 씻어서 함께 넣어주었다. 약간 한약방 남새가 나는 나뭇조각들이 많이 들어있었다. 검색해 보니 닭의 누린내를 잡아주고 몸에도 좋다고 한다. 예전에 동생이 보내주어서 집에 있는 어성초 말린 거와 대추 그리고 생마늘도 씻어서 함께 넣어주었다.


물을 가득 넣고 끓이면서 불순물을 계속 걷어내주었다. 그리고 1시간 정도 푹 끓였더니 예전에 내가 간단하게 끓이는 백숙보다는 훨씬 내 기준으로 맛있어 보이는 삼계탕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닭의 크기가 커서 나와 신랑은 닭 한 마리를 나누어 먹었는데도 남았다. 아이는 나와 신랑보다 많이 먹는 청소년이어서 혼자 닭 반 마리를 다 먹었다.



다행히 오늘 삼계탕은 성공적이었다. 닭을 반으로 잘라야 해서 모양이 예쁘게 담기지는 않았지만 예전에 마늘과 양파만 넣고 끓이던 것보다는 훨씬 제대로 삼계탕 맛이 나고 가족 모두 맛있게 먹었다.


닭 반 마리 삼계탕

결국 닭 3마리 중에서 오늘 우리 가족이 먹은 양은 닭 한 마리 반 정도 먹었고 다시 절반이 남아서 내일 우리 가족이 한 번 더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외식을 하면 지금 가격은 얼마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코로나 이전의 시대에는 삼계탕 1인분에 15,000원 정도 했었다. 3인 가족이 삼계탕을 먹으려고 외식을 하면 45,000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오늘 닭 세 마리를 20,700원에 구입했고 백숙 재료는 2000원이었다. 총 22,700원에 구입을 해서 삼계탕을 끓였고 내 가족이 배부르게 먹고 삼계탕의 절반이 남았으니 삼계탕을 한번 먹은 비용은 11,350원이다.


외식을 하면 45,000원이 지출이 되지만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11,350원이 드는 것이다. 오늘 삼계탕을 만들기 위해서 구입한 비용 전부로 계산해서 22,700원이 들었다고 해도 외식비용의 절반이다. 이러한 이유로 집밥은 절약 생활을 하는데 가장 기본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내 동생은 나와 다르게 요리를 너무 잘한다. 그녀의 요리실력은 "요리는 타고나는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나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동생이 요리하는 것만큼 잘되지 않는다. 절약 생활을 위해 내 동생도 집밥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 그녀는 워킹맘이지만 살림을 정말 똑 부러지게 한다.


나는 열심히 집밥을 해도 한 번에 반찬을 한두 가지만 만들 수 있다. 그것도 달걀찜이나 채소볶음이 전부일 때가 많은데 내 동생은 밖에서 사 먹는 음식들을 집에서 뚝딱 만들어 낸다.



그녀는 전통시장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장을 보고 집에 와서 바로 손질해서 분류해 냉장고에 넣어놓는다. 내가 그 이유를 물으니 바로 손질해서 음식 만드는 재료로 분류해 놓지 않으면 버려지는 식재료가 나온다고 말하였다.


표고버섯 몸통을 잘라서 버섯갓 부분은 요리할 때 사용하고 딱딱한 버섯 몸통 부분은 버리기 일쑤인데 그녀는 잘 씻어서 말려두었다가 육수 낼 때 사용한다고 말하였다. 콩나물 데친 물도 버리지 않고 육수로 활용하는 알뜰한 그녀이다.


내 동생의 일상적인 요리를 소개한다.

(좌) 전복 오골계 삼계탕, (우) 월남쌈
(좌) 동태찌개, (우) 생연어초밥
 (좌) 동생네 일상적인 9첩 밥상, (우) 수육과 겉절이 김치,

나는 최선을 다해도 내 동생이 하는 요리가 나오지 않는다. 바쁜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요리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요리를 해도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결국 나는 "요리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나는 내 기준에서는 최선을 다한 요리로,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소박하지만 간소한 식단을 열심히 차려낸다.  


닭가슴살 수제비, 닭가슴살 채소볶음
고추장찌개, 채소달걀찜과 생선구이

반찬 가짓수가 한두 가지이지만 방금 만들어서 먹는 요리는 입맛을 돌게 해서인지 아이와 신랑이 잘 먹는다.


내가 집밥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절약 생활에 집밥이 가장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식비를 아끼면서 총생활비에 다른 부분도 함께 아끼게 되었다. 매일 먹는 식사를 준비하면서 나도 모르게 절약 생활이 습관처럼 된 것이다.


절약은 마음가짐이 중요한데 식사를 준비하는 일상에서 외식이나 배달식을 하지 않고 한두 가지 반찬이지만 최선을 다해 만들어서 먹는 마음이 절약을 가속화시키게 되었다.


공부를 꾸준히 잘하려면 학습에 기초 지식이 필요하듯이 집밥은 절약 생활에 기초체력을 만들어 주는 방법이지 않을까.





http://brunch.co.kr/@juwelrina/192


http://brunch.co.kr/@juwelrina/196


http://brunch.co.kr/@juwelrina/191


http://brunch.co.kr/@juwelrina/114


http://brunch.co.kr/@juwelrina/199


매거진의 이전글 아직 가보지 않은 길 "노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