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대우주의 초황제가 된 폴 아트레이데스는 '틀레이락스'라는 수상한 집단에게 선물로 죽은 가신인 던컨 아이다호의 '골라'를 받는다. 골라로 되살아난 던컨 아이다호, '헤이트'는 자신이 틀레이락스의 명령을 받고 왔으며, 그 명령이란 바로 황제를 죽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듄 2: 듄의 메시아』는 미국의 SF 소설가 프랭크 허버트의 스페이스 오페라 역작 『듄 연대기』여섯 권 중 두 번째 장편 소설이다. 『듄 1』의 압도적인 분량에 비해 『듄 2』의 분량은 (다행히) 그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총 여섯 권짜리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적은 분량이라 마음의 부담은 그나마 가장 덜한 책이다. 그러나 인기에 있어서는 1권에 비해 좀 덜했다고 한다. 그것은 1권에 비해 독자들이 싫어할 방향으로 결말이 나버렸기 때문이라는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Frank Herbert - Dune Messiah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는 이미 『듄 1』 결말에서 우주 황제를 폐위하고 스스로 황제로 등극했다. 그 이후로 어떻게 되었을지가 심히 궁금한 상황인데, 놀랍게도 또는 실망스럽게도 『듄 2』의 시작은 폴이 이미 온 우주를 다 지배하는 대우주 대황제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모든 우주를 지배하게 된 그 우주 전쟁이 어느 정도의 규모였는지를 밝힌다. 그 전쟁은, 자그마치 610억 명이 죽고 90개 행성을 불모지로 만들고, 500개 행성을 완전히 굴복시키고, 40개 종교의 추종자들을 쓸어버린 어마어마한 규모였다고 한다. 아니? 이 꿀잼 전쟁을 건너뛰었다니? 나로서는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시간대를 거슬러서 저번에 썼던 『듄 1』의 리뷰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작품에서의 아쉬운 점도 있었다. 기존 황제를 무찌르고 새로운 황제로 폴 아트레이데스를 등극하게 만든 '아라킨 평원 전투'의 묘사가 그랬다. 우주선을 타고 날아온 대규모의 제국군을 사막의 원시적인 원주민이 어떻게 무찌를 수 있었을까? 그 묘사는 작품 내에서 불충분했다. 물론 굳이 변호하자면, 그들에게는 '샤이 훌루드'라고 불리는 무시무시한 모래벌레를 조종하는 능력이 있었고 그 생물을 전투에 잘 써먹었다고 말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다시 물어보건대, 왜 황제와 제국군은 우주선을 타고 그 모래벌레의 공격에 당할 수 있는, 지형지물이란 아무것도 없는 사막 위에 진지를 구축한 것일까? 제국군에게 전략전술이란 게 없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애초에 전투에 대한 묘사가 충분치 않고, 단 한 번의 전투로 황제를 사로잡는다는 전개 자체가 현실감이 없었다. 삼국지의 마속의 마지막 전투나 이릉의 유비황제를 떠올리게 했다.
『듄 2』의 '자그마치 610억 명이 죽고...'의 배경에서 느껴지는 것도 이와 같다. 어떻게 갓 제국을 정복한, 충성하는 군대라고는 사막의 민족이 전부인 주인공이 어떻게 십몇 년 만에 온 우주를 다 돌아다니며 500개 행성을 굴복시키고 인간들을 그 정도로 죽인단 말인가?
뭐 굳이 이 작품의 가치가 전쟁의 전략과 전투의 찰진 묘사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더 이상의 할 말은 하지 않겠다. 내가 진짜 말하고 싶은 바는, 소설의 납득할 만한 재미의 구성이 후반에 몰려서 재빠르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건 당연히 엄청나게 두꺼운 소설이었던 『듄 1』 뿐만 아니라 『듄 2』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듄 1』의 85% 정도까지 읽으면서 '이 정도 읽었으면 클라이맥스의 냄새라도 맡을 수 있게 해 줘야 되는 것 아냐?'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클라이맥스에 재미가 없는 건 아니었다. 아라킨 평원 전투는 허술했다 쳐도, 황제는 사로잡혔고 주인공은 전쟁에서 이기고 황제가 되었다. 재미있었다. 그렇지만 그 두꺼운 책의 85% 정도는 솔직히 말하면 지루했다.
『듄 2』은 어떤가? 모든 것을 지배한 황제의 주변에서, '틀레이락스'라는 수상한 집단이 음모를 펼친다. 죽은 던컨 아이다호를 '골라'라는 메커니즘으로 부활시켜 선물하는데, 이 골라는 자신의 목적이 황제를 죽이는 것이라고 '직접' 말한다. 흥미진진한 설정이다. 이후로 틀레이락스에서 또 직접 만들었다는 '비자즈'라는 기계 노움 같은 등장인물이 또 등장하는데, 한 챕터를 차지하는 이 둘의 대화는 정체를 알듯 말듯 하다가도 약간 지루하고 붕 뜬 느낌을 받았다. 다른 서브플롯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결말 부분에서 떡밥과 반전은 모두 밝혀지게 되고 그 결말 자체의 재미는 보장되지만, 그 결말의 재미를 느끼고자 거치는 85% 정도의 과정이 좀 지지부진했다.
스포일러 주의
그러나 주제의식만은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는 예지를 볼 수 있는 캐릭터다. 만약에 미래를 볼 수 있는 선지자이자 위대한 황제가, 예지를 통해 미래를 알게 된 후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많은 소설에서 정해진 미래와 자유의지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다, 자유의지를 선택한다. 하지만 폴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정해진 미래를 향해 움직였다. 그는 제국의 황제로 그의 선택의 무게는 남다르고, 그의 선택 뒤에는 우주 제국의 모든 운명이 걸려 있다.
결국 결말은 그의 승리였지만, 그는 눈을 잃게 된다. 그것이 그의 서사시에 또 하나의 전설적인 일화를 추가시키지만, 사막 부족에게 장님은 사막에 추방되어야 한다는 절대적인 룰이 있었다. 비록 전에도 민족의 룰을 실용적인 이유에서 폐지한 적이 있던 폴인데, 이번만큼은 스스로 그 룰을 지키기로 한다. 그는 스스로를 폐위시키고 사막으로 향한다. 이것은 다른 이에게는 룰을 실용적이고 관대하게 변형시키는 것은 용납되지만, 자신에게만큼은 그 룰을 절대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지도자의 자세다. 결국 이런 행위 자체가 또 위대한 부족의 지도자에 대한 또 하나의 전설적 일화가 된다.
작가인 프랭크 허버트가 인터뷰에서 "초인(슈퍼 히어로)은 인류에게 재앙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결말은 작가의 주제의식을 잘 나타내는 결말이다. 이 비극적이고 허무한 결말로 인해 그 당시 『듄 2』의 인기가 별로였다는 기록이 있다지만, 나는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전설의 폴 무앗딥은 사막에서 자유를 찾고, 제국은 그의 아들과 딸에 의해 지속된다. 그러니까,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