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4: 듄의 신황제』 줄거리: 모래송어와 융합해 괴물딱지가 되어 버린 레토 아트레이데스 2세는 3000년 후에도 신이자 황제인 킹갓엠퍼러가 되어 우주 전체를 지배한다. 우주 곳곳에서 이 괴물딱지를 시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틀레이랙스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골라인 던컨 아이다호를 만들어 보내고, 기계를 금지시킨 버틀레리안 지하드 이후에 몰래 기계를 만들어 내고 있는 '익스'라는 행성에서도 흐위 노리라는 여성 첩자를 보낸다. 아라키스 제국 내부의 아트레이데스 자손들마저도 이 갓황제를 시해하려고 해 왔으며, 현재 그 중심인물은 시오나 아트레이데스다. 그러나 예지력이 있는 레토에겐 이 모든 시도들은 예상 가능한 움직임일 뿐이다. 그는 자신의 예언인 '황금의 길'을 위해 이 모든 세력들을 조종한다. 레토는 흐위 노리와의 결혼식을 준비하고 시오나와 던컨 아이다호가 짝짓기를 하도록 조종한다.
스포일러 결말: 레토는 흐위 노리와의 결혼식을 위해 짝퉁 프레멘 도시로 가던 중 강에 빠져 죽는다. 괴물을 이루고 있던 모래송어는 물에 약하므로 레토 또한 죽게 된다. 과연 남겨진 시오나와 던컨의 운명은? 이 또한 그의 '황금의 길'을 위한 포석이란 말인가?
하고 싶은 말: 1~3권은 재미있었던 것이었다...
Frank Herbert - God Emperor of Dune
지금까지 듄 1~4권의 흐름을 좀 짚어 보자. 최초의 소설 『듄』은 왕국의 멸망과 가문의 복수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심플했고 독자들은 몰락한 아들이 재기해 복수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고 즐거워했다. 주인공인이 자신의 길이 초인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에 대해 저주를 퍼부은다는 것에 기존 영웅 스토리와는 다른 쌔함이 느껴졌지만...어쨌든 열광한 독자들은 2권이 나온다는 소식에 흥분했으니, 그렇게 나온 『듄2: 듄의 메시아』에서 폴 무앗딥은 스스로 초인의 자리에 내려와 사막으로 유배된다. 이 결말은 작가 프랭크 허버트가 작품 전체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주제의식인 '초인에 대한 경계'였다. 물론 이제 와서 그 의도에 어떤 반박도 없지만, 당시 독자들은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나의 폴 무앗딥이 이렇게 허무하게 리타이어되다니!
이렇게 유종의 미를 거둔 듄 2부작. 그런데 작가가 무슨 사심이 들었는지는 몰라도, 쌍둥이 아들딸을 주인공으로 한 3권, 『듄 3: 듄의 아이들』을 또 썼다. 전작 주인공 폴 무앗딥이 등장하긴 하지만 큰 의미는 없는 수준이고 진주인공은 그의 쌍둥이 자식들인 레토 2세와 가니마이다. 애초에 완결된 주제의식으로 끝맺은 폴 무앗딥 일대기에 뒤이어 그의 아이들에 대해서 쓰는 이야기가 성공적일 수 있을 것인가? 3권 결말에서 레토 2세는 악역을 떠맡은 고모 엘리야를 처치하고 괴물딱지가 된다. 그리고 '황금의 길'이라는 대형 떡밥을 뿌린다. 모든 사건은 황금의 길로 예정된 미래라는 것.
그렇다. 이 '황금의 길' 떡밥은 듄 4권인 『듄의 신황제』까지 이어진다. 그는 미래의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되면 열리게 될 미래를 예지하고 그 행동을 안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가 하는 모든 행동들은 전부 '황금의 길'을 이룩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결국엔 물로 최후를 맞이하지만 모든 것을 내다볼 수 있는 괴물딱지가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아, 이 캐릭터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닥터 스트레인지와 비슷하다. 모든 가능성을 내다보고, 자신이 죽음으로써 타노스를 처치하는 '단 하나의 길'을 연 사내. 역시나 레토 2세 또한 스스로의 죽음으로 최종 단계에 접어들게 되었다.
그렇다면 '황금의 길'이란, 3권과 4권을 넘어, 5권까지도 (아예 6권까지도?) 이어지게 될 초대형 떡밥이란 것인가? 4권 결말에까지 그 정확한 실체를 파악할 수 없었던 황금의 길에 대해 알기 위해, 이 장대하게 지루하고, 사변적이며 뇌절인 시리즈를 정녕 끝까지 읽어야 한단 말인가? 솔직히 나의 집중력은 2권에서 끝났고, 3권을 관성으로 읽어서 4권까지 넘어왔건만, 5권은 결국 떡밥에 홀라당발라당 넘어가 버려서 읽어봐야 하는구만. 자, 이제 듄 시리즈의 최고 뇌절 구간인 5권의 초입에서, 나는 이렇게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