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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Dec 26. 2018

Dear Santa, 우린 비엔나로 왔어요!

두 번째 도시, 비엔나로 날아오다

두브로브니크에서의 3박 4일을 보내고, 우린 다음 목적지인 비엔나로 향했다. 우리가 다음 도시로 비엔나를 고른 이유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기도 하고, 또 크리스마스를 보내기에 비엔나만큼 잘 어울리는 도시가 또 있을까란 생각 때문이었다. 비엔나에서는 꽉 찬 일주일을 보낼 예정이었다. 두브로브니크는 작은 도시라 비엔나까지 가는 직항은 없지만, 그래도 오늘 비행을 하면 적어도 일주일 동안은 공항에 갈 일이 없어 안심이 되었다. 아이와 여행을 가는 일은 하면 할수록 점점 익숙해지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이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러 가는 날은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다.


아이의 여행 가방 안엔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각종 아이템들이 들어있다.
두 번의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비엔나


낮 12시 즈음에 두브로브니크를 출발했던 우리는 두 대의 프로펠러 비행기를 연이어 타고 저녁이 다 되어 비엔나에 도착했다. 공항 철도를 타고 호텔이 있는 비엔나 시내로 들어왔을 때 즈음에는 이미 날이 춥고 어두워져 있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 이 곳보다 훨씬 남쪽, 초봄 같은 날씨의 도시에서 출발한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제 계절을 찾아왔구나 싶었다. 다행히 늦은 낮잠을 자기 시작한 아이는 유모차 안에 누워있었고, 갑자기 불어오는 찬 바람에 놀랐는지 눈을 떴으나 고맙게도 다시 잠들어줬다.


비엔나에 와서 좋은 건 유모차를 가지고 다니기 너무나 좋은 환경이라는 것


시내 공항 철도역에서 나와 우리가 예약한 호텔까지 짐을 끌고 걸어가며 저녁을 어디 가서 먹어야 되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경험상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유명한 식당은 일찌감치 만석이고, 안 유명한 식당은 진작에 장기간 겨울잠에 들어갔으며, 호텔 식당은 이 특수 대목을 맞아 내가 손 데지 않는 이런저런 메뉴를 빼면 결국은 먹을 게 별로 남지 않는 코스 요리만 팔 것이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아직 집에서 비상식량으로 싸가지고 온 누룽지가 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비엔나에서의 크리스마스이브에 호텔방에서 누룽지라니, 왠지 처량 맞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다행히 호텔 클럽 라운지가 우리를 구해주었다. 원래는 와인과 간단한 타파스들이 준비되어있는 해피 아워 시간에 오늘은  특별히 셰프의 크리스마스이브 특선 메뉴가 추가된다고 했다. 우리가 방에 짐을 풀고 라운지에 올라갔을 때 라운지에는 이미 마땅한 크리스마스 디너 장소를 찾지 못한(혹은 안 한) 투숙객들이 모여 왁자지껄 와인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빵가루를 묻혀 튀긴 생선 요리, 야채 쿠스쿠스, 튀긴 알감자, 초콜릿 케이크 등이 얼추 크리스마스이브 분위기를 내주고 있었다. 우린 각자 원하는 메뉴로 허기를 조금 채우고 호텔 밖을 나서 보기로 했다.

 

고마운 라운지의 크리스마스 메뉴


우리 호텔이 있는 곳은 비엔나의 구 시가지, 서울로 치면 명동 성당 격의 대주교 성당인 슈테판 성당이 있는 동네다. 이 슈테판 성당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유명하다고 해서 우린 부지런히 걸어가 봤지만, 이미 이브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일찍 문을 닫아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비엔나의 웬만한 크리스마스 마켓들은 26일까지 이틀은 더 문을 연다고 해서 다음 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을 것 같은 테디베어나 예쁜 엽서들이 탐이 났던 앤티크 가게
호텔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던 성 슈테판 성당. 


우리가 며칠을 보냈던 두브로브니크와는 완전히 다른 기온, 분위기의 완전 다른 세상, 비엔나에서 우리가 보낼 일주일은 어떤 모습일까? 아이와 함께 한밤 중에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핀란드에서 날아오실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우린 스르르 잠이 들었다.


역시나 크리스마스는 맥컬리 컬킨과 함께! 







아이와 오스트리아 비엔나 & 잘츠부르크 여행 이야기


1. Dear Santa, 우린 비엔나로 왔어요!

2. 비엔나로 날아온 산타

3. 비엔나 아이들의 겨울처럼

4. 비엔나에서 단 하루를 보낸다면

5. 비엔나에서 데이트를

6. 알프스 산골 아이들, 학교 끝나면 뭐하고 놀까?

7. 수 백년 된 오스트리아 고성에서 보내는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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