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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Dec 31. 2018

알프스 산골 아이들, 학교 끝나면 뭐하고 놀까?

할슈타트 소금 광산 아이들이 노는 법

비엔나에서 일주일을 지내는 동안, 우린 차를 빌려 인근에 있는 잘츠부르크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 뮌헨 본사로 종종 출장을 갔었는데, 그때마다 그곳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잘츠부르크를 가보고 싶었지만 한 번도 기회가 닿지 않았었다. 회사를 나오면서는 '나중에 가족들이랑 여행 가봐야지!'라고 아껴두고 있었던 곳이다. 내가 잘츠부르크를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그곳은 우리 가족이 제일 좋아하는 영화 Sound of Music이 탄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우린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유럽에 가서 어딜 갈 건지, 뭘 할 건지 계획은 안 짰지만, 윤서와 함께 이 영화를 보고, 또 봤다. 윤서는 여기 나오는 노래들이 다 마음에 들었는지 유튜브로 음악 나오는 장면들을 보여줬더니 어느새 (아기 발음으로) 제법 가사를 외워서 우리를 놀라게 만들었다.



아침 일찍, 평소보다 서둘러 비엔나를 출발한 우리는 점심 즈음되어 첫 번째 경유지인 할슈타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할슈타트는 알프스 산 위에 있는 작고 아름다운 마을인데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백조가 있는 호수로 유명해졌다. 예전에 이 곳은 소금 광산 마을이었는데, 알프스 산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아주 평화로운 곳이다. 할슈타트는 요즘 관광객들이 정말 많이 찾는 오스트리아의 인기 관광지인데, 우린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호수 안 쪽으로 깊이 들어가 있는 마을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우리는 별 고민 없이 가장 무난한 음식을 팔 것 같은 피짜리아(그 동네 Trip Advisor 1위이기도 한)에 들어갔다.




같이 나눠 먹을 수 있는 피자와 파스타 여러 종류, 그리고 그 동네 호수에서 잡은 생선으로 만든 생선 구이 요리를 주문했다. 그리고 우린 피자와 생선이 구워지는 동안 잠깐 밖으로 나와 신선한 할슈타트 마을 공기를 마셔보기로 했다. 식당 바로 밑으로는 작은 개울이 있었는데 물이 어찌나 맑은지 물 안이 다 들여다보였다. 조금 더 걸어보니 저 멀리 큰 호수 앞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었다. 아마도 이 동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인가 보다. 이 곳은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곳은 아닐 테니. 아이와 이렇게 여행을 할 때면 가끔 구글맵으로는 전혀 알 길 없는 보석 같은 곳들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는 저 멀리 있는 놀이터를 발견하더니 단숨에 뛰어갔다. 놀이터의 놀이기구들은 대부분 나무나 폐타이어 등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동네 아이들 몇 명이 이미 나와서 놀고 있었다. 우리 눈으로 보기엔 놀이터 자체는 정말 별 것 없는 시설이었지만, 그 놀이터가 있는 배경만큼은 이 세상에 이 정도로 아름다운 놀이터가 또 있을까, 싶게 아름다웠다. 아마도 이 동네 아이들은 학교를 다녀오면 아이패드로 게임하는 대신에 이렇게 아름다운 알프스 산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 저녁 식사 시간이 될 때까지 실컷 뛰어놀겠지. 윤서는 점심 식사로 피자가 구워져 나올 때까지 잠깐 동안 알프스 산골 소녀가 되어 놀이터에서 뛰어놀았다.



점심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오스트리아 이 동네 지방이 소금이 나는 곳이라 그런가 좀 전반적으로 짜긴 했지만 피자에 올라간 치즈도 맛있고, 바삭하게 구워진 생선 요리도 일품이었다. 그리고 아주 노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 구이도 지금 또 생각이 날 정도로 맛있었다. 이 동네 아이들은 다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들어오면 집에서 엄마, 아빠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저녁 식사로 준비해주겠지?




사실 큰 기대하지 않고 들렀던 할슈타트 인근 마을에서 이번 여행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들렸던 할슈타트 마을도 예상했던 대로 참 작고 이쁜 마을이었다. 그래도 우리 마음은 이미 저 호수 반대편에 두고 온 맛있는 피자집과 작은 나무 놀이터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다음번에 또다시 이 곳을 찾게 된다면 아예 그 동네에 숙소를 잡아 정말 알프스 아이들처럼 하룻밤을 보내보고 싶다.


누가 누가 멀리 돌을 던지나?





아이와 오스트리아 비엔나 & 잘츠부르크 여행 이야기


1. Dear Santa, 우린 비엔나로 왔어요!

2. 비엔나로 날아온 산타

3. 비엔나 아이들의 겨울처럼

4. 비엔나에서 단 하루를 보낸다면

5. 비엔나에서 데이트를

6. 알프스 산골 아이들, 학교 끝나면 뭐하고 놀까?

7. 수 백년 된 오스트리아 고성에서 보내는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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