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emented CES2026 (6)
CES2026에선 Variety Entertainment Summit가 열렸다. 그중 이번 세션은 제목이 열일했다. <The New Business of Entertainment>이다. 기존 모델의 한계를 느끼는 Entertainment 업계 입장에선 이 이상의 제목이 있을 수 있을까?
딜로이트(Deloitte)의 대니 레저(Danny Ledger)가 진행을 맡은 이번 세션에는 NBC유니버설, 넷플릭스, 디즈니, Vizio 등 미디어 제국의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들의 입에서는 '구독자 수'란 단어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넷플릭스 독주 체제가 되었고, 넷플릭스 조차도 이젠 구독자수를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그렇다고 미디어 사업자들의 입에서 '구독자수'가 금기어가 되지는 않았을 텐데도 말이다.
대신에 그들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수익화(Monetization)', '쇼퍼블(Shoppable)', '맥락(Context)'이라는 단어들이었다.
그들은 입을 모아 "단순한 시청(Viewing)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 그들의 시선은 화면 속 콘텐츠가 아닌, 화면 밖 시청자의 지갑과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향하고 있었다. 30여 분간 이어진 이들의 대화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지금 어디를 쳐다보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려주는 것이지 않을까? 올 한 해 이와 관련해서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먼저 입을 연 것은 넷플릭스였다. 알다시피, 북미시장의 성장을 광고 요금제가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입자 증가 정체로 성장률이 둔화되던 북미시장을 두 자릿수 성장 시장으로 변모시키 큰데 일등 공신이 바로 광고요금제였으니 말이다. 콘텐츠 수급 역시 광고요금제와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구조를 짜기 시작하면서 라이브의 비중도 늘었다. '광고는 우리 플랫폼에 발을 들일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던 때가 얼마 전인데, 이제는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조차 긴장할 만큼 정교한 광고 기술(Ad-Tech) 기업이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다. 사실상 광고 사업 초기의 실험은 끝나고 규모의 경제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We are moving beyond experimentation to scale, leveraging our proprietary ad server to deliver episodic campaigns that evolve with the viewer's journey.
넷플릭스의 광고 총괄 에이미 라인하드(Amy Reinhard)의 발언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단순히 광고를 도입했다는 사실을 넘어,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기술적 진보를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초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파트너에 의존해야 했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우리는 자체 광고 서버(Proprietary Ad Server)를 구축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광고를 송출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넷플릭스만이 가진 시청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고 정교하게 요리하는 셰프와 같습니다."
그녀가 제시한 '에피소드형 캠페인(Episodic Campaigns)'은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넷플릭스는 시청자가 드라마를 '몰아보기(Binge watching)' 한다는 점을 역이용했다.
"시청자가 시리즈를 3편 연속으로 봤다고 칩시다. 우리의 AI는 이 시청자가 지금 고도로 몰입해 있다는 것을 압니다. 이때 4편째 에피소드는 '광고 없이' 보여줍니다. 대신 그 직전에 브랜드가 '이다음 에피소드는 XX가 후원하여 광고 없이 제공됩니다'라고 알리는 식이죠." 이는 시청자에게는 '보상'을, 광고주에게는 '긍정적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이 부분은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에피소드형 캠페인은 2가지로 진행된다. 첫 번째가 라인하드가 언급한 내용이다. 이를 속칭 Keep Watching 보상형 광고라고 한다. 시청자는 광고가 없어져서 좋고, 브랜드는 '시청자를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광고를 없애준 고마운 존재'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순차적 스토리텔링(sequential storytelling) 방법도 있다. 광고 자체를 하나의 짧은 드라마처럼 쪼개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똑같은 30초짜리 자동차 광고를 1화, 2화, 3화에 반복해서 틀면 시청자는 지루할게 뻔하다. 대신에 서로 연결되는 다른 내용의 광고를 순서대로 배치하면 광고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1회에서는 주인공이 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장면을, 2화에서는 여행지에서 겪는 에피소드로, 그리고 3화에서는 집으로 돌아와 편안히 쉬는 장면을 광고로 만들어서 제공하는 식이다.
이런 식이면 시청자는 드라마의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것처럼 광고 또한 다음 내용이 궁금하게 된다. 이는 광고를 '스킵'하고 싶은 대상이 아니라 '콘텐츠의 연장선'으로 느끼게 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에피소드형 캠페인은 단순히 "광고를 트는 기술"이 아니라, 시청자가 드라마에 빠져 있는 그 심리적 상태(Context)를 파악해서, 그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브랜드 메시지를 가장 세련되게 전달하는 '맥락 기반의 광고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넷플릭스는 당신이 '무엇'을 보는지 뿐만 아니라, '언제', '어떤 기분으로', '누구와' 보는지를 파악해 그 빈틈을 광고주에게 팔고 있다.
전통의 NBC유니버설의 회장 마크 마셜(Mark Marshall)은 미디어의 역할을 재정의했다. 그는 올림픽 중계의 진화를 예로 들며, TV가 단순한 '중계기'에서 거대한 '쇼핑몰'로 변모했음을 시사했다.
Brand meaning in 2026 is rooted in utility; we are using AI agents to automate inventory ensuring the ad enhances, rather than interrupts, the live sports experience
"2024년 파리 올림픽이 실험이었다면, 2026년 밀라노 올림픽은 완성형입니다. 시청자는 이제 경기를 보다가 선수가 입은 트레이닝복이 마음에 들면 리모컨을 찾을 필요조차 없습니다."
그가 강조한 핵심 기술은 'AI 에이전트'였다. NBCU의 AI는 방송 화면을 실시간으로 스캔한다. 인기 가수가 토크쇼에 나와 특정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나오면, AI는 그 순간을 포착해 시청자의 모바일 기기로 해당 와인의 구매 링크나 할인 쿠폰을 '푸시'한다.
마크 마셜은 이를 "방해(Interruption)가 아닌 강화(Enhancement)"라고 정의했다. 과거의 광고가 시청 흐름을 끊고 억지로 끼어드는 불청객이었다면, 미래의 광고는 시청자가 궁금해하는 정보를 즉시 제공하는 비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TV 광고가 단순히 브랜드를 알리는(Awareness) 수단이었으며,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지 측정하기 어려웠다면, 이제는 TV가 거실의 '키오스크'가 되는 세상이라는 주장이다. 방송 중 QR코드나 팝업을 통해 즉각적인 매출(Conversion)을 일으키는 '퍼포먼스 마케팅' 채널로 진화했다는 의미다.
그의 말대로라면, 미래의 올림픽 중계는 스포츠 경기인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그리고 가장 자연스러운 실시간 홈쇼핑 방송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마크의 발언에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 빠져있다. 지금도 가벼운 검색만으로도 화면에 나오는 물품들을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막상 검색을 해 보면, 유사 상품들이 넘쳐난다. 어느 게 방송에 나왔던 진품인지가 애매하다. 더구나 수없이 많은 유사상품중에서 가장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할 곳을 찾기도 애매하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단순히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준다는 것만으로는 구매로 이어지기 어렵다. 결국 방송사가 제대로 된 랜딩 페이지를 구축해야 하는데, 과연 그럴 여력이 있을까? 란 대목의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역시 디즈니다. 기술을 이야기할 때 디즈니는 스토리를 이야기한다. 디즈니의 리타 페로(Rita Ferro)는 데이터에 디즈니만의 따뜻한 스토리텔링을 입혔다. 그녀는 디즈니의 무기가 단순한 타기팅 기술이 아니라,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아우르는 '통합된 세계관'에 있다고 역설했다.
"Technology enables the connection, but storytelling creates the bond; our unified ID connects the park visitor to the ESPN streamer seamlessly.
그녀가 소개한 '매직 워즈(Magic Words)' 기술은 기술적으로도 놀라웠지만, 그 적용 방식이 매우 감성적이었다. 이 기술은 영상 속의 대사, 배경음악, 조명의 밝기까지 분석해 장면의 '감정(Sentiment)'을 읽어낸다.
"영화 속 주인공이 슬픈 이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신나는 댄스파티 광고가 나오면 어떨까요? 그것은 감동을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우리의 기술은 그 순간에 '위로'나 '휴식'과 관련된 차분한 브랜드 메시지를 매칭합니다."
매직 워즈는 "AI가 영상을 시청하고, 그 장면의 '감정'과 '맥락'을 텍스트(메타데이터)로 번역해 주는 기술"로 정의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로 인해 "사용자가 누구인지(User ID)" 추적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매직 워즈는 "누가 보는지 몰라도,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이 '슬픈 장면'이니까 위로가 되는 광고를 보내자"는 식으로 접근하여, 개인정보 이슈를 피하면서도 높은 광고 효율을 낼 수 있는 기술인 셈이다.
실제로 광고 단가와 구매 의향 지표에서 모두 효과가 입증되었다. 일반적으로 30대 여성 타깃 광고보다 지금 행복한 장면을 보고 있는 사람을 타깃으로 하는 광고 단가가 더 비싸게 책정되어, 디즈니는 자사의 광고 슬롯을 프리미엄 상품으로 팔고 있다. 또한 초기 베타 테스트에서 매직 워즈를 적용한 광고의 구매 의향이 일반 광고 보다 2배 정도 높았다는 결괏값도 가지고 있다. 유나이티트 항공은 영상 속에 여행이나 모험 관련된 것들에만 항공권 광고를 보내서 큰 효과를 보았다.
디즈니만의 '옴니채널(Omni-channel)' 데이터가 가지는 힘도 또 다른 매력이다. 과거에는 ABC(방송), ESPN(스포츠), Disney+(OTT)의 광고 영업 조직과 데이터가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다,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One Disney란 이름하에 데이터 통합 작업을 진행했다. 2021년에는 DRAX(Disney Real-Time Ad Exchange)라는 자체 광고 거래소 시스템을 론칭하면서 사직된 작업이 2026년에는 감정 분석까지 확장된 것이다.
디즈니랜드에서 미키마우스 머리띠를 사고 즐거워했던 아이의 데이터, ESPN에서 농구 경기를 보며 환호했던 아빠의 데이터는 디즈니의 통합 ID 시스템(DRAX) 안에서 하나로 묶이게 되었다. 디즈니는 이 데이터를 통해 가족이 거실에 모여 디즈니+를 켤 때, 그 가족의 지난 주말 경험과 현재의 관심사를 정확히 관통하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유일한 기업임을 증명했다.
이제 Vizio의 마이크 오도넬(Mike O'Donnell)이다 그는 TV를 더 이상 가전제품이라 부르지 않았다. 그에게 TV는 "거실에 놓인 상점(Storefront)"이자 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이었다.
"사람들이 TV를 켜면 가장 먼저 무엇을 볼까요? 넷플릭스 로고? 디즈니 로고? 아닙니다. 바로 TV 제조사가 만든 '홈 스크린'입니다."
그는 홈 스크린이 앱을 실행하는 관문을 넘어, 그 자체로 거대한 광고판이 되었음을 강조했다. 소비자가 리모컨을 쥐고 '무엇을 볼까' 고민하는 그 짧은 찰나(Zero Moment of Truth), 그 화면에 띄워지는 배너 하나가 그날 저녁 전 세계의 시청 패턴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The TV is no longer just a display; it is the living room storefront, where the home screen is the most valuable real estate in media.
여기에 Fox의 제프 콜린스(Jeff Collins)도 힘을 더했다. 그는 '구독 피로(Subscription Fatigue)'를 언급하며, 소비자들이 이제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이제 돈 대신 시간을 냅니다."
그는 100% 무료 스트리밍인 Tubi와 같은 FAST(광고 기반 무료 TV) 서비스로의 대이동을 설명하며, '공짜의 프리미엄화'라는 새로운 역설을 제시했다. 돈을 내지 않는 대신 광고를 봐주는 시청자들이 역설적으로 광고주들에게는 가장 도달하기 쉽고 매력적인 타깃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대목은 우리와 거리가 멀다. FAST 시장이 커지고 있는 북미 시장의 이야기일 뿐이다.
마무리를 해야 할 시간이다.
지금까지의 미디어 기업들은 시청자를 그저 '눈(Eyeballs)'으로만 취급했다. 시청률이 몇 프로인지, 몇 시간을 머물렀는지가 중요했다. 하지만 CES 2026에서 확인한 미래는 달랐다. 그들은 시청자를 '쇼핑하는 사람', '여행을 꿈꾸는 사람', '감동받고 싶은 사람'으로 재정의하고 있었다.
넷플릭스가 자체 기술로 시청자의 여정을 따라가고, NBCU가 AI로 구매 버튼을 쥐어주며, 디즈니가 감정의 맥락을 읽어내고, Vizio가 홈 스크린을 상점으로 만드는 이 모든 시도들은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구독료를 받는 시대는 저물었다.
이제 미디어의 생존은 소비자가 리모컨을 쥐고 있는 그 짧은 순간, 얼마나 매끄럽게 그들의 삶(Life)과 소비(Commerce) 속에 '적절하게 개입(Intervention)'하느냐에 달려 있다. 리모컨을 드는 그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쇼핑몰의 한가운데 서 있는 시청자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느냐가 Entertainment Industry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 그게 이번 세션이 던진 화두였다.
오프 세미나 참여 신청서는 여기서 (https://forms.gle/c5iNbKvBEZzRAoL56)
Augmented CES 2026 for Creative & Entertainment Industry
1) AI는 창작의 도구로 자리 잡았다
2) 리테일 사업자가 광고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다
3) 탈(脫) 알고리즘 시대: Z세대는 '토끼굴'로 숨어든다
4) tubi 1억 명 돌파, 단일 문화는 죽었다.
5) 데이터는 팩트지만 진실은 아니다
6) 구독료 따위는 잊어라,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당신의 지갑을 노린다
7) AI, 기어를 올리다
8)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2026년 전략을 엿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