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 알고리즘 시대: Z세대는 '토끼굴'로 숨어든다

Augmented CES2026 (3)

CES2026은 볼거리로 가득하다. 현장의 생동감과 체감은 글이나 말로 온전히 전달할 수 없다.
하지만 정보의 밀도라는 관점에서 보면, 현장보다 온라인 자료가 더 풍부하고 다양하다. 전체를 조망하려 한다면 오히려 온라인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여러 자료를 모아 해석하고 의미를 더했다. 과거의 발자취를 찾아 현재 자료에 맥락을 덧붙였다. 이른바 'Augmented CES2026 for Creative Industry'다. 현장에 가지 않은 이들만이 할 수 있는 나름의 최선이 아닐까.

총 10여 편으로 나누어 정리할 예정이다. 1월 29일 저녁에는 오프라인 모임을 열 계획이다. 최종 PPT 파일은 현장 참여자들에게 공유하겠다. (참석을 희망하시는 분들은 제일 아래 구글폼에 기입해 주시길)


이 세션은 틱톡(TikTok)과 같은 알고리즘 기반의 'For You' 페이지가 지배하던 시대를 지나, Z세대가 이제는 더 깊은 연결과 큐레이션 된 경험을 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패널들은 Z세대가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참여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커뮤니티'와 '팬덤'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핵심 키워드는 "참여(Participation)", "큐레이션(Curation)", 그리고 "탈(脫) 알고리즘(Post-Algorithm)"이다. 무작위로 쏟아지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피로감을 느낀 사용자들이, 자신의 취향을 깊이 있게 파고들 수 있는 'Lore(전승/지식)'와 같은 공간이나, 직접 제작에 관여하는 '짐나지움(Gymnasium)'과 같은 형태의 참여형 엔터테인먼트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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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A(United Talent Agency)의 넥스트 젠(Next Gen) 마케팅 임원인 Shaina Zafar이 사회를 봤다. NEXT Gen은 할리우드의 메이저 에이전시인 UTA 산하의 전문 부서로 Z세대의 트렌드, 소비 패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브랜드와 젊은 세대를 연결하는 마케팅 전략을 총괄하는 곳이다. 우리로 치면 대학내일과 가깝지 않을까?


그녀는 미디어 환경이 '알고리즘에 의한 발견'에서 '신뢰 기반의 커뮤니티'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화두로 던졌다. 그리곤 기술이 콘텐츠 소비 방식을 바꿨지만, 결국 인간은 진정한 연결을 갈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각 패널이 가지고 이는 솔루션을 소개하도록 유도했다.


첫 번째 대답은 아담 페이즈(Adam Faze)가 했다. 그는 전통적인 스튜디오 시스템과 1인 미디어의 장점을 결합한 소위 ‘인터넷 네이티브 스튜디오’인 짐나지움의 비전을 이야기했다. 그는 할리우드의 전통적인 '파일럿(Pilot)' 제작 방식—수십억 원을 들여 만들고 소수의 임원(Executive)들이 방영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 완전히 붕괴되었다고 선언한다.


We are moving from an era of broadcasting to an era of deep participation. The audience isn't just watching the show; they are effectively writing the show with us in the comments.


그는 자사의 대표작인 'Boy Room'을 예시로 들었다. 코미디언 레이철 코스터(Rachel Coster)가 진행하는 이 쇼는 20대 남성들의 지저분한 방을 탐방하는 단순한 포맷이다. 거창한 장비 없이 아이폰으로 촬영되었지만,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에피소드당 평균 12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가 강조하는 '짐나지움 모델'의 핵심은

참여가 곧 방송이다 (Participation is Broadcasting). 관객은 완성된 쇼를 보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Boy Room>의 댓글 창은 다음 에피소드에서 어느 방을 갈지, 어떤 물건을 치울지 결정하는 작가 회의실과 같다. 그러니 에둘러 짐작하고 추정하면서 콘텐츠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 첫 번째 핵심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방송은 뜻 그대로의 방송을 의미하는 것이지 소위 방송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broadcasting의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제작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방송이라는 의미는 나름 색다르긴 하다.


두 번째로 강조하는 것은 대중이 결정권자 (The Audience is the Greenlight)라는 점이다. 방송국 임원의 감(Feeling)이 아닌, 실제 데이터와 커뮤니티의 반응(Reaction)이 프로그램의 생존을 결정한다. 반응이 오면 시리즈가 되고, 없으면 사라진다. 과거 쪽대본의 의존하는 한국식 시스템 역시 이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지만, 사전 제작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결국 가벼운 제작 방식이 핵심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 번째 핵심은 최근 몇 년 사이 유튜버 중심의 크리에이터 시장이 연예인 중심으로 급격하게 전환되었던 한국 시장의 재편 과정을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인플루언서가 아닌 '전통적인 재능(Traditional Talent, 코미디언 등)'이 숏폼 문법을 만났을 때 가장 큰 파괴력을 낸다고 주장하고 있다.


https://www.loreobsessed.com/

두 번째 패널은 제라 나크비다. Lore의 설립자이자 CEO인 제라 나크비(Zehra Naqvi) 인터넷이 거대해지면서 역설적으로 개인의 취향을 깊이 있게 담아낼 공간이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검색이 가져온 취향의 위기인 셈이다. 그녀가 창업한 Lore는 '팬덤을 위한 검색 엔진'이자 '디지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표방한다. 그녀에게 디지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집착(Obsession)이 소외받는 것이 아니라 축하받는 공간이다.


"Content is abundant, but context is scarce. We are building Lore to give people the context they need to fall in love with their interests again."


그녀는 베타 테스트 기간 동안 1,000명의 사용자가 24,000건의 검색을 하며 평균 200시간 가까이 체류했다는 놀라운 데이터를 공개했다. Z세대가 단순히 15초짜리 틱톡 영상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해리포터, K-pop, 마블 등)에 대해 '토끼굴(Rabbit Hole)'을 파고 들어가고 싶어 하는 욕구가 엄청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유래한 토끼굴은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려운 이상하고 신비로운 세계나 정보의 늪으로 깊숙이 빠져드는 상황을 의미한다.


기존의 구글 검색이나 위키피디아는 정보가 파편화되어 있고, 소셜 미디어 피드는 맥락 없이 휘발된다. Lore는 이러한 팬덤의 지식(Lore)을 연결하여, 사용자가 '덕질'의 맥락을 끊김 없이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녀는 이를 "눈팅족(Lurker)을 위한 안전한 공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 Coalition system의 연구원인 비제이 파닥(Vijay Pathak)은 이러한 현상을 사회학적, 데이터 과학적 관점에서 '알고리즘 피로(Algorithmic Fatigue)'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인간의 뇌가 무한한 도파민 자극과 수동적인 추천에 지쳐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Trust has shifted from institutions to individuals. The most powerful recommendation today isn't 'Top 10' on Netflix, it's a DM from a friend saying 'You have to watch this.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사용자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떠먹여 주는(spoon-fed) 콘텐츠보다, 불편하더라도 스스로 약간의 노력을 들여(friction) 찾아낸 정보나 커뮤니티에 더 큰 신뢰와 애착을 느낀다. 일명 '의도적인 불편함(Desired Friction)'이다. 너무 매끄러운 틱톡 피드보다, 직접 검색하고 찾아가야 하는 디스코드(Discord)나 레딧(Reddit)의 하위 게시판이 Z세대에게 더 '진짜(Authentic)'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는 Lore가 추구하는 '능동적 탐색'이나 Gymnasium이 유도하는 '참여형 제작'과 맥을 같이 한다. 그는 이것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디지털 사회가 성숙하면서 나타나는 '인간성 회복'의 본능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는 새삼스럽지 않은 발언들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이런 류의 서비스들이 형식을 달리하며 성공하고 있다. Gymnasium의 'Boy Room'이 댓글로 에피소드를 만들듯, 한국의 걸밴드 QWER(유튜버 김계란 기획)이나 버추얼 그룹 이 세계 아이돌(스트리머 우왁굳 기획)은 기획 단계부터 팬들의 의견을 반영하며 성장 서사를 함께 써 내려갔다. 이는 "완성된 제품이 아닌 과정을 판다"는 Adam Faze의 철학과 일치한다.


24년 영상이지만, Adam Faze의 철학이 잘 담겨 있다.



Lore처럼 파편화된 팬덤 정보를 통합하고 아카이빙 하는 유사 서비스가 국내에서는 블립이 있다. 블립은 스케줄과 콘텐츠를 큐레이션 하여 팬들의 편의를 돕고, 나무위키는 집단지성을 통해 방대한 설정(Lore)을 정리한다. Lore가 추구하는 '팬덤을 위한 맥락 있는 검색'이 한국에서는 커뮤니티와 위키 형태로 이미 활발히 구현되어 있다.


이 세션의 내용은 북미 시장에서 발견되는 여러 자료들의 연장선이다. Digital Content Next 등의 자료에 따르면, Z세대의 88%는 브랜드보다 친구나 가족의 추천을 신뢰하며, 79%는 개별 크리에이터를 신뢰한다. 반면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61%에 불과하다. 이는 Adam Faze가 말한 "방송(브랜드)에서 참여(크리에이터/커뮤니티)로의 이동"을 통계적으로 뒷받침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신뢰의 이동’(trust shift)라고 한다.


하버드 미디어 연구소(MisinfoReview 등)의 흐름에 따르면, 디지털 리터러시가 높은 사용자일수록 수동적인 피드 소비를 경계한다. 이들은 '필터 버블'에 갇히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검색 패턴을 바꾸거나, Zehra Naqvi가 만든 Lore와 같은 틈새 커뮤니티 도구를 사용하여 자신의 '디지털 식단'을 직접 통제하려 한다. 이른바 알고리즘의 회피와 이로 인한 토끼굴의 필요성이다.


Adam Faze의 Gymnasium은 틱톡을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닌 '1차 배급망'으로 활용한다. 최근 기사(The Hollywood Reporter 등)들은 이를 "TV 파일럿의 재발명"이라고 평가하며, 댓글과 리믹스(Remix) 기능을 통해 시청자가 제작 과정에 개입하는 모델이 기존 OTT의 일방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번 세미나는 몇 가지 징후를 보여준다. 상대적으로 덕질이라는 개념이 부족했던 미국 시장에서 팬덤 기반, 덕질 기반의 시장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타쿠로 상징되는 덕질 문화가 강했던 일본, 그리고 덕질 문화가 팬덤 산업으로 성장한 한국과 달리 서브컬처 자체는 풍성할지 몰라도 하나의 산업으로 형성되지

못했던 미국 시장에서 소위 Zen 세대를 중심으로 이런 문화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오프 세미나 참여 신청서는 여기서 (https://forms.gle/c5iNbKvBEZzRAoL56)

Augmented CES 2026 for Creative & Entertainment Industry
1) AI는 창작의 도구로 자리 잡았다
2) 리테일 사업자가 광고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다
3) 탈(脫) 알고리즘 시대: Z세대는 '토끼굴'로 숨어든다
4) tubi 1억명 돌파, 단일 문화는 죽었다.
5) 데이터는 팩트지만 진실은 아니다.
6) 구독료 따위는 잊어라,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당신의 지갑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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