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mented CES2026 (5) Using Data
CES2026은 볼거리로 가득하다. 현장의 생동감과 체감은 글이나 말로 온전히 전달할 수 없다.
하지만 정보의 밀도라는 관점에서 보면, 현장보다 온라인 자료가 더 풍부하고 다양하다. 전체를 조망하려 한다면 오히려 온라인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여러 자료를 모아 해석하고 의미를 더했다. 과거의 발자취를 찾아 현재 자료에 맥락을 덧붙였다. 이른바 'Augmented CES2026 for Creative Industry'다. 현장에 가지 않은 이들만이 할 수 있는 나름의 최선이 아닐까.
총 10여 편으로 나누어 정리할 예정이다. 1월 29일 저녁에는 오프라인 모임을 열 계획이다. 최종 PPT 파일은 현장 참여자들에게 공유하겠다. (참석을 희망하시는 분들은 제일 아래 구글폼에 기입해 주시길)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열린 CES 2026. 1월 8일 CSpace에서는 마케터들과 비즈니스 리더들이 모여서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두고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CMO Insights' 트랙에는 메리어트(Marriott), X(구 트위터), 삼성전자, 도어대시(DoorDash), 마즈 펫케어(Mars Petcare) 등은 이날 "우리가 알던 데이터 분석은 죽었다." 그들은 수십 년간 마케팅의 성배로 여겨졌던 '인구통계학적 데이터'와 '과거 구매 이력'이 이제는 오히려 고객 경험을 망치는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한 가지로 모여졌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데이터가 진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CES 2026 현장에서 목격한, '숫자' 너머의 '진실'을 이야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최고 고객 책임자(CCO) 페기 로(Peggy Roe)는 '계란 흰자 오믈렛의 딜레마'를 이야기했다. 뭔 뜬금없는 이야기인가 싶지만, 이 계란 오믈렛 이야기는 행사장의 분위기를 단숨에 압도했다. 메리어트의 방대한 데이터 시스템의 분석에 따르면 페기 로는 '건강을 챙기는 비즈니스 우먼'이고, 따라서 '계란 흰자 애호다'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어느 메리어트 호텔을 가든, 룸서비스 메뉴 최상단에는 어김없이 흰자 오믈렛이 추천된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페기 로는 반문을 했다. "금요일 밤, 지친 업무를 마치고 휴가를 떠난 나에게도 오믈렛이 정답일까요?" 이때는 건강식이 아니라 불량식품이어야 한다. 바로 그 순간 그녀가 원하는 것은 푹신한 팬케이크와 와인 한 잔이었다. 그러나 '똑똑한' AI는 과거의 데이터만 믿고 눈치 없이 건강식을 들이밀며 고객의 '해방감'을 오히려 방해한다. 순진하게 데이터에 의존해서 AI의 말만을 믿었다면 눈치 없는 비서 들인 셈이다.
2026년 마케팅이 직면한 새로운 위기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데이터는 과거의 행동(Behavior)을 완벽하게 소환해 내지만, 현재의 기분(Sentiment)과 맥락(Context)은 무지하다. 이 대목에서 페기 로는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행동을 예측하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니즈(Needs)'를 예측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이 고객이 무엇을 샀는가'를 묻는 단계를 넘어, '이 고객이 지금 왜 여기에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여행의 목적이 출장인지, 가족 여행인지, 아니면 반려견과의 동반 여행인지에 따라 같은 사람도 전혀 다른 페르소나를 가지기 때문이다.
도어대시(DoorDash)의 광고 총괄 토비 에스피노자(Toby Espinosa)는 한술 더 떠 인구통계학적 타기팅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마케터들은 여전히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35세 백인 남성'을 타기팅합니다.
하지만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에게 있어 현대 사회에서 나이와 성별, 거주지는 소비 행동을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게으른 지표다. 이런 지표보다는 '습관(Ritual)'에 주목했다. 누군가 매주 화요일 밤마다 팟타이를 주문한다면, 그 데이터는 그가 어떤 인종이든 상관없이 '화요일 밤엔 아시아 면 요리로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라는 강력한 맥락을 제공한다.
도어대시는 이제 이 '행동의 맥락'을 쇼핑으로 확장 중이다. 화요일 밤 팟타이를 시키는 사람에게, AI는 디저트로 어울리는 특정 브랜드의 아이스크림이나, 다음 날 아침을 위한 유기농 우유를 추천한다. 이는 단순한 연관 상품 추천이 아니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패턴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의도(Intent) 기반의 침투'다.
토비가 소개한 '스마트 대체(Smart Substitution)' 기술은 그 정점이다. 딸기가 품절되었을 때, 단순히 "품절입니다"라고 띄우는 것은 하수다. AI는 고객이 평소 '산딸기'를 좋아했는지, 아니면 '유기농' 라벨을 중시했는지를 순식간에 분석해, 고객이 화를 내기도 전에 가장 만족할 만한 대체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제안한다. 이것은 예측을 넘어선 '배려'다.
X(구 트위터)의 마케팅 총괄 안젤라 제페다(Angela Zepeda)는 '속도(Velocity)'를 새로운 화두로 던졌다. 그녀는 2026년의 소비자들이 더 이상 정보를 찾기 위해 검색창을 두드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에 그들은 '지금 당장 벌어지는 일'을 확인하기 위해 X로 몰려든다.
"사람들은 지진의 원인을 알기 위해 구글을 찾지만, '지금 땅이 흔들리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X를 켭니다."
그녀가 든 '브래들리 쿠퍼와 루이뷔통' 사례는 소름 돋는 속도전의 대표적인 예였다. 배우 브래들리 쿠퍼가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장에 나타난 순간, 타임라인은 폭발했다. 루이비통의 마케팅 팀이 회의를 소집하고 결재를 받는 동안 이미 트렌드는 지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X의 AI '트렌드 지니어스(Trend Genius)'는 달랐다.
대화량이 급증하는 것을 감지한 AI는 즉시 루이비통의 캠페인을 해당 트렌드와 매칭시켰다. 사람들이 브래들리 쿠퍼의 패션을 검색하기도 전에, 타임라인에는 그가 입은 옷과 관련된 브랜드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었다. 이것은 광고가 아니다. 문화적 현상(Cultural Moment)에 올라타는 서핑이다.
안젤라의 말처럼
이제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한 기획'이 아니라
'적절한 개입'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입에도 정도가 있다. 이 대목에서 삼성전자 아메리카의 CMO 앨리슨 스트랜스키(Allison Stransky)와 마즈 펫케어(Mars Petcare)의 최고 성장 책임자 나조 티타-리드(Najoh Tita-Reid)의 이야기는 대단히 중요하다. 바로 AI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모습으로 '투명성(Invisibility)'을 꼽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최고의 기술은 존재감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있는지 없는지도 몰라야 그게 제대로된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삼성의 'AI 절약 모드'는 사용자가 "전기를 아껴줘"라고 말할 필요조차 없게 만든다. AI는 주인의 외출 패턴과 수면 시간을 학습해, 알아서 가전의 전력을 조절한다. 사용자는 그저 월말에 줄어든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며 미소 지을 뿐이다.
마즈 펫케어의 '사진 진단 기술'은 또 어떤가. 반려견의 건강이 걱정되어 밤새 인터넷을 뒤지며 불안에 떨던 반려인들에게, AI는 사진 한 장으로 "지금 병원에 가라" 혹은 "괜찮다"는 명확한 답을 준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서비스가 아니다. 반려인의 '불안(Anxiety)'을 제거하는 심리적 케어다.
메리어트의 페기 로가 언급한 '보이지 않는 체크인' 역시 같은 맥락이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나의 위치를 인식한 호텔이 프런트 데스크를 거칠 필요 없이 모바일 키를 활성화해 준다. "체크인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조차 구시대의 유물이 되는 것이다.
자 이제 이번 CES2026 <Using Data to Predict Consumer Behavior> 세션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
고객을 분석하지 말고, 고객의 맥락 속으로 들어가라
지금까지의 기업들은 데이터를 무기로 고객을 '타기팅(Targeting)'했다. 그것은 사냥 용어다. 하지만 이제 기업들은 데이터를 나침반 삼아 고객을 '가이딩(Guiding)'해야 한다. 화요일 밤 팟타이를 찾는 이에게 위로가 되는 디저트를 건네고, 휴가 온 비즈니스 우먼에게 오믈렛 대신 와인을 권하며, 반려견이 아플까 봐 걱정하는 주인에게 확신을 주는 것. 이것이 바로 AI와 데이터가 그려야 할 미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전제 조건은 '신뢰(Trust)'다. 고객이 자신의 위치, 건강 정보, 식습관 데이터를 기꺼이 내어준다는 조건이 성립해야 가능한 결론이다. 고객이 애써 동의한 정보를 기업이 자신을 괴롭히는 광고 따위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대신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비서처럼, 내 삶을 윤택하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데이터는 팩트다. 하지만 그 팩트들을 엮어서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진실이 되려면 '맥락'이라는 숨결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 신호를 '계란 흰자 오믈렛'이라는 차가운 데이터로만 해석할 것인가, 아니면 '지친 금요일 밤의 위로'라는 따뜻한 진실로 읽어낼 것인가.
2026년, 승자와 패자는 바로 이 '해석의 깊이'에서 갈릴 것이다.
당신의 AI는 지금, 숫자를 읽고 있는가, 아니면 사람을 읽고 있는가?
오프 세미나 참여 신청서는 여기서 (https://forms.gle/c5iNbKvBEZzRAoL56)
Augmented CES 2026 for Creative & Entertainment Industry
1) AI는 창작의 도구로 자리 잡았다
2) 리테일 사업자가 광고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다
3) 탈(脫) 알고리즘 시대: Z세대는 '토끼굴'로 숨어든다
4) tubi 1억 명 돌파, 단일 문화는 죽었다.
5) 데이터는 팩트지만 진실은 아니다
6) 구독료 따위는 잊어라,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당신의 지갑을 노린다
7) AI, 기어를 올리다
8)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2026년 전략을 엿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