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mented CES2026 (1)
CES2026은 볼거리로 가득하다. 현장의 생동감과 체감은 글이나 말로 온전히 전달할 수 없다.
하지만 정보의 밀도라는 관점에서 보면, 현장보다 온라인 자료가 더 풍부하고 다양하다. 전체를 조망하려 한다면 오히려 온라인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여러 자료를 모아 해석하고 의미를 더했다. 과거의 발자취를 찾아 현재 자료에 맥락을 덧붙였다. 이른바 'Augmented CES2026 for Creative Industry'다. 현장에 가지 않은 이들만이 할 수 있는 나름의 최선이 아닐까.
총 10여 편으로 나누어 정리할 예정이다. 1월 29일 저녁에는 오프라인 모임을 열 계획이다. 최종 PPT 파일은 현장 참여자들에게 공유하겠다. (참석을 희망하시는 분들은 제일 아래 구글폼에 기입해 주시길)
2026년 1월 7일. CES 2026에서 열린 <From Concept to Reality: Creatives Using AI to Bring Big Ideas to Life> 세션은 AI가 단순한 기술적 트렌드를 넘어 창작의 도구로서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를 다룬 패널토의다. 사회자 티파니 무어(Tiffany Moore)의 진행으로 우탕 클랜(Wu-Tang Clan)의 리더 RZA, 스피어(Sphere)의 제니퍼 코스터(Jennifer Koester) 사장, 그리고 구글(Google)의 크리스 터너(Cris Turner) 부사장이 연사로 참여해 각자의 경험을 공유했다.
예상했던 대로 이들 모두 AI를 인간을 대체하는 '인공(Artificial)' 지능이 아닌, 인간의 창의성을 돕고 가속화하는 '보조(Assistive)' 도구로 정의하며, 거대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과정에서의 AI 역할을 강조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실제로 보조 도구로서 AI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자신들의 경험으로 실예를 보여주고 있다는 데 있다.
먼저 RZA가 문을 열었다. RZA는 우탕 클랜 (Wu-Tang Clan)의 리더고, 우탕클랜은 1990년대 동부 힙합을 대표하는 그룹이다. 우탕 클랜은 거칠고 투박한 샘플링 사운드로 힙합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그런 그가 AI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Artificial Intelligence가 아니라 Assistant Intelligence라서 AI라고 설명을 하기도 했다.
I don't share the fear as far as being replaced by AI
RZA는 음악과 영화라는 두 가지 예술 분야를 넘나들며, AI가 어떻게 자신의 오랜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었는지 구체적인 경험담을 공유했다. 그는 자신의 첫 발레 앨범인 <A Ballet Through Mud> 제작 당시, 10대 시절 스테이튼 아일랜드에서 썼던 낡은 노트 속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AI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앨범 제작 시 콜로라도 심포니(Colorado Symphony)와 협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머릿속에 있는 멜로디를 수십 명의 연주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악보 작업과 편곡 과정이 필수적이며, 이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작업이다. RZA는 자신의 첫 발레 앨범인 <A Ballet Through Mud>를 제작하며 이 난관을 AI로 돌파했다. AI 툴에 자신의 악상을 입력해 오케스트라 연주를 미리 시뮬레이션해 보았다. 최상의 공식을 찾은 그는 데모 버전을 만들어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연주자에게 공유했다. 악보만으로는 전달하기 힘든 '느낌'과 '분위기'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소통의 도구가 되었으며, 덕분에 실제 녹음 단계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
힙합의 핵심 작법인 '샘플링'은 기존 음악의 일부를 따와 재창조하는 예술이다. 하지만 과거의 기술로는 이미 믹싱이 끝난 곡에서 보컬이나 드럼 소리만 따로 깨끗하게 빼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RZA는 이번 세션에서 특정 곡명을 언급하는 대신, 자신의 프로듀싱 워크플로우 전반에 AI의 '스템 분리(Stem Separation)'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를 강조했다.
그는 스튜디오에 쌓여 있는 수십 년 된 낡은 데모 테이프나 희귀 LP 레코드에서 노이즈를 제거하고, 원하는 악기 소리만 정밀하게 추출해 새로운 비트의 재료로 삼는 과정을 시연했다. RZA는 이를 두고 "요리사가 재료를 더 정밀하게 다듬을 수 있게 된 것"이라 비유했다. 비록 구체적인 발매 곡명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 기술은 아티스트가 과거의 유산(Archive)을 자유롭게 해체하고 재조립하여 창작의 재료로 삼는 '과정의 혁신'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영화 제작에 있어 투자를 유치하는 '피칭(Pitching)' 단계는 매우 중요하다. 감독의 머릿속에만 있는 추상적인 세계관을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생생하게 보여주느냐가 제작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RZA는 10년 넘게 구상해 온 자신의 영화 시나리오 'Bobby Digital'을 시각화하기 위해 AI를 선택했다.
특히 RZA는 AI가 창작의 속도(Speed)에 주목했다. 그는 영화 데모 제작 과정에서 '얼어붙은 강' 장면이 필요했는데, 이를 AI 도구를 활용해 생성했다고 밝혔다. 과거 방식대로라면 아티스트에게 의뢰해 며칠이 걸렸을 작업을 AI를 통해 매우 짧은 시간 안에(in a short time) 시각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AI가 아티스트의 머릿속 아이디어를 지체 없이 눈앞의 현실로 만들어줌으로써, 창작의 흐름을 끊지 않고 가속화하는 도구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비록 실제 촬영된 영상은 아니었지만, 이 '시각적 데모'는 투자자들에게 영화의 비전을 명확히 전달하고 프리프로덕션 단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라스베가스의 대표 상품이 된 스피어(Sphere)의 CEO인 제니퍼 코스너도 생산성 도구로서 AI의 가치를 이야기해 주었다. 먼저 <스피어>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닌 '새로운 미디어 캔버스'임을 강조하며, 구글과 협력한 '오즈의 마법사 몰입형 체험(The Wizard of Oz Immersive Experience)' 프로젝트를 상세히 소개했다.
스피어 엔터테인먼트와 구글은 2025년 4월 기술 파트너십을 맺고 제작을 공식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비오 2(Veo 2), 이마젠 3(Imagen 3) 등 최신 AI 모델이 대거 투입되었다. 제작진은 발표 4개월 만인 2025년 8월 28일, 라스베이거스 스피어에서 공식 개봉(Premiere)을 알렸으며, 이후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2026년 상반기까지 장기 상영을 이어오고 있다.
원작 영화는 1939년 당시 표준이었던 4:3 비율(거의 정사각형)로 촬영되었다. 반면 스피어의 스크린은 축구장 2개 너비인 160,000 제곱피트 크기에 16K 초고해상도를 가진 광활한 돔형 곡면이다. 단순히 원작 영상을 확대하면 화질이 심각하게 깨지는 것은 물론, 가로로 긴 스피어 화면의 특성상 좌우 80% 이상이 검은 여백으로 남거나, 억지로 늘릴 경우 인물이 뚱뚱하게 왜곡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제는 단순히 인력을 더 투입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작업량의 한계다. 16K 해상도는 일반 4K 화면의 16배가 넘는 크기로, 90분 영화의 매 프레임(초당 24장)마다 빈 공간을 손으로 그려 채우려면 수백 명의 아티스트가 수년을 매달려도 물리적인 마감 기한을 맞출 수 없다. 일관성(Consistency) 유지의 어려움이다. 수많은 작업자가 나눠서 그릴 경우 1939년 원작 특유의 거친 필름 질감과 색감을 통일하기 어려워 영상이 덜덜 떨리거나 위화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즉, 인간의 수작업만으로는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 거대한 빈 공간을 자연스럽게 채우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제작진은 이 한계를 '아웃페인팅(Outpainting)' 기술로 극복했다. AI는 원작의 스타일을 학습해 4:3 화면 밖으로 잘려 나간 도로시의 다리와 주변 에메랄드 시티 풍경을 상상하여 그려냈다. 또한 1939년의 거친 필름 입자(Grain)를 유지하면서도 16K 해상도로 화질을 끌어올리는 초고해상도 업스케일링 기술을 적용해, 관객이 마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구현했다.
이 프로젝트는 개봉 전 이미 12만 장 이상의 티켓이 선판매되는 기록을 세웠으며, 비평가들로부터 "고전 영화를 경험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이정표를 남겼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처리된 데이터 총량이 약 1.2 페타바이트(PB)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는 고화질 영화 약 2만 편에 해당하는 방대한 양이다. 기존의 AI가 작은 이미지 한 장을 실험적으로 생성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축구장 2개 크기의 16K 화면을 채우기 위해 1초에 수십 장의 초고화질 이미지를 생성하고 렌더링해야 했다. 이를 오류 없이 안정적으로 수행했다는 것은, AI가 이제 실험실의 '장난감' 단계를 넘어 수백억 원 규모의 대형 상업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 있는 '산업적 성숙도(Industrial Maturity)'와 신뢰성을 확보했음을 증명한다.
마지막 이야기는 구글 부사장인 크리스 터너다. RZA와 제니퍼 코스너 역시 AI 작업 시 구글 서비스를 사용했기에 두 분의 이야기에 살을 보태기도 했었다. 일단 그는 기술 제공자(Tool Maker)의 관점에서, AI가 전문 예술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과 기업의 업무 방식까지 어떻게 혁신하고 있는지 조금 더 일반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터너는 RZA 같은 전문 뮤지션뿐만 아니라, 악기를 다루지 못하는 일반인들도 창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도구로 구글의 <MusicFX>를 소개했다. 구글의 'AI 테스트 키친(AI Test Kitchen)'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개된 실험적인 도구로, 고성능 AI 모델인 '뮤직 LM(MusicLM)'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복잡한 작곡 프로그램이나 악기 연주법을 몰라도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재즈 피아노"나 "운동할 때 듣기 좋은 강렬한 테크노 비트"처럼 텍스트만 입력하면 AI가 즉시 그에 맞는 독창적인 음악(최대 70초 길이의 루프)을 생성해 준다.
단순히 곡을 만드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악기를 추가하거나 비트를 바꾸며 마치 DJ처럼 음악을 믹싱하고 연주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경험을 제공했다. 또한, AI가 만든 음악이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기계는 식별할 수 있는 디지털 워터마크 'SynthID'가 삽입되어 기술적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이는 AI가 창작의 진입 장벽을 낮춰 '모두를 위한 크리에이티비티(창작의 민주화)'를 실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다.
터너는 창작을 넘어선 실용적 AI 활용의 핵심으로 '그라운딩(Grounding)' 기술을 강조하며, 미국의 한 시장(Mayor)이 도입한 '행정 도우미' 사례를 심도 있게 설명했다. 생성형 AI의 치명적 약점인 '환각(Hallucination)'을 해결하기 위해, 구글의 엔터프라이즈 AI는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도시 조례집(City Codes)과 규제 문서를 학습하고, 오직 이 검증된 데이터(Source of Truth)에만 기반해 답변하도록 설계되었다.
예를 들어 시 공무원이 "식당 개업 시 필요한 소방 안전 규정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AI는 단순히 그럴싸한 말을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 조례 제12장 소방안전법 4조에 따르면..."과 같이 정확한 법적 근거와 출처를 찾아 연결해 준다. 이는 AI가 단순한 생성 도구를 넘어, 행정 업무의 정확도를 높이고 민원 처리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신뢰할 수 있는 지식 파트너'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터너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AI의 가장 큰 가치는 "시작의 두려움(백지 공포)을 없애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음악을 만들든, 인간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하얀 종이 앞에서 첫 줄을 적는 것이다. AI는 사용자의 간단한 아이디어만으로 순식간에 '첫 번째 초안(First Draft)'을 만들어주어 창작의 심리적 장벽을 허물어준다. 그는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AI와 함께 빠르게 시도하고 빠르게 실패(Fail Fast)하며 수정해 나가는 것이 혁신의 지름길"이라며 기술을 대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주문했다.
It (AI) lowers the barrier to entry. Whether you are writing code, whether you are writing a document, it solves for the tyranny of the blank page. It allows you to get to a first draft faster.
이번 세션의 패널 토의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AI는 창작자를 대체하는 주체가 아니라, 창작자를 돕는 강력한 '가속기(Accelerator)'라는 점이다. RZA가 남긴 "타이거 우즈의 골프채를 산다고 해서 누구나 타이거 우즈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처럼, 연사들은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어떻게 휘둘러 감동적인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임을 강조하며 대담을 마쳤다.
오프 세미나 참여 신청서는 여기서 (https://forms.gle/c5iNbKvBEZzRAoL56)
Augmented CES 2026 for Creative & Entertainment Industry
1) AI는 창작의 도구로 자리 잡았다
2) 리테일 사업자가 광고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다
3) 탈(脫) 알고리즘 시대: Z세대는 '토끼굴'로 숨어든다
4) tubi 1억명 돌파, 단일 문화는 죽었다.
5) 데이터는 팩트지만 진실은 아니다
6) 구독료 따위는 잊어라,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당신의 지갑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