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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들리 Wadley Feb 06. 2024

Prologue

여는 글

연재를 할 생각은 없었다. 2개의 연재가 지난주 끝나고 나니 홀가분했다. 슬슬 미루다가 매일 저녁 다다다닥 자판을 두들리지 않아도 되었으니. 나는 밤에 그것도 별도 달도 어두워져야 뭔가 떠오르곤 한다. 그래서 며칠 일찍 자고 여유를 부렸다. 그 사이 나는 머리색이 변했다.(이것은 다음 글에)


지구 방위 특공대! 같은 이런 제목을 단 건 연재가 아니라 나 혼자 볼 요량이었기 때문이다. 호주살이 6개월 남짓, 예상보다 영어를 안 쓰지만 그래도 만나는 영어생활들을 적어두면 까먹지도 않고 추억이 되겠지 싶었다. 갑자기 마음이 당겨져서 열심히 영어 뉴스 듣고 단어를 여기저기 적어도 확실히 잘 까먹는다.


브런치에서 알림이 왔다. 어여 쓰세요- 역시 발행을 안 하니 스리슬쩍 손놀림이 가벼워진다. 저장만 누르고 일기장이 되려나 했는데. 파트너가 묻는다. "새 연재를 시작했어? 그것도 연일?" 그렇구나. 나의 독자님들께 연재한다고 알림이 가는구나. 나만 보기의 일기장은 안 되는 것이군. 시작 or 삭제? 그 고민을 한 이유가 있다.


영어를 잘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좋은 유튜브 영상과 어플도 기가 막히게 굿이다. 부럽다가도 여기 호주에 살게 된 나는 완전히 깨달았다. 내가 지금부터 여기서 아주 열심히 살고 미친 듯이 공부해도 여기 현지인처럼 말하고 살기는 힘들구나. 가령 한국어 문자로 편히 소통했는데 막상 만나서 처음 입을 떼자마자 나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외국분이시구나. 그들도 나에게서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호주에 나 같은 외국인이 많은 게 다행.


가끔 동네 꼬마의 말도 어렵게 들린다. 강아지는 어떻고.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그 개들은 영어로 말하는 주인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움직인다. 나보다 낫네. 매주 한국어 교육 봉사를 하고 있는데 열심히 한글 한국어 가르치지만 그것을 설명할 때는 영어를 써야 한다. 우리 현지인 꼬맹이들이 말이냐는 고개를 갸웃하면 나는 등에서 땀이 나기 시작한다. 그래 난 국어교사지 영어교사는 아니지만 영어에 대한 글은 다소 부담이 되었다. 틀리거나 맞지 않으면 어쩌나.

 

그러나 이 밤에도 다다다다닥 타자를 치기 시작한 건, 결국 기억과 추억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영어의 학습 편이나 발음과 같은 '영어 공부'의 스타일은 아닐 것이다. 호주 사람들의 말과 문장에서 그들의 생각과 문화를 읽어보려 한다. 아마도 새와 집으로 열어본 호주의 이야기가 말과 상황 만남들로 이어질 것 같다.


그렇게 또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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