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을 이르는 말들도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영국과 영국 문화의 영향을 받은 호주는 Toilet이다. 보통 우리나라나 미국권에서는 restroom이라고 많이 쓰는 듯하다. 집안에서 샤워부스와 함께 변기가 있는 곳은 보통 bathroom이라고 한다. Unisex toilet의 경우 대형 건물이 아닐 때에는 Unisex/Disabilty [유니섹스/디서빌리티]가 같이 있기도 하다. 이 [토일렛] 그러니까 화장실과 장애인 이야기다.
호주에 처음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의 unisex [유니섹스] 칸이다. 작은 건물의 한 칸뿐인 화장실이 아니라면 거의 모든 화장실에서 남성용 여성용이 아닌 '남녀공용' 유니섹스 화장실을 볼 수 있다. 들어가려다가 아, 뭐지? 했다. 물론 누구든 이용할 수 있으니 남성용 여성용이 다 차있는 경우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성별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겠다. 그런데 놀란 이유는 무엇일까?
버스 정류장에서도 쇼핑몰에서도 식당에서도 어디서든, 남녀의 성별이 없는(?) 상황들을 워낙 많이 보게 되기 때문이다. 가령 우락우락 건장한 남성이 핑크 원피스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라든지 동성(性)을 가진 사람들이 길이나 식당에서 스킨십을 거리낌 없이 하는 상황이라든지, 그것은 그 사람의 일일뿐.who cares [후 케어즈] 누가 신경 써ㅡ
물론 나는 각 사람의 개성과 가치관을 존중한다. 여중을 졸업한 제자가 여성과 사귄다는 자랑을 할 때 그렇구나-하면서 어떤 점이 좋은지 물었다. 나도 꽤 보수적이라, 자연스럽고 싶은데 내 표정이 어색하진 않은지 내내 걱정했었다. 여기 호주의 남다른 복장들은 워낙 눈에 띄니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만 쳐다본 것 같다. 누구도 보지 않고 신경 쓰지 않는다. 비단 복장이나 연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친절하고 쾌활하지만 또한 타인의 옷에 차에 신발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것은 그 사람의 일이랄까. 차도 우리나라에서 단종된 브랜드 모델이 여기 호주에서 운행한다면 좀 더 이해될 듯. 명품백도 안 보인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내가 나를 위해 소비하고 사용하는 것
다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며 방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그는 그 나는 나
호주에서 처음 또 놀란 것 중 하나가 장애인이 참 많다는 것이다. 잘 생각해 보자. 호주에서만 장애인이 많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많은 장애인들이 밖으로 잘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쇼핑몰에서 장애인용 전동 휠체어가 두 다리로 걷는 사람처럼 움직이는 것을 하루에도 여러 번 볼 수 있다. 호주는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잘 되어 있어서인지 어딜 가든 혼자서 또는 기관에서 보낸 지원인력과 함께 움직이고 생활한다.
길을 걷다 보면 I ♥ ndis 간판이나 표시를 만날 수 있다. NDIS는 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 [내셔널 디서빌리티 인슈런스 스킴]그러니까 '국가 장애 보험 제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버스를 타고 홀로 쇼핑몰에 가는 일들만이 여기 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들이 쇼핑몰에서 음식을 먹든 이동을 하든 해당 휠체어가 커다랗고 느리더라도 먼저 양보하고 먼저 양해하며 어디서든 우선시 된다. 장애인들의 얼굴에서 불편함이나 난처함은 느낄 수 없다 그러므로 대형 쇼핑몰에서는 오늘도 장애인용 전동 휠체어가 일반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며 생활한다. 장애障礙라는 말은 해당 기능이 막혀 있다는 것, 우리나라의 그들도 외출이 편해져서 더 자주 보고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