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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들리 Wadley Feb 29. 2024

Australia

leap day의 호주 이야기

호주는 왜 호주인가.


지금까지 이야기 한 새와 집과 학교와 문화, 그것은 모두 오스트레일리아 '호주'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호주는 왜 호주인지, 우선 그 말을 하나씩 살피게 되었다.


호주는 <濠 호주 호 洲 물가 주>라는 한자를 쓴다.


'호'자는 사전에서 '해자 호'로 나온다. '해자'는 연못이나 경계를 의미하므로 해자라는 뜻은 호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자사전에 호주의 나라 이름, 오스트레일리아의 준말이라고 나오는 해석을 따르는 것이 자연스럽겠다.


'주'자는 물가를 의미하는 글자다. 濠자와 더불어서 모두 물을 의미하는 삼수변이 들어가 있다. 마치 큰 땅 덩어리 호주가 워낙 바닷물에 둘러싸여 있지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물이 많아서 이런 글자들을 쓰게 된 걸까?


여기서 잠시 다른 나라 이름 미국과 영국을 살펴본다.


미국은 America[어메리카], USA 전혀 원래 이름과 상관없이 美國이다. 아름다운 나라라니

영국은 England[잉글런드], UK 역시 전혀 원래 이름과 상관없이 英國이다. 꽃부리의 나라라니


그럼 미국과 영국은 무슨 일인가. 이것은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던 우리의 방식과 연관이 된다. 못하거나 뒤쳐진 것이 아닌 서구 문물이 늦게 받아들인 터라 먼저 받아들이거나 연관된 중국이나 일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겠다. 마치 일제강점기에 왜 지식인들은 일본으로 유학을 갔나?라는 질문에 먼저 서양 학문을 받아들인 일본으로 가서 조금이나마 알게 된 일본어로 공부를 하는 것이 영어나 불어로 공부하는 것보다 쉬웠을 것이란 대답과 같다. 나라이름도 그런 주변국의 영향으로, 한자의 음을 빌리는 '가차'의 방식으로 이루어졌겠다.


미국의 정식 명칭은 USA(United States of America)이며 줄여 America[어메리카]라고 부른다. 해당 발음 시 세게 들리는 '메'의 발음을 따서 '美'를 썼다. 중국어 美國[메이구오]가 우리는 한자 그대로 '미국'이 된다.


영국은  UK(United Kingdom)이며 줄여서 England[잉글런드]라고 부른다. '잉'을 한자로 적은 것이다. 우리는 '잉' 아니지만 중국어로는 英國 [잉구오]다. 나름 원래 발음을 비슷한 한자음으로 쓴 것이다.


그러므로 호주는 澳大利亚[아오따리아]라 중국어로 적으며 줄여서 澳洲 [오주] 라고 한다. 역시나 원래 발음과 가장 유사한 한자어를 사용한 것. 이것을 일본에서는 濠洲 [고우슈]라고 적는다. 우리는 이 영향으로 일본의 고우슈에 해당하는 한자어 濠洲를 우리는 우리식으로 [호주]라고 부르게 된 것.


호주에서 우리나라의 설날인 구정을 바라보며 온갖 Lunar new year's day에 대한 중국식 장식과 팻말에 같은 문화권이니 누가 먼저라고 따질 수도 없겠지만 외부에선 중국의 명절로 보는구나-하는 쓸쓸함이랄까. 나와서 보면 우린 너무 작지만 또한 우리는 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의 문화와 문물이 중국과 일본에 또한 많은 영향을 주었음을. 그렇게 마음을 토닥인다.


오늘은 2월 29일, 4년에 한 번 있는 leap year [립 이어] 윤년의 leap day [립 데이]였다. 평소와 같이 쨍쨍한 하루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통의 일상이지만 구름도 바람도 그림자도 다르게 느껴졌다. 오늘은 바로 호주 여름의 마지막날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Today is Leap Day, right?

[투데이 이즈 립데이 롸잇?]

@ That's right. It's today. Leap Day comes every four years. 

[댓츠 롸잇. 잇즈 투데이. 립 데이 컴즈 에브리 포 이어즈]

# Is summer over today?

[이즈 써머 오버 투데이?]

@ Yes, it's autumn from tomorrow.

[예쓰, 잇즈 오텀 프럼 투머러우]

# Wow, we should celebrate autumn tomorrow.

[와우 위 슈드 셀러브레잇 오텀 투머러우]

@ Yes, this summer was horrible. It was really hotter than any other year.

[예스, 디스 써머 워즈 호러벌. 잇 워즈 리얼리 하터 댄 애니 아더 이어]

# Really? I didn't know that. It's my first time in Aussie's summer.

[리얼리? 아이 디든 노우 댓. 잇즈 마리 퍼스트 타임 인 오지즈 써머]

@ See you tomorrow in a cool autumn!

[씨유 투머러우 인 어 쿨 오텀]


오늘 윤일이네 맞지?

그래 맞아 오늘이야. 윤일은 4년 마다지.

오늘로 여름이 끝나나?

그래 내일은 가을이야.

와, 우리 내일 가을을 축하해야겠다.

그래 이번 여름은 끔찍했어. 다른 어느 해보다 더웠다구!

정말? 난 몰랐네. 호주의 여름이 처음이었거든.

내일 시원한 가을로 만나자!


그렇게 호주는 내일부터 가을로 들어간다. 한국은 이제 추위가 가고 새 학기 새로운 시작 3월이구나 싶다. 반대의 계절을 산다는 건 반대의 그곳을 떠올리게 한다. 엇갈린 마음, 이루지 못한 것, 돌아오지 않을 기억들.


그런 많은 생각들을 조금씩 적어보려 했다. 이제 3월에는 몰입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을 위해 잠시 연재를 마친다. 다시 글을 올릴 때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남겨야 할 호주의 이야기가 담길 것이다.


대문에 2월의 마지막 브리즈번 석양을 걸어둔다. 그리고 밖으로 한창인 이스터 Easter 부활절의 사진을 남겨둔다. 우리나라의 교복 설명에도 곳곳의 광고에도 이렇게 장애인 분들을 스스럼 없이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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