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에 대하여
창펀이라는 요리를 처음 접한 것은 홍콩 딤섬집에서였다. 그곳의 창펀은 하얀 쌀로 판든 피에 새우가 돌돌 말린 형태였는데, 내게는 흐물흐물한 식감이 상당히 이상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소스가 부족했는지, 이도 저도 아닌 밋밋한 맛까지 더해져 첫인상이 꽤나 별로였다. 그렇게 다시는 창펀이라는 음식을 먹지 않을 것 같던 나였지만, 몇 개월 뒤 찾은 중국 샤먼 구랑위에서 다시금 창펀 집에 줄을 섰다. 워낙 유명하고 맛있다 하니 그곳까지 가서 안 먹어 볼 수 없었다. 밀리는 맛집이었지만 유쾌하신 직원분 덕분에 기분 좋게 매콤 소스를 더해 받아 든 창펀의 모습은 낯설었다.
이전에 홍콩에서 보았던 창펀과는 제법 다른 비주얼이었다. 하지만 받아 들자마자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거, 맛있겠구나! 냄새부터 맛있었으니 굳이 직감을 운운할 필요도 없었다. 올려진 마늘부터 눈으로도 합격인데 맛깔난 향기가 더해지고, 국물까지 찰방찰방 나를 유혹하니 도리가 없었다.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줄도 모르고 흡입했다. 매콤함에 고소함이 더해지고, 맛있는 마늘 향이 입에서 춤을 췄다. 연신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두 번째 창펀은 나에게 행복 가득 기억을 남겼다.
몇 개월 뒤, 다시 찾은 홍콩에서 크리스피 한 속재료를 품은 세 번째 창펀과 만났다.
햐얗디 하얀 쌀로 만든 피 안에 바삭바삭 옷을 입은 새우가 들었다. 게다가 매력 만점 소스까지 더해지니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 배부름이 이미 느껴졌음에도 또 한 접시를 주문하게 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창펀계의 외유내강이었다. 적당히 달콤하고, 기분 좋게 짭조름한 소스 머금은 부드러운 겉 부분이 입술에 닿고 혀를 만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즐거운 마음으로 이로 씹으니 바사삭 고소함과 새우의 통통함이 입 안 가득 퍼져 미소가 절로 나온다. 마치 새해에 선물 받은 포춘쿠기를 품은 창펀 같았다. 세상에나. 뭐 이렇게 맛있담!
이쯤 되니 창펀에 대한 사랑이 가득 차올라 다른 식당에서 네 번째 창펀을 주문해 본다.
네 번째 창펀은 앞서 맛본 창펀과 비슷한 크리스피 창펀이었지만, 새우를 품은 튀김이 확연히 달랐다. 이 창펀은 새 둥지 같은 형태의 튀겨진 라이스페이퍼가 새우를 감싸고 있었다. 바삭함이 여러 결로 느껴졌다.
같은 음식이지만 같지 않다.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모양과 형태가 완전히 다르기도 하다. 같은 나라에서도 식당마다 특징이 있고, 비슷한 특징을 가졌음에도 식감에 있어 확연한 차이를 가진다. 그렇게 창펀이라는 음식을 먹다 보니 새삼 다양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생각보다 많은 편견과 색안경을 끼고 살았던 나를 되돌아본다.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때로는 피하기도 했고 이상하다 지적하거나, 심지어 틀렸다 여기는 경우도 있었던 듯하다. 아직도 살면서 수많은 다양한 창펀을 맛볼 기회가 있겠지만, 창펀이라는 음식과 네 번의 만남은 내가 앞으로 세상을, 그리고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 주었다. 생각보다 다양성이라는 것은 기분 좋은 활력이 된다. 그래도 된다고, 각자의 특징이 매력이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해 준다. 그래서 인생이 더 재미나고, 그래서 여행이 더 맛있어진다.
■● 첫 번째 새우 창펀: 홍콩 원딤섬 (지극히 주관적으로 ★☆☆)
■● 두 번째 국물 창펀: 중국 샤먼 구랑위 沈家闽南肠粉 (지극히 주관적으로 ★★★)
■● 세 번째 새우튀김 창펀: 얏퉁힌 (지극히 주관적으로 ★★★)
■● 네 번째 크리스피 새우튀김 창펀: 딤딤섬 (지극히 주관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