딤섬

너의 매력, 나의 매력, 각자의 매력

by 하늘꽃

딤섬이라는 것을 처음 먹어본 것은 2024년 12월 홍콩이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식품 업계가 내놓은 만두는 먹어봤다. 하지만 만두와 딤섬은 다르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만두는 만두고, 딤섬은 딤섬이다. 홍콩의 국민 음식 중 하나로 여겨진다는 딤섬이 정확히 무언지 조차 몰랐던 나였다. 2024년 크리스마스를 3일 앞둔 일요일 오후 핸드폰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너무도 착한 가격의 홍콩 항공권을 발견했다. 바로 다음날 출발하는 일정이었다. 5분 정도 고민 했을까? 그냥 발권했다. 싸니까~라는 강력한 무기는 나의 용기를 최고로 끌어올려주었다. 연말이고, 크리스마스였으니, 허용되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계획도 없이 찾아간 홍콩이었다. 여행 가면 시장 둘러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보다 더 즐기는 것은 음식이다. 세상에는 어찌나 맛있는 게 많은지... 내 입맛에 안 맞는 음식이 있을 수는 있지만, 맛있는 음식이 없는 나라는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여행을 하면 그 나라에서 나에게 맞는 최고의 음식이 무얼까 설레는 마음으로 찾는다. 그것이 내 여행의 가장 큰 목표이자 행복이다.


홍콩 딤섬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다. 딤섬이라는 이름이 주는 가벼움(잘 모르니까, 내 마음대로 그렇게 느꼈다)은 나에게 그냥 지나가는 한 끼가 될 거라는 생각을 미리 채워줬다. 짧지만 줄을 섰고, 포털에서 본 내용과 QR 코드 타고 들어간 식당의 그림과 메뉴 설명을 보며 이것저것 주문했다. 새우를 좋아하니 주로 새우가 들어간 메뉴를 많이 담았던 것 같다. 메뉴 이름도 모르고 받아서 한 입 물고 너무 놀라 핸드폰을 들었던 음식. 바로 샤오마이다. 돼지고기와 새우가 어우러진 이 딤섬은 다른 그 어떤 메뉴보다 나를 감동시켰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왜 이제야 먹게 된 거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짜 보이는데 전혀 짠맛없이 맛있음만 가득 담긴 소스를 머금은 삶은 계절 채소는 또 왜 이렇게 찰떡이란 말인가? 함께 먹으니 이게 천국이구나 싶을 정도다. 거기에 튀긴 덤플링이 박자를 맞춰 주니 그곳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홍콩의 원딤섬은 나에게 딤섬이라는 것을 만나게 해 준 고마운 식당이었다. 3일간의 여행 기간 동안 3번을 찾았고, 마지막 방문에서는 공항에서 먹기 위해 포장까지 했을 정도니 얼마나 첫사랑이 깊었는지,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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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원딤섬의 내 최애 삼총사 메뉴

5개월 전의 기억은 나를 다시 홍콩으로 찾아가게 만드는 계기로 충분했다. 그리고 그동안 딤섬에 대한 조금의 연구를 통해, 유명한 식당 두 곳을 더 찾았다. 그럼에도 내게 첫사랑은 언제나 소중하다. 두 번째 홍콩에서의 첫 딤섬은 역시 원딤섬이었다. 그리고 찾아간 두 번째 딤섬 맛집은 내 생에 처음 가보는 미슐랭 식당이었다. 고급진 분위기부터 남달랐던 이곳은 점심에만 딤섬 주문이 가능해서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을 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는 딤섬들을 골라 주문했다. 좋아하는 샤오마이도 당연히 주문했지만, 삶은 야채는 말도 안 되는 비싼 가격에 포기했다. 아무리 좋은 걸 넣었다 해도 삶은 야채 한 접시에 6만 원 가까이 주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첫 번째 방문 시 원딤섬에서 먹었던 창펀은 별로였던 기억이 있었지만, 많은 이들의 추천과 튀긴 새우가 들었다는 메뉴 설명에 속는 셈 치고 창펀도 주문했다. 샤오마이를 맛보았지만 훨씬 싼 원딤섬의 샤오마이가 그리워져 마음이 가게를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을 때 등장한 튀긴 새우 품은 창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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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뭐 이렇게 하얗고. 뭐 이렇게 예뻐?!

처음 마주했지만, 맛보지 않았지만, 이미 내 눈과 입은 맛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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얏퉁힌의 튀긴 새우 품은 창펀

소스를 부어 한 입 베어 무니, 손에 힘이 탁 하고 풀린다. 운명적 사랑을 만나면 이런 느낌일까? 세상에. 내가 감히 창펀이란 것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했던 시간들이 부끄러웠다. 맛있었다고 표현하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정말 황홀한 맛과 식감이 내 입에 가득 담기며, 온몸의 세포들에 무한한 행복 바이러스를 선물했다. 귀여운 숟가락에 담긴 샤오롱바오는 귀한 육즙 한 방울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이 나와 통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숟가락이 뜨거워도 괜찮았다. 그 배려에 감사했고, 그 아이디어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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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육즙을 가둬버린 얏퉁힌의 샤오롱바오

얏퉁힌은 원딤섬과 달랐다. 분위기도 달랐고, 시스템도, 메뉴도 달랐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무기가 달랐다. 이곳은 샤오롱바오와 새우튀김 창펀이 대표주자였다. 아! 홍콩 딤섬의 매력이 바로 이런 거란 말인가?


세 번째 딤섬집을 향하는 발걸음은 훨씬 가벼웠다. 이제는 원딤섬과 맞대어, 어디가 더 맛있을까?를 호기롭게 분석하려는 게 더 이상 아니었다. 이곳은 또 어떤 매력을 가지고 나를 유혹하려나? 설렜다. 이 나이에 소개팅을 한다 해도 이만큼 즐겁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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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딤섬의 마포두부 품은 판다 번과 새우 살 가득 올린 가지 튀김

역시... 이럴 줄 알았다. 대만의 후추빵을 연상시키는 맛과 풍미가 가득한 마포두부를 품은 사랑스러운 판다 번은 웃음과 감탄을 불러냈다. 너무 귀여워 못 먹을 것 같았지만, 맛있어서 안 먹을 수가 없었다. 너무 뜨거워 입술은 거부함에도 이미 혀 끝으로 맛을 느껴버린 바람에 나도 모르게 자꾸만 입으로 가져다 넣었던, 가지 튀김은 실로 감동적이었다. 새우살 가득 올려 튀긴 걸로도 모자라 매콤한 소스까지 더해버렸으니 반칙을 넘어 게임 포기 수준이다. 대체 홍콩 딤섬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 이러니 내가 자꾸만 떠나고 싶은 게 아닌가? 세상에 맛있는 게 너무 많은 걸 어쩌란 말인가!


어릴 적 누구의 가르침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조차 알 수 없지만, 수많은 비교 속에서 내가 나를 끊임없이 괴롭혀 왔다.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큰 일까지 나의 비교는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항상 비교의 결말은 씁쓸함이나 우울, 허무함 등 긍정이라는 것은 하나도 없었는데 왜 그리도 반복하며 불행해지는 훈련을 했을까? 두 번째 홍콩 방문에서 세 곳의 유명한 딤섬집을 다녀보니, 새삼 비교라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냥 각자 달랐다. 가격도 다르고, 분위기도 달랐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만의 매력 가득한 메뉴가 분명했다. 물론 그마저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세 곳 중 굳이 뭐가 제일 좋아, 여기만 갈 거야. 이렇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먹고 싶은 메뉴에 따라, 즐기고 싶은 식감이나 맛에 따라, 혹은 함께하는 일행에 따라 어울리는 곳에 가면 그만인 것이다. 내가 이번에 한 곳을 찾았다고, 다른 두 곳이 버려지는 게 아니다. 다음에는 또 어느 곳을 선택할지 달라질 것이다. 그래.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는 거지. 사람도 식당도, 음식도, 하나의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다를 뿐. 그저 각자의 특색을 가진 것일 뿐. 살면서 너무 분석하고 평가하며 비교하기보다는 그냥 마음 끌리는 대로 지내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을 세 곳의 딤섬 집을 지나며 비로소 갖게 되었다. 꼭 이거. 반드시 이 길! 이런 식으로 단정하고 못 박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언제든 열려 있는 이 넓은 세상에서, 언제든 원하는 곳으로 훌훌 떠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렇게 세상의 많고 많은 맛난 것들 즐기며, 그렇게 편견도, 그렇게 아집도 없이 남은 인생 살고 싶다.




■● (지극히 주관적으로) 샤오마이와 튀긴 덤플링, 삶은 야채가 맛있는 홍콩 딤섬 맛집: 원딤섬

■● (지극히 주관적으로) 샤오롱바오와 튀긴 새우 품은 창펀이 맛있는 홍콩 딤섬 맛집: 얏퉁힌

■● (지극히 주관적으로) 마포두부 머금은 판다번과 가지튀김이 맛있는 홍콩 딤섬 맛집: 딤딤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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