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작심삼일 (作心三日)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중국에서 유래된 것도 아닌 국내 사자성어다. 가장 빠른 용례는 1681년 우암 송시열이 손자에게 보낸 편지에 공부에 작심삼일 하지말라는 말이 적혀있다고 하니 최소 몇백년 넘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후손들의 뼈를 때리고 있고, 그 후손중 하나는 바로 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작심삼일을 여러 번 반복하고 있다는 것? 쓰레기집의 상태를 깨닫고 굳게 마음먹고도 청소를 미뤘다. 곧 연말이라 1월 1일 되면 시작하자!라고 미루고서는 지금은 또 열심히 청소했다가 안 했다가를 계속 반복하고 있으니 말이다.
쓰레기집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이 상태를 벗어나기 굉장히 힘들어한다고 한다. 무기력감 때문에 청소 자체를 힘들어해서 그만큼 쌓인 것이라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즘은 쓰레기집이 늘어난 만큼, 이런 집을 청소하는 특수 청소 업체도 많이 생겼는데, 그럼에도 쓰레기집의 구성원들은 그 지경의 집 상태를 차마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워 청소업체에 의뢰하는 것을 꺼린다고 했다. 맞다. 나도 부끄럽다. 청소업체를 불러서 주방이나 화장실만이라도 청소할까 했는데, 이런 집을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수치스러워서 생각만으로 끝냈던 적이 굉장히 많다.
그렇지만 단지 수치심이 전부는 아니다. 만약 그뿐이라면 꾹 눌러쓴 모자에 마스크를 착용하고서라도 전문업체를 불렀을 것이다. 업체를 부르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이런 문제가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 재발되어도 점점 강도가 약해지거나 혹은 또 나 스스로 치울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길 것이라는 점.
내가 찾아본 쓰레기집 영상 대부분 공통점은 모두 방송사에서 사회복지센터 등의 도움을 받아 쓰레기집을 청소해 줬지만 훗날 재방문하면 똑같이 쓰레기가 쌓여있는 모습들이었다. 쓰레기집을 만들어낸 아픈 정신과 마음이 회복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공간만 청소해 준다고 바뀌겠나. 그래서 스스로 변하고 고치지 않는다면 나 역시 다시 집을 이렇게 만들 것이라는 분명한 확신도 들었다. 누군가는 쉬운 길을 어렵게 돌아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애먼 고집부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과정이 단순히 집을 치우는 게 아니라 내 불안정한 정신 상태도 바로 잡는 치료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더 그럴 것도 아니었다.
다만 청소를 미루고 미루는 날들이 있더라도 청소와 내 마음, 정신상태에 관해서 계속 곱씹을 만한 장치는 필요하지 않을까. 정신과전문의는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도박중독, 카페인중독 등 뭔가의 중독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변화가 필요한 자신의 상태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했다. 주변 사람들을 조력자이자 감독관으로 만드는 것인데, 차마 나는 내 주변 친구들에게 내 이런 상태를 알리지는 못하겠기에 대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중독상태는 아니지만 변화가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하기에. 부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나의 친절한 감독관이 되어주시길 희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