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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n Jan 28. 2022

알면서도 커피를 마십니다.

이 글을 위가 싫어합니다.

내 하루의 시작은 라테 한잔을 마셔야 돌아간다. 동네 카페에 가면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나를 알아보신다. 내가 시킬 주문은 아실 테지만 카드를 내밀며 같은 메뉴를 시킨다.

"아이스 카페라테 샷은 연하게 1샷으로 주시고 시럽은 두 번 펌핑해서 넣어주세요."
유별난 고객의 까다로운 주문이지만 사장님은 친절하게 응대해주신다. 

커피가 나오면 우유와 잘 섞어서 한 모금을 마신다. 고소하고 달짝지근한 맛과 향이 올라온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맛은 죠리퐁에 우유를 탄 맛인데 이 맛을 내는 카페는 아무래도 자주 들르게 된다. 오늘 온 곳은 만족도 가 50%였다. 사장님이 최근 들어 다른 원두로 바꾸셨는지 쓴 맛이 강해졌고 고소한 맛도 덜해졌다. 발길이 좀 뜸해질 것 같다.

커피를 반 잔 정도 비우니 미세한 두통이 왔다. 카페인이 내 몸에 녹아들면서 자극을 준 모양이다. 지금부터 위장 장애를 동반한 배앓이가 올 테고 살짝 예민해져서 짜증과 불안이 찾아들 것이다.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은 덤이다. 재수 없다면 새벽 2-3시까지 잠들지 못할 수도 있다. 혈중 카페인 농도가 안정 치를 되찾을 때까지 심장의 박동을 느끼면서 귀찮은 불편함을 감수하면 꿈나라로 갈 수 있다.


커피는 내게 효능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먹는 이유는 단순히 맛이 있어서다. 원두 특유의 고소함과 시럽이 추가되면서 어울리는 단맛은 환상적이다. 커피를 한입 먹었을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원함이 퍼지면서 온 몸이 각성되는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좋다. 근 10년을 중독되어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다.

0.5샷 라테를 주문해도 거부감 없이 받아주는 카페가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런 카페는 여적 없었다. 몇 번 시도를 해봤는데 사장님의 의아한 표정과 되물음은 적응이 되기는커녕 상처가 되곤 했다. 나같이 카페인에 민감하지만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주문을 하는 것도 어렵기만 하다. 

카페인 외사랑을 하는 나 같은 사람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커피가 개발되어 판매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커피의 맛과 향은 나지만 카페인 성분이 없는 그런 커피가 있는 카페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커피를 먹는 이유는 각성 때문만이 아니라 맛과 향 때문이기도 하니까. 

오늘도 커피를 마시면서 오롯이 부작용을 체감하고 있다. 내일도 조금 불편하겠지만 나의 위장이 조금 더 분발하여 주길 바란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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