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 해제
도움을 받았다고 해야겠다. 몇 주 동안 한 가지 문제로 웃을 일도 없이 입을 닫고 있다가 속에서 썩은 내가 나는 이야기들을 다 토해내고서야 드디어 소리 내며 웃었다.
사람을 잃은 얘기다.
약 없는 시간에 불쑥 찾아오는 불안으로 몸부림을 치고, 비록 약을 먹고 있지만 나아지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부탁이 거절됐다. 머릿속에서 유리전구가 펑하고 터져버리는 느낌, 할 수 있는 건 억지 부리는 게 전부였다. 억지를 받아들일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게 최선이었나 보다. 슬프지도 않고, 시시해져 버렸다.
돌아보기는 할 거다. 후회도 당연하다. 노동과 술에 쩔어 살던 사람 옆에 있어준 것만큼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으니. 나는 내가 이렇게 망가진 줄 알지 못했고, 병원에 가서 받은 약이 퍼질 만큼 퍼진 지금에서야 평온을 찾았지만 한 편 안타깝다. 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넘어 확신이 드는 나를 그 사람에게 보여줄 일은 없을 테니까.
괜찮냐는 말,
그 정도만이라도 들었다면 정말 모든 게 괜찮을 거라 믿던 나, 추하고 못되게 굴어서라도 나를 보게 하려던 측은한 인간인 나를 그 사람은 끝내 외면했다. 이왕 못되게 군 거 그렇게 남기고, 내 마음도 끝이 났다. 그리고 오늘, 별 것도 아닌 일에 웃었다. 시답잖은 농담도 하게 됐고, 몸이 좀 나아지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야겠다는 의지도 생겼다. 몸이 터져라 운동도 잘했다. 실제로, 가슴살이 터져 벌겋게 흉처럼 올라왔으니 칭찬할 만하다.
무음으로 해뒀던 휴대폰을 진동으로 바꿨다. 그간 찾지 않고 멀리만 했던 사람들, 그리고 내 얘길 들어준 사람과 사는 얘기 나누며 원래의 나로 서서히 돌아가야겠다.
아니, 돌아가고 있나 보다. 약을 먹기 전 정수기 물을 받을 때마다 들리던 불안의 소리가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