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공동체

by 정용수

‘마을 공동체’를 경험하지 못하고 자라난 세대가

이제 우리 사회의 주류로 편입되어 갑니다.


마을의 힘든 일들은 새참을 나눠 먹으며 협력해서 함께하고

경조사를 당하면 가장 먼저 달려와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마을에 뛰노는 아이들은 뉘 집 자식이라 할 것 없이

함께 걱정하며 돌보고,

작은 부침개도 담 너머로 나눠 먹으며 정을 나누던

‘마을 공동체’ 시대에는

옆집에서 아무리 시끄러운 소리가 나도

그 소리가 왜, 어떻게 해서 나는지를 잘 알고 있기에

옆집의 소음에 대해 ‘시끄럽다’라고 느끼기보다는

‘걱정스럽다’라고 느끼며 이웃의 안부를 염려했었습니다.

타인의 소음에 대해서 그렇게 너그럽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마을 공동체를 경험하지 못한 현대의 개인주의적 세대에게

옆집의 소음은 단지 짜증나고 시끄러운 소리일 뿐입니다.

심지어 소음이 살인으로도 이어지는 무서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옛것’은 버렸는데

시대에 맞는 ‘새것’을 미처 만들지 못해서 생긴

정신의 황폐화를 오늘 우리는 아프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책임감 있는 성숙한 개인주의는 만들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만 우선하는 이기주의가

우리 사회의 대세가 되어 버렸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는

정겨운 문화는 사라져 버리고

집을 지키는 자물쇠만 더 정교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마을 공동체’를 유지해 주던 견고한 정서는

엉뚱하게도 나이 차이로 상대방의 의견을 억누르는

왜곡된 모습으로만 남아 우리를 서글프게 합니다.


이러한 아노미(anomie)적 혼돈은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통해서도 너무 쉽게 발견하게 됩니다.

언젠가 이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가 되면

우린 또 어떤 아픔과 혼란을 경험하게 될까 걱정이 앞섭니다.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문자적인 공동체 교육으로는

이 혼동을 막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승자독식(勝者獨食)의 왜곡된 가치로는

결코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가 가진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공유하고 지켜갈 수 있는

성숙한 지배규범을 만들고, 정착시켜 가는 일에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아니면, 모 TV 프로의 진행자처럼

숟가락을 들고 ‘한 끼 줍쇼’를 외치며

이웃집의 닫힌 문을 두드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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